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약자 피 빠는 불법사금융, 평생 후회토록 처단” 지시
대통령, 12년 만에 금융감독원 이례적으로 방문 고금리에 사금융 피해상담 올 상반기에만 6,784건, 5년만 최대 과거에도 ‘불법사금융 뿌리 뽑기’ 시도했지만, 피해 줄이기엔 역부족
윤석열 대통령이 12년 만에 금융감독원을 찾아 불법사금융의 뿌리를 뽑겠다고 강조했다. 연 20%로 법정최고금리가 낮아진 데 더해 고금리까지 이어지면서 저소득·저신용 취약층 차주들의 피해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국세청 등 관계부처 장관들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범죄수익에 대한 환수와 피해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
불법사금융과의 전쟁 선포한 尹
윤 대통령은 9일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민생 약탈 범죄로부터 서민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며 “불법사금융을 끝까지 추적해 처단하고 불법 이익을 남김없이 박탈하라”고 지시했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국무조정실, 국세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대검찰청 등 관계부처 장관 등이 모두 참석한 이번 간담회에는 불법사금융 피해자와 상담 인력, 경찰청 수사관 등 20명도 함께 했다. 이날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불법사금융 실태 및 범정부 태스크포스(TF) 추진 현황을 보고한 가운데 불법사금융 피해자와 상담 인력들도 자신들의 경험과 의견을 전달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빚 독촉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세 모녀 사건, 온라인 공간에서 청소년에게 소액을 빌려준 뒤 연 5,000%가 넘는 이자를 요구하고 협박·폭행한 사건, 30대 여성에게 연 5,200%의 살인적 금리를 요구하고 성 착취까지 한 사건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고리사채와 불법 채권추심은 정말 악독한 범죄”라며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고 피해구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속되는 고금리와 법정최고금리 규제로 인해 대부 업계가 대출을 중단하면서 불법사금융에 대한 저소득·저신용 취약층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상위 대부 업체 69곳 가운데 13곳이 신규 대출 영업을 중단했다. 또한 불법사금융 신고도 늘고 있다. 금감원이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상담·신고된 불법사금융 피해 건수는 6,78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상반기 기준 지난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범죄는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고, 인권을 말살하고 가정과 사회를 무너뜨리는 아주 악랄한 암적 존재”라면서 “전 세계적인 고금리, 담보와 신용부족으로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사금융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관계부처 장관들은 사채업자들의 범죄수익에 대한 환수와 피해자들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 국체청은 불법사금융으로 얻은 수익을 은닉하지 못하도록 광범위하고 강력한 세무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정부 지속적 노력에도 불법사금융 피해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정부는 과거에도 몇 차례 불법사금융 뿌리 뽑기에 나선 바 있다. 지난 2012년 4월 불법사금융 척결이 선포됐을 당시에는 검찰과 경찰, 지자체, 금감원, 법률구조공단 등 총 1만1,500여 명의 인원이 관려 범죄 수사단속을 펼쳤으며, 지난 2020년에는 금감원과 경찰청이 상호 공조를 통해 TF를 구성, 보이스피싱 및 불법사금융 등 금융 범죄 척결을 위한 긴밀한 공조 체계를 구축했다.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가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를 직접 방문하며 불법사금융 척결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강경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이 늘면서 불법사금융 관련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증가했다. 실제로 금감원 신고센터에 상담·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2019년 2,459건, 2020년 3,955건, 2021년 4,926건, 2022년 5,037건으로 매해 증가 추세다.
그간 관계부처 합동으로 다각적인 불법금융행위 예방 대책을 추진했으나, 불법사금융의 기세를 떨어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노력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결정적인 원인은 현재 불법사금융 범죄가 다양한 신종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역량 총결집에도 그간 금융 범죄 수법 또한 갈수록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해 ‘뿌리 뽑기’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현재 신종 수법에 대한 규제 근거 및 피해 구제 등이 기관별로 나눠져 있는 실정이다. 관련 제도 개선과 및 체계적인 방법론 구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