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스 매니지먼트’, 유동성 절실한 중소형 기업의 자금조달 수요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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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스 매니지먼트, 사모 대출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 찾는 중
다만 이는 미국 경제 유동성 축소되고 있는 '악재'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실제 역레포 시장이 해당 사실 뒷받침하는 모습
미국의 중국 유동성 '옥죄기'도 자의든 타의든 해제될 것

글로벌 대체투자 사모펀드인 아레스 매니지먼트(Ares Management·이하 아레스)가 최근 막대한 투자 유치금을 뒤에 업고 사모 대출(Private debt) 시장에 뛰어들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대형 금융 기관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 아레스는 미국 중소형 은행들이 털어내는 부실 채권들을 헐값에 매입하거나, 핀테크 금융기관에 대형 금융 기관 대비 높은 금리로 직접 대출을 해주고, 미들 마켓 컴퍼니(미 중소기업)에 대량으로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해줌으로써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를 단순 사모펀드의 새로운 ‘먹거리’ 찾기 현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레스가 대형 금융 기관 대신 이같은 자금 조달 수요를 받아내고 있는 건, 고금리 기조하에서 유동성이 절실해진 중소형 기업들의 처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뿐만 아니라 역레포(RRP) 시장을 살펴보면 현재 미국의 금융 시스템 전반에서의 시중 유동성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인해 급격히 메말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미국 역시 고금리 통화 긴축 정책을 집행할 여력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일각에선 미국이 중국에 대한 유동성 압박을 자의로든 타의로든 점차 해제할 수밖엔 없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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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

‘아레스 패스파인더 펀드 II’, 66억 달러 대규모 투자 자금 유치

8일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아레스가 미국 중소형 은행 및 핀테크 금융기관에 대한 자산 기반 대출(Asset-backed Credit, ABC)과 세일 앤 리스백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금리 장기화 및 엄격한 대출 규제로 인해 글로벌 시중은행들의 미들 마켓 컴퍼니에 대한 대출 문턱은 여전히 낮아지고 있지 않는 가운데, 그 공백을 최근 ‘현금 부자’인 아레스와 같은 비은행 금융기관이 비집고 들어와 엣지를 창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레스는 지난주 자산 기반 대출 투자에 집중하는 펀드인 ‘Ares Pathfinder Fund II(아레스 패스파인더 펀드 II)’를 66억 달러(약 8조7,131억원) 규모로 마감했다. 이는 2021년 당시보다 78% 증가한 수치로, 올해 11월까지 마감된 펀드 규모 중 상위 10위 안에 속한다.

부실 채권 털어내는 미국 중소형 은행, 사모 펀드엔 수익 기회

전문가들은 아레스 패스파인더 펀드 II가 미국 중소형 은행에 최우선으로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 중소형 은행들은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여파,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높은 자금조달 비용, 상업용 부동산 대출 관련 리스크가 증가하면서 자산 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 중소형 은행들은 신용 위험을 축소하고 자산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부실채권을 시장에 ‘털어’내고 있는데, 아레스가 관련 자산들을 헐값에 매입함으로써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릴 유인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아레스는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팩웨스트 뱅크(PacWest Bank)로부터 35억 달러(약 4조6,205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을 매입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아레스 관계자는 “미국의 많은 중소형 은행이 30년 주택담보대출(모기지)과 같은 고정 금리 및 장기 자산에 자금이 대거 묶여있는 만큼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에 은행들은 장기 자산을 유동화한 ABS(자산 유동화 증권)를 금융 시장에 팔고 자본을 조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유동성 확보는 물론 채권을 대차대조표에서 덜어냄으로써 자본 건전성을 올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도 “현재 상당수의 미국 중소형 은행이 이미 어떤 자산을 매각할지에 대한 전략적 검토가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만기가 짧은 변동 금리 채권 자산을 매도하거나, ABS 발행을 통해 신용 위험을 다른 당사자에게 이전해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을 높이려는 등의 자산 건전화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금 조달 취약해진 핀테크 부문도 공략 대상

핀테크 부문에 대한 자산 기반 대출도 사모 대출 펀드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올 상반기 SVB 사태 등 중견 은행의 줄도산 이후 미 금융당국은 시스템 복원력 제고 차원에서 대형은행의 전체 자본 요구 사항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을 요구했는데, 이에 따라 유동성이 위축된 대형 은행들이 핀테크 부문을 비롯해 자금 조달을 전방위적으로 줄인 가운데 사모 대출 펀드가 해당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는 설명이다.

실례로 아레스는 지난해 핀테크 스타트업 아방트(Avant)에서 2억5천만 달러(약 3,294억6,750만원)의 채권과 우선주를 매입했다. 다만 당시 유동성이 급했던 아방트는 주식 투자자로부터 조달한 현금을 대부분 소진하면서 올해 1분기 들어선 대차대조표상에 현금 5,285만 달러(약 697억7,098만원)와 자기자본 115만 달러(약 15억1,819만원) 가량만 남겨둔 상태다. 아방트는 2012년 시드 라운드 투자 유치 이후 현재까지 총 21억8천만 달러(약 2조8,779억원)의 부채 및 자본을 조달했다.

