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상장 의혹 받는 ‘파두’, 매출액 부풀려 투자자들 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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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들, "파두 2분기 실적 사실상 '제로'인데, 상장 심사 때 왜 숨겼느냐"
사실상 부실 상장 돕는 '기술특례상장제도'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 잇따라
정부도 해당 문제 인식하고 있으나, 관련 조처는 아직 미비한 상태

코스닥 상장 이후 실적이 급락해 주식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평가 손실을 입힌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 ‘파두’에 ‘뻥튀기 상장’ 논란이 일고 있다. 자금 조달에 목을 맨 파두가 주관증권사와 손잡고 정확한 상장 심사 과정 없이 기업공개(IPO)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선 파두가 기술특례상장제도(이하 특례상장제)를 통해 비교적 ‘쉽게’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해당 제도를 한 차례 더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분기 매출 숨기고 상장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한누리는 파두와, 주관증권사인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세우고 피해주주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8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파두는 상장 당시만 해도 올해 매출이 1,200억원에 달한다는 전망을 내놨는데, 정작 이후 실적은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공모가 3만1,000원에 시작해 4만7,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2만원 아래로 절반 넘게 곤두박질쳤다. 실적이 나쁠 것을 알면서도 파두 측이 이를 은폐하고 상장 전 몸값을 뻥튀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것이다.

특히 파두가 지난 7월 금감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2분기 매출액(5,900만원)이 반영되지 않았던 부분이 일반에 공개되면서 부실 상장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통상 기업의 매출액 계산이 그리 오리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2분기 마무리를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회사와 주관사가 실적 감소를 몰랐을 리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누리는 파두와 주관증권사에 대해 “올해 2분기 매출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감추고 IPO를 강행했다”며 “7월 초순 상장 및 공모 절차를 중단하고, 수요예측이나 청약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파두는 입장문을 통해 “실적 타격은 낸드(NAND) 및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의 급격한 침체와 AI 강화 등을 위한 데이터센터들의 대대적인 시스템 재점검 절차가 맞물리면서 고객사들이 부품 수급을 전면 중단한 게 2~3분기 실적에 타격을 줬다”며 “해당 부분은 당사가 상장을 진행했던 시점까지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던 만큼, 파두에선 어떤 부정적인 의도나 계획 등이 없었음을 거듭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기술특례상장제도가 부실 상장 부추긴다

파두 논란은 특례상장제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특례상장제란 기업이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으면 최소 재무 요건만으로 상장할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 그러나 파두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 기술력과 성장성을 가진 기업의 자금조달 문턱을 낮춰준다는 기존 취지와 달리 해당 제도가 투자자들로 하여금 부실 상장 우려만 키우고 있다는 게 금융 업계의 중론이다. 특례상장제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상장 직후 유예 기간이 끝나도록 매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기대와 달리 임상 개발에 실패하면서 다음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 관련 투자자들에게 불합리한 손해를 안긴 경우가 빈번하다.

실제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거래소에서 받은 ‘최근 10년간 상장한 특례상장 기업의 주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특례상장제를 통해 상장한 기업 200개 기업 중 64%(127개)는 지난 9월 27일 기준 상장 당시 공모가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가 대비 50% 이상 하락한 기업도 38%(76개)였다. 200개 기업 중 상장 폐지된 기업은 1곳(유네코), 거래 정지된 기업은 4곳(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이노시스·인트로메딕·셀리버리) 등이다.

이와 관련해 당시 김성주 의원은 “정부가 특례상장제를 장려하면서 주관사에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현행 제도를 제대로 점검하고 문제점을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결국 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부실기업을 제대로 선별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도 조처 나섰으나, 되레 부실 상장 가능성 더 열었다는 지적도

정부에서도 특례상장제의 이같은 한계를 인식하고, 관련 조처에 나선 바 있다. 지난 7월 부실기업이 쉽게 상장하지 못하도록 특례상장 시 주관사 책임을 강화키로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초격차 기술특례’ 방안이 그것이다. 주관사 별 기술특례상장 건수·수익률 등의 정보를 거래소 전자공시 시스템에 비교·공시해 투자자들이 주관사의 기업 발굴 역량을 비교할 수 있게 하는 게 주요 골자다. 또한 특례상장 기업의 영업실적 공시도 강화하고, 상장 추진 당시 실적 추정치와 실제값의 비교·차이 분석에 대한 기재 방식도 표준화했다.

다만 해당 방안에는 상장 심사 단계에서 기술성이나 사업성 이외의 요소(지배구조 등)로 상장 예비 심사를 탈락한 기업이 6개월 내 재심사를 신청할 경우 ‘신속심사 제도’를 적용해 기술평가 부담을 완화하는 데다, 심사 시간을 단축(45영업일→30영업일)하는 등 기업들의 상장 창구를 넓히는 내용도 포함된 만큼, 이같은 조처가 되레 부실기업을 제대로 선별할 수 만들어 종국적으로는 투자자들의 피해만 커지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