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경고에도 랠리 이어진 미국 금융시장,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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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 내년 3월 25bp 인하 가능성 55.1%로 올라
‘물가지표 둔화세 지속 및 노동시장 둔화 조짐’ 등 금리인상 종료 신호 뚜렷
‘S&P500 지수 연고점 경신,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 급락’ 등 에브리싱 랠리 이어져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 10월 20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Fed 유튜브 갈무리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피벗(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전환)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리 선물시장의 내년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50%를 넘어선 데다, 줄곧 긴축 기조를 강조해 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일부 인사들도 현재 금리 수준이 충분히 제약적임을 인정했다. 이같은 기조에 발맞춰 미국 주식시장 3대 지수 모두 5주 연속 주간 상승세가 이어졌으며, 채권 시장에도 국채 금리가 급락하는 등 훈풍이 불고 있다. 이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부푼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등 경고성 발언을 꺼냈지만, 시장은 오히려 비둘기파적 발언으로 해석하며 랠리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물가지표 발표 이은 연준 인사 발언에 ‘금리인하’ 기대감 고조

3일(현지 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내년 3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연 5.25~5.50%) 대비 25bp 인하될 가능성을 55.1%로 반영했다. 지난주 21.0%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일주일 새 분위기가 달라진 셈이다. 지난주 0%였던 50bp 인하될 가능성도 8.3%로 올라섰다.

이러한 전망의 변화는 지난달 30일 발표된 미국의 물가 지표가 여전히 둔화세를 나타내면서 시작됐다.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있다는 신호가 지속될 경우 연준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0% 상승했다. 지난 8월(3.4%)과 9월(3.4%)보다 상승 폭이 감소했으며 시장 예상치(3.1%)보다도 낮았다. 연준이 금리 결정에서 중요시하는 지표인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 역시 전년 대비 3.5% 상승하며 2021년 4월(3.2%) 이후 최소 상승 폭을 기록했다.

견고했던 노동시장도 둔화 조짐이 일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집계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한 주 전보다 7천 건 늘어난 21만8천 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한 주 전보다 8만6천 건 많은 192만7천 건으로, 2021년 11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많았다. 이는 해고된 노동자가 새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지고 있으며, 향후 물가 상승세가 더욱 둔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연준 인사들의 변심도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연준 내 핵심 매파로 꼽혔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꺼낸 것이 대표적이다. 월러 이사는 지난달 28일 “현재 미국의 통화정책이 경제 과열을 식히고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에 적절하다 확신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장의 금리 인상 종료 관측에 힘을 실었다. 잇따라 금리 인상을 요구해 온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현재 통화정책은 정책 입안자들이 물가상승률이 목표인 2%로 잘 되돌아가고 있는지 지켜보면서 정책을 판단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며 생각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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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 ‘긴축 언급’에도 앞서가는 시장

시장 분위기가 바뀌자 파월 의장은 경고에 나섰다. 그는 지난 1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스펠만대학에서 열린 헬렌 게일 총장과의 대담에서 “만일 연준의 통화정책을 더욱 긴축적으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 통화정책이 충분히 제약적인 기조에 있다고 자신 있게 결론짓긴 너무 이르며 정책이 언제 완화될지에 대해 전망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 뒀다.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는 시장을 진정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였던 발언이지만, 시장은 오히려 반대로 움직였다. 이날 S&P500 지수는 26.83포인트(0.59%) 상승한 4594.63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으로 지난 7월 31일의 연고점(4588.96)을 경신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역시 78.81포인트(0.55%) 상승한 14305.03에 장 마감했으며, 3대 지수 모두 5주 연속 주간 상승세를 이어갔다.

채권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미국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증시 마감 무렵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22%로 전날보다 12bp 떨어졌다.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수익률도 같은 시간 4.56%로 전날보다 14bp 급락했다. 이 밖에도 뉴욕시장 내 금 선물 가격도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로 올라섰으며,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 역시 전장보다 0.24% 밀린 103.24를 기록했다.

금융시장의 격한 반응은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을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한 영향이 크다. 기존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매파적 발언을 우려했던 시장엔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파월 의장은 이번 발언에서 시장이 앞서가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들었다”며 “시장은 추가 긴축을 할 수 있다는 발언보단 현 기준금리가 제한적인 영역에 깊이 진입(well into restrictive territory)하면서 통화정책이 경기를 예상대로 경기를 둔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에 더 귀를 기울였다”고 분석했다.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올해 마지막으로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13일에 열릴 예정이다. 이날 FOMC 역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인사들이 통화 정책과 관련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