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에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2026년부터 연 20만 대 생산”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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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80개 규모 부지, 연간 20만 대 전기차 양산 가능한 수준
AI·친환경 접목한 제조혁신 플랫폼도 적용, ‘인간중심’ 공장으로
IRA 핸디캡에도 美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 점유율 확대에 집중할 방침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조감도/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연산 20만 대 규모의 전기차(EV) 전용공장을 새롭게 짓고 차세대 모빌리티 생산을 본격화한다. 현대차는 향후 2조원을 투자해 현재 주행시험장으로 쓰이는 울산공장 부지를 EV 전용공장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도 성장 둔화가 나타나지 않는 전기차 시장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미래를 그려 나가겠다는 판단이다. 현재 현대차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 올해 1~3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1996년 이후 첫 국내 신공장, ‘전동화 모빌리티’ 생산 허브 역할 맡을 예정

13일 현대차의 울산공장 내 전기차 신공장 부지에서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이동석 현대차 국내생산담당 부사장,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이채익 국회의원, 이상헌 국회의원, 박성민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에 새롭게 들어서는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은 축구장 80개 규모(54만8천㎡)에 달하는 부지다. 현대차는 이곳에 연간 20만 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 신설 공장을 세우기 위해 2조원의 신규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신설 공장의 착공은 올해 4분기, 완공은 2025년으로 예상된다. 양산 시점은 2026년 1분기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초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처음 생산될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이 전용공장을 혁신적인 제조 플랫폼과 최적의 근무 환경을 갖춘 인간 중심의 공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지난 56년간 쌓아온 브랜드 헤리티지와 자동차 사업 노하우, 기술 역량을 적극 계승하고 ‘사람 중심’의 전동화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혁신적인 생산 설비와 최적의 근무 환경을 갖추고, 자연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적용해 근로자 안전과 편의성 등을 고려한 미래형 공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HMGICS 플랫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과 친환경 저탄소 공법, 인간 친화적 설비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정 회장은 “과거 최고의 차를 만들겠다는 꿈이 오늘날 울산을 자동차 공업 도시로 만든 것처럼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공장을 시작으로 울산이 전동화 시대를 주도하는 혁신 모빌리티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함께할 것”이라며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을 앞으로 50년, 전동화 시대를 향한 또 다른 시작이다. 이 자리에서 100년 기업에 대한 꿈을 나누게 돼 영광”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 라인/사진=현대차그룹

우려와 달리 수요 넘치는 전기차 시장

현대차가 신설 공장 설립 계획까지 발표하면서 전기차 생산에 집중하는 이유는 당초 예상과 달리 세계 전기차 시장의 수요와 성장이 가파른 탓이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될 거란 우려가 무색하게 최근 중저가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SNE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1~9월 글로벌 시장 전기차 인도량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간 세계 각국에 차량 등록된 전기차 총 대수는 약 966.5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6.4% 상승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국이 57.9%의 시장 점유율로 독보적이며, 유럽에선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 그룹이, 북미 시장에선 테슬라가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이며 중국과 유럽 대비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룹별 전기차 판매 대수에선 중국 전기차 선두 기업 비야디(BYD)가 전년 동기 대비 71.7%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올해 3분기까지 132만 대 이상을 고객에게 인도한 테슬라는 전년 동기 대비 45.7% 성장률을 기록하며 판매량 2위에 올랐다. 현대차도 아이오닉5와 6, EV6, 니로, 코나 등을 주력으로 전 세계에서 42만 대 이상 판매했다.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0%로 올해 역대 3분기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현대차의 약진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현대차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핸디캡에도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익스페리언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미국 내 전기차 등록 대수 85만2,904대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를 합한 현대차그룹 전체의 등록 대수는 6만4,000대에 달했다. 합산 점유율은 7.5%로, 테슬라(48만9,000대, 57.4%)에 이은 2위에 해당한다.

이렇다 보니 전기차 업계에선 미국 전기차 시장의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테슬라가 현대차 등 경쟁사들의 추격에 점유율을 잃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테슬라의 미국 내 등록 비중은 지난해 1~3분기 65.4%에서 올 1~3분기 57.4%로 8%포인트 떨어진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는 4%에서 4.8%로 0.8% 올랐다”면서 “현대차가 전기차 관련 설비 및 기술개발 등에 투자를 늘리는 가운데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향후 미국 전기차 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