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7월 저점 이후 상승세 지속, 수도권 아파트 쏠림 현상 원인은?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 가격 ‘5억7,920만원’, 4개월 연속 상승세 비아파트 전세 거래 수요 급감에 따라 '아파트 전세 쏠림 현상' 심화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 상승 뒤엔 '한남 3구역' 등 재개발 단지 대규모 이주도 맞물려
10월 서울 아파트 전세 쏠림 현상이 4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매매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로 돌아서면서 전세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여기에 정부 규제로 인한 다세대, 연립 등 비(非)아파트에 대한 수요 급감과 더불어 서울 재개발 사업 최대어인 한남 3구역의 본격적인 이주 시작 등이 맞물리면서 아파트 전세 수요가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수도권 아파트 전세 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전세 실거래’가 크게 올라
7일 KB부동산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 가격은 5억7,92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까진 하락세가 이어졌다가 올해 7월(5억6,980만원) 상승 전환한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서도 이달 6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주 대비 0.20% 오르며 지난 5월 이후 6개월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0.19%)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으며,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도 0.12%로 16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주요 단지들의 전세 실거래가도 크게 올랐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면적 84㎡는 이달 초 14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올 초만 해도 9억원대 전세 매물이 나왔던 단지였지만 불과 7~9개월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도 지난달 최고가인 20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전세가 상승의 원인은 달라진 매매시장 분위기에 있다. 실제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지며 실수요자들의 관망 분위기가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은 “금리 인상 우려 및 매매 시장의 불확실성 등으로 실수요자들의 전세 선호가 지속되는 가운데 역세권 및 대단지 등 정주 여건이 양호한 지역 위주로 임차 수요가 이어지며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다세대·연립주택 등 ‘비(非)아파트’ 전세 수요는 급감
수도권 아파트 전세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원인으로 다세대·연립주택,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생숙) 등 비아파트 전세 거래 수요 감소가 거론된다. 전세사기 사태 및 까다로워진 전세보증 가입 조건 등 정부 규제로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7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아파트 소형 평형 전세 거래량은 지난해 12월부터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량을 역전했다. 해당 현상이 올해 내내 지속되면서 지난달 말 기준 연립·다세대 소형 평형 전세 거래량(3,393건)이 집계를 시작한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비아파트 임대인들은 정부의 관련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전국비아파트총연맹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 정책은 임대인·임차인 모두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면서 생숙 관련 제도 개선을 비롯해 전세 보증 제도의 기준 완화, 오피스텔에 대한 다주택자 중과세 배제 등 정부 대책을 요구했다. 전국비아파트총연맹은 다세대, 연립 등 임대인들이 모인 전국임대인연합회, 오피스텔 소유주 단체인 전국오피스텔협의회, 생활형숙박시설 소유주 모임인 전국레지던스연합회 등으로 결성된 단체다.
강희창 전국임대인연합회 총무도 “정부가 전세보증 가입 조건을 까다롭게 변경하면서 사실상 비아파트 시세를 떨어뜨려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1억원 역전세가 발생하고 있다”며 “전세보증 가입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세입자 전세금 반환을 위한 임대인 대출 규제를 추가로 완화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으로 이주 시작한 ‘한남 3구역’, 전세 시장의 또 다른 변수
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의 이주가 시작된 것도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 상승세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주가 시작된 대표적인 지역은 총 사업비 7조원 서울 재개발 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 3구역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보광동에 위치한 한남3재정비촉진구역에선 정비사업 시행을 위한 주민 이주가 시작됐다. 이는 2003년 11월 한남뉴타운지구가 지정된 이후 23년 만으로, 이주 대상은 관리처분계획인가 기준 총 8,300여 가구에 달한다.
대규모 세대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인근의 한남 4구역이나 한남 5구역 등으로 이사를 하려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한남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체 관계자는 “2주 전 보광동의 20평 이하 연립주택이 2억 초반에 전세로 계약됐다”면서 “올해 초 비슷한 매물이 2억원 이하, 석 달 전에만 해도 2억원을 간신히 넘었던 걸 고려하면 전세가 상승 폭이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동빙고동의 한 연립주택(전용면적 74㎡)도 지난해 2월 2억1,000만원이었던 전세가가 지난달 10일 2억5,000만원으로 크게 올랐으며, 한남4구역에 속하는 보광동의 한 연립주택(전용면적 54㎡)도 같은 기간 2억3,000만원이던 전세가 호가도 이달 2억5,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아파트 전세 쏠림 현상이 한남 3구역의 이주와 맞물리면서 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 헬리오시티의 이주가 당시의 전반적인 전세가 회복세와 맞물려 인근의 전세가가 크게 오른 사례가 있다”면서 “한남 3구역의 경우 재건축이 아닌 재개발이지만 현재 전세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대규모라는 점에서 동일한 만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