회사채 발행 대신 세일 앤 리스백으로 눈 돌리는 미들 마켓 컴퍼니들

세일 앤 리스백 시장도 사모 대출 펀드들 사이에서 매력적인 분야로 꼽힌다. 세일 앤 리스백이란 자산 보유자가 자산을 매각한 후 이를 매수자로부터 임대해 사용하는 거래 구조를 뜻한다. 매도자는 일시에 거래 유동성 확보 및 사업용 자산 이용이 가능하며, 매수자는 임차인 모집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올해 계속된 연준의 매파적인 통화 긴축으로 인해 차입 비용이 비싸지고, 신용 대출의 문턱이 높아지자, 자금 조달을 원하는 많은 미들 마켓 컴퍼니들이 기업 대출이나 회사채 대신 세일 앤 리스백으로 눈을 돌리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들 컴퍼니 입장에선 세일 앤 리스백을 통한 자금 조달이 여타 일반 신용 대출보다도 값싸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치북에 따르면 세일 앤 리스백의 차입 비용은 지난 2년간 150~200bp로 증가한 반면, 정크 채권의 금리는 동 기간 400bp 이상 뛰었다. 이와 관련해 한 IB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지배적인 현시점에서, 회사채 발행에 부담을 느끼는 많은 기업이 상대적으로 값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세일 앤 리스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컨설팅 기업 SLP 캐피탈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일 앤 리스백은 874건으로, 총 314억 달러(약 41조4,533억원) 규모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1년보다 거래량은 11%, 금액은 14% 증가한 수준이다. 또한 올해 상반기 세일 앤 리스백 총액은 98억6,000만 달러(약 13조168억원)로, 2021년 대비 50% 급증했다.

초읽기에 들어간 연준의 인플레이션 싸움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사모 대출 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건, 단순히 사모펀드 업계의 새로운 ‘틈새시장’ 포착을 넘어 미국 내 유동성이 메말라가고 있는 ‘악재’로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즉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에 따라 유동성 확보에 차질을 빚게 된 중소형 은행, 핀테크 금융기관, 미들 마켓들이 현재 울며 겨자 먹기로 사모펀드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자국 경기 곳곳에서도 연준발 고강도 통화 긴축으로 인한 부정적 여파가 본격적으로 고개를 쳐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현상은 연준의 역레포 시장을 들여다보면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레포(Repo)가 은행, 보험사, 펀드 등 자금 수요가 있는 금융기관이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을 담보로 연준에서 초단기로 돈을 빌리는 시장이라면, 역레포 시장은 자금 여력이 충분한 금융 기관이 연준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시장을 의미한다. 역레포 시장은 곧 금융 시스템에 남아 있는 유동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역레포 시장 추이/출처=Fred

위 ‘역레포 시장 추이’ 그래프를 보면, 연준이 코로나 이후 경기부양 차원에서 광범위한 양적 완화를 시작한 2020년을 기점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역레포 잔고는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연준이 지난해 3월 금리를 지속적으로 끌어 올리고 국채 매입 규모를 급격하게 줄이는 등 공격적 긴축 기조로 돌아섬과 동시에 최근엔 미국채 공급을 크게 확대하면서 올해 하반기 역레포 규모는 1조 달러(약 1,323억원) 넘게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한때 2.5조 달러(약 3,306조원)에 육박했던 역레포 유동성은 불과 5개월 동안 60%가 소진됐고, 지난 6개월간 추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3~4개월 안에 역레포 시장 유동성이 다 말라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연준이 고금리 정책을 무한정 유지하진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연준은 시장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낮추기 위해 통화 정책에 대한 매파적인 스탠스를 취해오고 있었다. 만약 사람들이 추후 인플레이션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면, 물가가 오를 것이란 생각에 사재기에 나서면서 실제 물건값도 오르게 된다. 이렇듯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실물 시장 및 금융 시장에 자기 현시적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연준은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공개 연설 등을 통해 연이어 매파적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 미국 중소형 은행, 핀테크 부문, 미들 마켓 등 곳곳에서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신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데다, 역레포 시장 관점에서 시중 유동성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만약 연준이 지금처럼 양적 긴축 및 고금리 기조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와중에 미국 정부가 국채까지 발행하면 결국 자국 경제에 곧 심각한 문제가 터지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배적이다. 즉 시장의 인플레이션의 기대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연준의 고금리 행보는 현재 ‘타임어택’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2일 FOMC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Fed 유튜브

미국의 중국 유동성 압박도 더 이상은 불가능

이는 그간 미국이 중국에 은밀하게 가해왔던 유동성 ‘압박’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된다는 뜻과도 같다. 지난 2015년을 살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금리 인상 사이클에 진입했던 시점에 재닛 옐런 당시 연준 의장은 잠시 금리 인상을 동결한 바 있다. 당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연설에서 옐런 의장은 기축 통화인 달러의 유동성을 급격하게 흡수하면 글로벌 금융 불안정을 초래한다며 금리 인상 동결의 배경을 설명했으나, 시장에선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로 위안화 가치 절하를 겪게 된 중국이 통화 정책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휴식을 마련했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중국의 비구이위안발 부동산 위기를 사실상 무시하고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가고 있다. 실제 9일에도 파월 의장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콘퍼런스에서 “FOMC 물가 안정 목표인 인플레이션율 2%의 목표의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우리가 그런 정책 기조를 달성했는지 확신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지난 2년에 걸쳐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매파적 태도를 유지했음에도 불구, 이날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현재 각종 경제 이벤트 및 지표들이 설명해 주고 있듯, 이같은 미국의 고금리 유동성 압박은 더 이상 중국 견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만큼 고금리발 중국 ‘옥죄기’ 또한 오래 유지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