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화물 사업부 매각가, 8천억 vs 3천억, 가격 합의 될까?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희망가는 8천억, 인수 후보자들은 2~3천억 금융 시장 회복 중인 데다 EU·미국·일본 정부에 합병 승인도 받아야 대한항공은 느긋한 입장, 급하게 팔아야 되는 상황 아니야
지난 2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이 확정된 가운데, 적정 매각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매각을 희망하는 대한항공은 8,000억원 가량을 요구하는 가운데,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는 원매자들은 최대 3,000억원 이상을 쓰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2일 이사회를 통해 화물사업부 매각을 의결했다. 공시 후 대한항공은 해당 사안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제출했다. 약속했던 지난달 31일보다 3일 늦었지만 협상에 진통이 있었던 만큼 EC는 시정조치안을 기반으로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8천억은 받아야 한다 vs 3천억 이상 쓰기 어렵다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내부적으로는 화물사업부가 연간 조 단위의 매출액을 내고 있는 데다, 인수 후보자들의 기업가치 증대에 크게 도움이 되는 만큼, 8천억원 가량의 매각 가액을 예상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지난달 대한항공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인수 희망가액으로 대부분 2천억~3천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측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LOI를 제출한 기업들은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티웨이항공, 에어인천 등이며, 그 외 사모펀드들 일부 및 국내 대기업들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희망가격과 인수 희망가액이 큰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가격 차이가 좁혀지기 전에는 매각 작업이 쉽사리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화물사업부가 가진 부채를 인수자가 상당액 떠안아야 하는 데다, 인수 이후에도 노후 항공기 교체, 인력 관리 등에 추가자금 투입이 필요한 만큼 지분인수 자금에 과도한 집행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 진행 과정 드러났듯이 노조의 저항이 격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속칭 ‘합병위로금’ 등의 명목으로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금액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한항공 측의 희망가액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항공 내부 관계자들은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대형 조직인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꾸준히 이익을 냈던 알짜 사업인 만큼, ‘캐시카우’를 노리는 기업들에게 수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조8천억원의 인수 자금을 댄 데 이어 신규로 다시 1조원의 추가 자금을 집행하기로 결정하는 등 이번 매각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2020년 HDC현대산업개발 인수 가격은 2조5천억원
업계에서는 2020년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2020년 당시 인수 가격이 2조5천억원이었던 사실과 코로나19 이후 경영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 화물사업부의 가치 평가가 이번 딜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019년 12월 정몽규 HDC현산 회장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30.77%를 3,228억원에 인수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2조1,772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기로 계약을 맺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계약을 파기한 바 있다.
이어 이동걸 당시 산업은행 회장이 1조원을 깎아주겠다며 산업은행과 HDC현산이 각각 1조5천억원 씩의 자금을 투입해 경영 정상화를 요구했던 부분도 입방아에 올랐다. 합계 3조원의 가치가 당시 매각 대상 지분에 반영됐던 만큼, 화물사업부에 8천억원을 요구하는 대한항공의 입장도 충분히 납득할만 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현재 인수 전에 뛰어든 기업들이 대부분 자금력이 부족한 저비용 항공사라는 점과 사모펀드들이 인수 전 참여를 조율하고 있을 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다는 점에서 결국 8천억원을 관철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자율 동결을 선언한 이후 장기채 금리가 크게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 상황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점을 들어, 대한항공이 매각을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금융시장 위축 탓에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된 가격이 책정된 것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시장 회복을 기다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EU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정부의 합병 승인도 기다려야
한편 관계자들은 EU 집행위원회의 승인이 바로 확정되는 것도 아니고, 매각 기한을 정한다거나 1차, 2차 등으로 연기될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급하게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더욱이 미국, 일본 정부의 합병 승인도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실제 매각이 이뤄지는 것은 내년 하반기 혹은 2025년 상반기를 지나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주가 회복도 관련 요소다. 지난 1월 한때 주당 15,750원까지 뛰었던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지난 10월 9,090원까지 떨어졌다가 현재는 10,0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물사업부 매각안이 이사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2일 잠깐 12,000원대까지 치솟았던 점을 들어, 항공업계 상황이 개선되고 화물사업부 매각안이 본격화될 경우 주가가 더 뛸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는 주식시장 기준으로 7,60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경영이 정상화되고 현금흐름이 원활하게 창출될 경우 2019년 12월 HCD현산의 인수가액이나 대한항공의 2020년 11월 인수가액에 걸맞은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