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사이클 종료 임박? 이유는 미국 장기채 금리 급등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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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11월 FOMC에서 추가 금리 인상은 없을 것"
미국채 고금리, 기준 금리 인상 효과 대신한다
다만 과도한 금융 여건 위축으로 미국 경기 경착륙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GettyImages

미국 장기채 급등세가 금융 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장기채 고금리를 우려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적인 통화 긴축보다는 추후 경제에 대한 관망세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미국채 고금리가 대출 등 금융 여건의 위축을 불러오면서 기준 금리를 몇 차례 올린 수준의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추가 기준 금리 인상 없을 듯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약 16년 만에 최대로 치솟는 등 연준이 당초 의도했던 것보다 긴축 효과가 더욱 강하게 발생하고 있어서다. 30일 기준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89%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같이 미국채 금리가 치솟고 있는 근본적 이유는 추후 미국 경제에 대한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채권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발표되고 있는 실물 경제 지표들은 연준의 고금리 기조에도 불구,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잔존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9월 신규 일자리 수는 33만6천 개로, 8월 22만7천 개에 비해 눈에 띄게 증가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7% 오르면서 전문가 전망치인 3.6%를 상회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이는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소비·투자 위축을 불러온다. 실제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지난 10월 셋째 주 기준, 미국 30년 고정 모기지(장기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7.9%로, 7주 연속 상승해 2000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 모기지 금리는 미국채 10년물 금리와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만큼, 모기지 금리 또한 장기채 급등세를 피해 갈 순 없었다는 분석이다. 기업들도 장기채 급등으로 회사채 금리가 덩달아 높아지면서 자금 조달에 큰 부담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만큼 미국채 급등세로 인해 실물 경제가 위축될 것을 우려한 연준이 11월 FOMC에서 섣불리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는 결정을 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WSJ의 예측이다.

이와 관련해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지난달 9일(현지 시간) 전국기업경제협회 회의에서 “장기채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추가 통화 긴축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로건 총재는 11월 FOMC에서 투표권이 있는 인물이다. 이날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 역시 “향후 통화 정책 방향을 평가할 때 채권 수익률 상승을 통한 금융 여건 긴축을 계속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랜딩’은 섣부른 기대?

한편 일각에서는 미국 장기채 급등으로 인해 통화 긴축 이후 미국 경제 연착륙이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론 미국의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망치(4.5%)를 대폭 넘어선 4.9%로 발표되면서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는 ‘노랜딩(no landing)’을 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일부 조성했지만, 여전히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실물 경제 위축 등 우려도 상존한다는 것이다.

이번 국채 금리 급등세를 2013년의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과 연관 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시행했던 양적 완화를 멈추고, 채권 매입 속도를 줄이는 테이퍼링 계획을 언급했는데, 이에 당시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뉴욕 증시가 급락한 바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이 겪고 있는 현 상황 역시 지난 2013년의 버냉키 전 의장의 상황과 비슷한 만큼 장기채 급등으로 미국 주식 시장이 혼란을 겪을 우려가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재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인해 올 연말 뉴욕 증시가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전략가는 지난달 30일 “실적 하향 조정, 소비자 및 기업 신뢰도 하락 등으로 4분기 증시 랠리 가능성이 상당히 떨어졌다”며 “연말 S&P500은 3,900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야데니 리서치의 설립자인 에드 야데니도 같은 날 투자자 메모에서 “채권 시장 불안감을 고려할 때 주식시장의 하락을 보기는 쉽다”고 예측했다.

사진=GettyImages

장기채 금리, 결국 장기 균형 수준으로 수렴할 것

더욱이 미국 장기채 고금리 소식은 미국 중소형 은행들에 크나큰 악재로 다가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은행은 국채 금리가 높아질 경우 기존 낮은 금리로 보유한 채권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재무 구조가 악화된다. 특히나 대부분의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경우 대형 은행 대비 규제 당국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덜한 탓에 ‘하이리스크-하이 리턴’ 성격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데,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휘청거리면서 자산 건전성에 전반적으로 균열이 생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장기채 금리까지 치솟자, 고금리에 매력을 느낀 예금자들이 중소형 은행에서 대거 돈을 인출할 경우 연쇄 뱅크런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추후 연준이 기준 금리를 추가로 올리기보다는 일단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경기 동향을 지켜보다가 양적 완화로 돌아설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준 금리는 앞으로 하락할 것이고, 국채 금리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미국의 경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미국채 수익률은 장기 균형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