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 시장의 유능한 인재들, ‘돈 버는 곳’으로 이동
고금리·긴축재정 영향으로 기업 자금 조달 어려워져 PE·VC 총 투자금, 전년 대비 각 16.6%, 47% 감소 적정 인력, 직원 구성, 임원 수 등 인력 구조 검토 중
2년 전만 해도 PE(Private Equity) 시장의 초호황으로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탈(VC) 등을 중심으로 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높은 투자 수익을 올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책 자금이 투입됐고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펀드 결성부터 투자금 회수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최적의 환경이 조성된 영향이다. 이 시기 인수합병(M&A), 주식 등 자본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투자 운용사들의 실적이 고공행진했고,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업종들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자본시장 불황·실적 악화로 고용도 위축
팬데믹 기간 동안 자본시장의 호황이 이어졌지만 지난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고금리와 대출 감소, 긴축재정에 따른 유동성 공급의 제한 등으로 인해 자본시장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올해는 딜메이킹(거래성립), 펀드레이징(자금모집), 엑시트(투자금회수) 등 자금 조달의 전 과정에 걸쳐 기업과 투자 운용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글로벌 PE시장 자금 조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PE와 VC가 확보한 투자금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6%와 47% 감소했다.
특히 투자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은 초대형 펀드에 큰 타격을 줬다. 지난달 세계적인 PE 운용사 칼라일그룹(Carlyle Group)은 아시아 지역의 투자 목표액을 30% 하향 조정했고 미국의 PE 운용사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도 주요 펀드의 규모를 줄였다.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용도 악화했다. PE 운용사들은 유능한 인재들을 그대로 둔 채 운영 역량을 유지하고 싶어 하지만 실적 하락으로 인해 인력 구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리쿠르팅 회사들에 따르면 최근 PE 시장의 기업들이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고용이 위축되고 있다. 자산관리 컨설팅 기업 존슨어소시에이츠(Johnson Associates)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앨런 존슨(Alan Johnson)은 “예를 들어 회사가 당초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의 투자금 유치를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13억 달러(약 1조7,000억원)만 확보했다면 자금 규모에 비해 직원 수가 많아진다”며 “이는 거래, 분석 등 관련 업무에 과다한 인력이 투입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적정한 인력 규모와 직원의 구성, 임원 수 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는 저성과자에 대한 감원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황기 고용 확대했지만 향후 감원 가능성 있어
이는 PE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오던 지난 10년간의 상황과는 명확한 대조를 보인다. 존슨 대표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자본시장의 호황이 무한정 지속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고 많은 기업들은 고용을 확대했지만 이제는 남아도는 인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현재 기업들은 적정 인원 수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올해 들어 두 차례 감원을 발표했고, 칼라일그룹도 미국 지사의 직원을 감축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특정 산업에서 불황이 심화되면 실적이 안 좋은 기업의 인력들이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이동한다. 하지만 PE 시장의 인재들은 동종 업계에서 이직하거나 구직 활동을 하고 있어 당분간은 PE 시장의 불황이 유능한 인재의 대규모 이탈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헤드헌팅 기업인 하이드릭앤스트러글스(Heidrick & Struggles)의 파트너 존 루비네티(John Rubinetti)는 “유능한 인재들은 실적이 우수한 상위 50%의 PE 운용사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며 “감원 등으로 재취업이나 이직을 희망하는 인력 대부분도 여전히 PE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쿠르팅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여전히 PE나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 부문에서 일하고 있으며 다른 경력을 모색하는 일부 인재들도 크레딧 투자, 투자 전략 컨설팅 등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분야에서 일하거나 운용사의 기획·경영 등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경영 컨설팅 회사 콘 페리(Korn Ferry)의 북미 지역 총괄 프랑수와 오제레(Francois Auzerais)는 “안정적으로 실적을 유지하는 기업들은 더 높은 급여를 제시해서라도 PE시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최고의 인재들을 채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간 재정 격차 심화, 고용에도 영향 미칠 것
올해까지는 이들의 급여, 인센티브 등에 대한 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드릭앤스트러글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PE 시장의 기본급 증가율은 지난해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성과급도 전년 대비 1% 감소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PE 운용사들이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직 그 영향이 인력 구조나 급여에는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자금 감소의 영향은 수년 내 고용이나 인력 구조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존슨 대표는 “만약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내년까지 지속된다면 PE 시장에서 기업 간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며 “과거 펀드레이징에 성공해 충분한 드라이 파우더(미소진 자금)를 확보한 기업들과 올해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한 기업 간의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년 안에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의 인력들은 결국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게 될 것”이라며 “다만 아직까지는 그러한 단계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