디즈니 ‘OTT’와 ‘IP’ 사업 분리 논의, 애플 매각을 위한 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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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확보 시급한 디즈니, 사업 재편에 박차
스트리밍 사업과 다른 사업 완전 분리가 목표
전체 사업 인수 관심 없는 애플 위한 분할이란 분석도
밥 아이거 디즈니 CEO/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밥 아이거 디즈니 CEO(최고경영자)가 콘텐츠 스트리밍 사업과 테마파크 등 기타 사업을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한 뒤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실제로 사업 분리가 추진되면 애플이 디즈니를 더 매력적인 인수 대상으로 평가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디즈니의 ‘선택과 집중’

8일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아이거의 중장기 사업 전략 방향성을 두고 디즈니 내부에서 불안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아이거는 지난해 11월 디즈니 경영에 복귀한 이후 인력 감축과 사업 재편 등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영화와 OTT 등 주요 사업 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면서 수익성 확보가 다급해진 데 따른 것이다.

최근 아이거는 향후 성장성이 기대되는 영화와 테마파크, 스트리밍 사업에 역량을 더욱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고 있다. 디즈니 관계자는 “밥 아이거는 디즈니에 여러 선택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며 “그 가운데 하나는 스트리밍 사업을 다른 사업과 분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디즈니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지식재산(IP) 라이선스, 출판, 테마파크, 유통 사업을 스트리밍 사업과 완전히 다른 회사로 분할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두 회사가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 뒤에도 장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양쪽에서 모두 디즈니의 IP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아이거의 이러한 계획이 회사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회사를 여러 법인으로 분할해 몸집을 줄이면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서 자금 부담이 줄어들고 필요한 사업 부문만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디즈니플러스

애플과 디즈니 합병의 시너지

디즈니를 인수할 유력 후보로는 애플이 거론된다. 마블, 스타워즈, 픽사, 자체 애니메이션 등 디즈니의 막강한 IP와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 및 하드웨어 사업이 서로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애플은 콘텐츠 이용 플랫폼을 컴퓨터와 모바일, 증강현실(AR) 등으로 꾸준히 확장해 나가고 있는 만큼 다수의 IP 및 콘텐츠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에 몇 년 전부터 월가를 중심으로 애플이 디즈니를 인수할 수 있다는 설은 꾸준히 돌았으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애플이 디즈니 스트리밍과 테마파크, 케이블TV 방송 등을 모두 사들이는 데는 관심이 없을뿐더러, 미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IT 기업의 인수합병을 특히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는 만큼 독점 금지 규제를 들어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 디즈니의 사업 분할 계획도 이와 무관치 않다. 만약 아이거가 디즈니 스트리밍 사업을 분할한 뒤 애플에 매각을 실현할 경우 오랜 기간 이어진 적자에 따른 부담을 덜고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전 세계 20억 대에 이르는 애플의 모바일 기기로 디즈니의 콘텐츠를 판매할 채널을 확보하게 된다면 두 회사 모두 강력한 시너지를 일으키며 성장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거대 공룡 기업들의 ‘빅딜’ 성사 여부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