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 ‘2차 형제의 난’ 발발에 상한가 직행, 공개매수 실현될까
장남 조현식 고문,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 나서 매년 급증하는 공개매수, 성패 가르는 요인은? 결과적으로는 주가 상승, 개인투자자들 차익 실현 기회
‘형제의 난’이 재발되면서 적대적 경영권 분쟁이 발발한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가 5일 증시에서 전 거래일 대비 5,030원(29.90%)폭등한 2만1,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가 20% 이상 폭등한 상태에서 형성된 데다 장중 내내 강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손잡고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발표하면서 연출된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과거 성패가 엇갈린 다른 공개매수 사례들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MBK파트너스 공개매수 공시에 곧장 ‘상한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고문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공개매수에 나섰다. MBK의 공개매수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는 오는 24일까지 한국앤컴퍼니 지분 20.35~27.32%를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조 고문과 그의 손을 잡은 누나 조희원씨의 합산 지분율은 현재 29.54%에서 50~57%까지 높아진다. 이 경우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 42.03%보다 많은 지분을 갖게 되는 만큼 경영권 확보에 있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선 지난 2021년 사실상 종식된 것으로 평가됐던 한국타이어 ‘형제의 난’이 재점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조 명예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 전량인 23.59%를 차남인 조현범 회장에게 블록딜(대량 매매)로 매각하면서 다툼이 발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조 명예회장의 정신 감정 등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결국 블록딜이 성사되면서 조현범 체제가 구축되고 형제간 갈등이 종결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조 고문이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20% 이상 주식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문이 나온다. MBK는 주당 매수가격을 2만원으로 정했는데, 이날 공개매수 공시 이후 주가가 2만1,850원까지 치솟았다. 이로써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전날 1만6,820원에서 29.90% 급등해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즉 기존 공개매수가격으로는 개인주주가 조 고문 측 주식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공개매수에 응모하는 주식이 최소 목표인 20.35%에 미치지 못하면 공개매수는 취소된다.
이에 MBK파트너스는 일단 공개매수단가를 높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MBK 측은 “공개매수수량이 최소 목표에 미치지 못하면 공개매수는 없던 일이 될 것”이라며 “그 경우 주가가 회귀해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조 회장 측도 대항 공개매수에는 나서지 않을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조 회장 개인 및 우호 지분 등을 고려하면 경영권에 당장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당장 공개매수 및 대응매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주주들에겐 시세 차익의 기회
그간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공개매수가 이제는 흔한 풍경이 됐다. 올해 초 SM엔터테인먼트를 두고 하이브와 카카오가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 결정적인 카드로 사용됐던 공개매수는 이번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공개매수란 특정 기업의 주식 매입 기간·가격·수량 등을 미리 제시한 후 주식시장 밖에서 공개적으로 매수하는 것을 일컫는다. 주로 경영권 분쟁이나 적대적 인수합병(M&A) 또는 상장폐지를 위한 잔여 지분 확보에 의의를 두고 있지만, 그간 국내에선 공개매수를 통한 M&A는 사실상 없었다. 굳이 공개매수를 하지 않아도 소수의 지배주주와 사적 협상을 통해 인수가 가능한 데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다 보니 소요되는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투자자들이 경영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주주행동주의’에 힘이 실리면서 시장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최대주주로부터 일부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이브·카카오의 경영권 분쟁에 앞서 SM을 상대로 공세를 가한 것도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였는데, 이를 계기로 공개매수 대결이 벌어지는 등 인수전이 격화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지난 4월 일신방직이 자사주 134만 주를 공개매수한 것도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함이었다.
그러나 모든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하이브의 경우 에스엠 인수를 목적으로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공시 직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공개매수에 실패한 바 있다. 하이브는 당초 공개매수로 25%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었으나 0.98% 매수에 그쳤다. 이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이브가 SM 공개매수에 실패했던 사례 등을 봤을 때 공개매수는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다”며 “공개매수는 주당 얼마에 몇 주를 팔겠다고 밝혀야 하는데, 그 정도의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단 보장이 없고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이 얼마만큼 응하느냐에 따라 성패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투자자들은 기존 주가보다 공개매수가가 높은 경우처럼 공개매수가격이 매력적이라면 이를 활용해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단 장점도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의를 요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개매수마다 매수 조건이 다른 데다, 경영권 분쟁이 잦아들면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보가 늦은 개인투자자들은 추격 매수를 하다 큰 손해를 보기도 한다. 실제로 올해 초 하이브·카카오의 SM 인수전 당시 SM의 주가는 최고 16만1,20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16만원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