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경상수지 54억 달러 흑자, “에너지 가격 하락에 수입 14% 줄어”
1년 전보다 수출 2.4% 줄어든 반면, 수입은 14.3% 감소 에너지 수입가격 하락 영향으로 원자재 수입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 중동 전쟁 확대될 경우 에너지 가격 변동으로 ‘경상수지’ 흑자 폭 줄어들 여지도
9월 경상수지가 다섯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수입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상품수지 흑자가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며 경상수지 흑자를 주도한 것이다. 다만 올해 1~9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65%에 불과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확대됐던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최근 잦아든 가운데,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경상수지 흑자 폭 또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 지난해 9월 흑자보다 2배 이상 증가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경상수지는 54억2,000만 달러(약 7조86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8월 49억8,000만 달러(약 6조5,114억원) 흑자에서 4억4,000만 달러(약 5,753억원) 늘었으며, 지난해 9월 흑자(20억9,000만 달러)보다는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최근 5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7억9,000만 달러) 적자에서 5월(19억3,0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선 이후 6월(58억7,000만 달러), 7월(37억4,000만 달러), 8월(49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1~3분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65억8,000만 달러(약 21조6,783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257억5,000만 달러)의 65% 수준으로 줄었다.
항목별로 보면 9월 상품수지는 74억2,000만 달러(약 9조7,016억원)를 기록하며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흑자 기조가 이어졌다. 그러나 수출은 556억5,000만 달러(약 72조7,624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 수출이 23개월 만에 감소한 이후로 13개월 연속 감소세가 지속되는 셈이다.
반면 서비스수지는 31억9,000만 달러(약 4조1,70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여행수지가 9억7,000만 달러(약 1조2,683억원) 적자를 기록한 영향이다. 출국자 수가 전월 대비 3.6% 감소하고, 입국자 수가 0.8% 늘어난 가운데 연구개발서비스 등 기타사업서비스에서 12억9,000만 달러(약 1조6,867억원) 적자가 이어졌다. 이는 전달(-2억6,000만 달러) 대비 5배를 상회하는 수치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이 늘면서 15억7,000만 달러(약 2조528억원) 흑자를 나타냈다. 또한 금융계정도 순자산 45억2,000만 달러(약 6조원)가 증가했다. 직접투자에선 내국인 해외투자가 20억 달러 증가하고, 외국인의 국내투자에선 3억5,000만 달러가 늘면서 전체 16억5,000만 달러(약 2조1,574억원)에 순자산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 한편 증권투자에선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65억7,000만 달러(약 8조5,903억원) 늘어난 반면,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13억7,000만 달러(약 1조7,913억원) 증가에 그쳤다.
5개월 연속 흑자 배경과 하반기 전망
경상수지 흑자폭이 대폭 상승한 이유는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9월 상품수지 가운데 수입(482억3,000만 달러)은 14.3% 줄어들며 감소액과 감소율 모두 수출을 크게 상회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80억2,000만 달러(약 10조4,797억원)나 감소했다.
수입이 크게 감소한 데는 에너지 수입가격 하락의 영향이 컸다. 원자재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한 가운데 품목별로는 가스, 석탄, 원유의 수입액 감소율은 각각 63.1%, 37.0%, 16.2%에 달한다. 여기에 반도체(-21.4%), 수송장비(-5.4%), 반도체 제조장비(-2.1%) 등 자본재 수입도 12.2% 줄었고, 곡물(-30.3%)·직접소비재(-8.9%) 등 소비재 수입 역시 9.0% 축소됐다.
앞으로도 원자재 수입은 지속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달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던 국제유가가 최근 들어 전쟁 발발 이전으로 떨어지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 압박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7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 등에 따르면 12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77.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률은 2.7%(3.45달러)로 지난달 4일 이후 최대를 기록했으며, 종가 역시 지난 7월 21일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12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배럴당 81.61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지속됨에 따라 국제유가와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당분간 심한 변동성을 나타낼 가능성도 작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기조 반전 가능성, 미국의 대이란 추가 제재로 인한 이란산 원유 공급 감소 가능성,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제재 완화 가능성 등 원유 공급량 관련 변수가 많아 중장기적인 에너지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운 탓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유가가 10% 상승 시 수출금액과 수입금액은 각각 0.2%, 0.9% 정도 증가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될 공산이 크다. 특히 원유·석유제품·천연가스 등 전체적인 에너지 가격이 10% 상승하면 국내 기업의 생산비용이 0.67%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마저 확대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상, 세금 인하, 환율 안정화, 기업 비용 부담 절감 등의 정책으로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 참여, 에너지 비축 재고 확대, 자원외교 지속 추진 등의 대응을 이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