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3분기 GDP 5.2% ‘껑충’, 가파른 경제 성장 대가 치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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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주용 재고투자·지방 정부지출 상향 조정
시장 경제 이끄는 개인소비지출은 ‘뒷걸음질’
“단순 불황 아닌, 역성장 다가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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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5.2%를 기록하며 당초 속보치인 4.9%보다 소폭 상향 조정됐다. 이는 2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이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락과 급등을 반복했던 것을 제외하면 10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시장에서는 10월 이후 미국 내 소비지출과 노동시장이 경색됐다는 점을 들어 4분기 경제성장률이 다시 1~2%대로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물가 역성장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준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팬데믹 여파 벗어나며 GDP-GDI 동반 성장

29일(현지 시각) 미 상무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5.2%(잠정치)로 집계돼 지난 10월 발표된 속보치인 4.9%보다 0.3%p 상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5.0%를 웃도는 수준이며, 지난 2021년 4분기(7.0%) 이후 가장 큰 폭의 성장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다수의 현지 매체는 “팬데믹 종식과 함께 방역 조치를 해제한 이래 가장 가파른 분기 성장률”이라고 평가했다.

상무부는 GDP 잠정치 상향 조정의 배경으로 비거주용 재고투자와 지방 정부지출이 높게 조정됐다는 점을 꼽았다. 다만 이 기간 개인소비지출(PCE)은 속보치의 4.0%에서 0.4%p 하향 조정된 3.6%로 수정됐다. 일부 속보치보다 낮아진 부문이 있지만, 탄력적인 고용시장과 서비스 지출이 전반적으로 견조한 경제성장률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날 GDP 잠정치와 함께 발표된 3분기 국내총소득(GDI) 상승률도 2분기(1.0%) 대비 증가한 1.5%로 나타났다. GDI는 한 국가 안에서 모든 경제주체가 서비스 및 재화 생산에 참여한 대가로 벌어들인 소득의 총합을 나타낸 수치로, GDP와 함께 경제 성장의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미국 경제는 고금리와 고물가의 이중고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시장에서는 4분기부터 미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잉여저축이 고갈되며 소비가 위축되고, 고금리 장기화와 학자금 대출 상환 등이 재개되면서 경제 성장에 먹구름이 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소매판매는 지난 10월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에 접어들었으며, 같은 달 신규 일자리 창출 역시 전월 대비 절반 수준인 15만 개에 그치면서 성장 둔화 전망에 힘을 실었다.

한국은행 역시 22일 발표한 ‘미국 소비 호조의 배경과 향후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제 성장률 둔화를 예상했다. 한은은 지난 8월 기준 미국의 가계저축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6.2%)을 훨씬 하회하는 3.9%에 머물고 있다며 남아 있는 잉여저축의 상당 부분을 소비성향이 낮은 소득 상위 20% 계층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소비시장은 빠른 속도로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분기 경제 성장률 둔화 전망과 관련해 그레고리 다코 EY파르테논 수석 경제학자는 “3분기에 보여준 급성장이 미국 경제가 앞으로도 꾸준히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국민들의 부채 상환 부담은 증가하는 동시에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어 소비자와 기업의 지출 능력이 위축되는 등 성장의 열기가 식을 날이 곧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비 위축과 일자리 감소가 의미하는 것은?

일각에서는 가파른 인플레이션을 되돌리려는 시장의 움직임이 디플레이션으로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디플레이션(Deflation)은 경제의 역성장을 의미하는 말로, 단순 경기 불황을 의미하는 디프레션(Depression)과 엄격히 구분된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부동산 등 대규모 자산을 비롯해 전반전인 소비자 물가가 하락하며 화폐의 가치가 급등한다.

화폐 가치 급등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구매를 최대한 미루는 경향을 보인다. 구매 후 상품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떨어지는 칼’을 피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미국의 민간 소비 둔화가 한창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이같은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근거가 된다.

일자리 감소 역시 디플레이션의 전초 증상이다. 소비가 감소하면 상품의 재고는 점점 늘어나게 되고, 자연스럽게 생산에 투입되는 인력은 줄어든다. 상품성을 잃은 물건들이 시장에 쌓이게 되고, 실업률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게 된다. 단순 경기 불황보다 훨씬 강한 파급력을 몰고 오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것”이라고 짚으며 “디플레이션은 기업의 가격 결정력을 잃게 만들고, 향후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해 주식시장을 비롯한 전체 자본시장에 큰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은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물가 상승률 둔화)이나 디프레션이 아닌 디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