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되는 청약 시장, 청약자들 “분양가보다 시세 낮아지면 어떡하지”
청약 점수 커트라인 20~30점 대로 떨어진 서울 아파트들 속속 나타나 다만 '프리미엄' 아파트들은 여전히 분양 인기↑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으로 신중해진 투자 심리 반영된 결과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청약 시장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묻지마 청약’을 했던 과거 부동산 시장 과열 시절과 달리, 이젠 속칭 ‘프리미엄’ 브랜드 아파트로 청약이 쏠리고 일반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청약 수요는 식는 등 양극화 추세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금리 장기화, 국제 정세 불안 등 대내외적 경제 변수로 인해 분양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세가 분양가를 웃돌 것 같은 매물을 선별적으로 고르겠다는 투자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청약 시장 열기 꺾이나
이번 달 들어 청약 시장 열기는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5~9월 동안 매월 서울 아파트 청약 평균 당첨 점수는 60점대로, 작년 2~11월까지의 평균 당첨 가점인 40~50점 대비 10점 넘게 뛰었다. 당시 광진구 ‘롯테캐슬이스트폴'(67점), 용산구 ‘용산호반써밋에이디션'(63점), 성동구 ‘청계SK뷰'(62점) 등 인기 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커트라인이 60점을 웃돌기도 했다. 관악구 ‘서울대벤처타운역푸르지오'(51점)과 구로구 ‘호반써밋개봉'(40점) 등 외곽지역 단지도 최저 가점이 40~50점대였다.
특히 이달 분양한 도봉구 ‘도봉금호어울림리버파크’의 커트라인은 27점까지 떨어졌다. 최저 가점(27점)이 나온 84C형의 경우, 최고 가점도 고작 43점에 불과했다. 지난달 공급된 강동구 ‘천호역마에스트로’에선 22점짜리 당첨자도 나왔으며, 심지어 ‘안양자이더포레스트’, ‘의정부푸르지오클라시엘’, ‘트리우스광명’ 등 경기 주요 지역 단지에서는 최근 27점의 접수자가 당첨을 거머쥐기도 했다. 27점은 부양가족이 없는 30대 초·중반 무주택자가 20대 초반에 청약통장을 개설해 꾸준히 돈을 넣었다면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고금리와 국제 정세 불안 등의 영향으로 금융비용, 인건비, 자잿값 등 공사 원가가 모두 오르면서 분양가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또한 고분양가에 아파트 매수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가운데, 주택 수요자들 사이에서 청약에 대한 관심도 낮아졌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3,215만원으로 1년 전 대비 14.6% 상승했다.
인기 있는 아파트는 고금리 무색하게 청약 몰리는 중
다만 이같은 대내외적 경제 변수에도 불구, 여전히 분양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파트도 적지 않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양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실례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동탄 레이크파크 자연&e편한세상’에는 최근 분양에 청약 통장 약 13만 개가 쏟아졌다. 이는 올해 최다 청약 건수로, 경쟁률 또한 370대 1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인천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인 ‘검단신도시 롯데캐슬 넥스티엘’에 2만 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청약에 몰리며 1순위로 마감됐다. 청주의 ‘신영지웰 푸르지오 테크노폴리스 센트럴’과 파주 운정신도시의 ‘운정자이 시그니처’에도 4만 건 안팎의 청약 건이 몰렸다.
이같이 인기가 높은 서울 아파트들의 경우 청약 당첨 가점 평균도 상반기보다 9점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청약을 받은 서울 아파트의 평균 최저 당첨 가점은 55.4점으로, 올해 상반기(46.5점)보다 8.9점 오른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37.3)점과 비교해도 18점 이상 상승했다. 여기에 2024년에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인 1만여 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들의 청약 시장 경쟁률은 내년에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무턱대고 청약 시장에 진입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처럼 동기간 청약 시장에 ‘온탕’과 ‘냉탕’이 공존하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역과 단지별 청약 열기 양극화 현상이 추후에도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미래 불확실성도 커진 만큼, 수요자들이 무턱대고 청약 시장에 진입하기보다는 선호 지역, 단지 규모, 브랜드 여부 등에 따라 ‘실패하지 않을 것 같은’ 아파트에 선별적으로 자금을 집어넣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7월 부동산 시장 분석 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도급 순위 상위 10대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상반기 시공한 아파트들은 1순위 평균 14.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10대 건설사가 아닌 현장들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3.3대 1로, 10대 건설사보다 경쟁이 약 4배가량 차이가 났다. 이에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분양시장에서 이른바 ‘프리미엄’ 브랜드 단지들이 주목받는 건 입지와 상품성이 여타 아파트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라며 “지역에 따라 ‘탑 10’인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의 시세는 크게는 억 단위로 차이가 나는 등 높은 브랜드 선호도가 시세 또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준공 때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질 위험을 관리해 주는 서비스인 KAP한국자산매입의 ‘헷지했지 안심매입약정’이 출시되기도 했다. 사용자들은 해당 서비스를 통해 준공 이후 특정 시기에 분양권을 취득 원가에 팔 수 있다. 즉 약정을 통해 주택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질 위험을 없앨 수 있는 것이다. KAP한국자산매입 관계자는 “과거 주택 시장이 과열됐던 시기엔 청약 시장에 너나 할 것 없이 수요자가 쏠렸던 만큼 부동산 투자자들이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를 밑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으나, 지금처럼 청약 시장이 양극화된 시기엔 수요자들이 청약에 신중한 것은 물론, 분양 이후에도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질 위험을 크게 걱정하게 됐다”며 “미래 불확실성을 해소하길 원하는 많은 청약 수요자들이 현재 당사 서비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