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 “삼성물산 조직 개편 시급”,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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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리서 “기업 가치 낮추는 요인 해소 가능”
순탄치 않은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소각
경영 안정-주주가치 증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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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전자

영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Palliser Capital)이 삼성물산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을 재분배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면 지금보다 기업가치가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의 또 다른 투자자 시티오브런던 인베스트먼트 등이 앞서 조직 개편을 요구하는 등 꾸준히 이같은 주장이 제기돼 왔다는 점을 들어 실제 조직개편보다는 주가 부양을 위한 액션으로 풀이하고 있다.

“자사주 대거 매입해 지주사 전환해야”

6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팰리서캐피탈(이하 팰리서)이 삼성물산에 조직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삼성물산의 지분 0.62%를 보유 중인 팰리서는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헤지펀드로, 투자 대상 기업의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며 경영에 개입하는 것으로 시장 내 정평이 나 있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팰리서는 삼성물산에 현금성 자산 활용을 비롯해 지배구조, 이사진과 주주 간 소통방식 변화 등 경영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주 친화적 환경을 위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를 확대하고, 자본 배분 능력을 입증한 전문가를 이사진에 추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는 삼성물산 내 4개 사업부에 대한 통합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 결정권을 통합해서 효율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취지에서다. 나아가 사업 가치 극대화를 위해 일부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분사 후 기업공개(IPO)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팰리서 내에서 이번 삼성물산의 지배 구조 개편을 주도하고 나선 핵심 인물은 제임스 스미스 최고 투자책임자(CIO)로, 스미스 CIO는 과거 엘리엇인베스먼트에서 펀드매니저를 역임하던 당시에도 2015년 추진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서는 등 국내 투자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 왔다. 그는 이번 삼성물산의 지배 구조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며 회사가 자사주를 대거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팰리서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삼성물산의 구조 개선에 나선 배경으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꼽을 수 있다. 현재의 낮은 배당률과 부진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기업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팰리서는 삼성물산의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통해 약 170%의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6일 종가 기준 22조2,896억원으로, 팰리서의 조언대로 회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면 250억 달러(약 32조6,75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미스 CIO는 지난 11월 삼성물산 경영진과의 회의에서 “기업 가치를 낮추는 요인들은 일시적인 요인인 만큼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삼성그룹-지배구조

삼성 계열사 지분가치 70% 삼성물산에 집중

이에 앞서 지난 2월 삼성물산은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전체 지분의 5%에 달하는 2조9,000억원 규모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해당 소식이 발표된 2월 16일 기준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는 보통주 2,471만8,099주(13.2%), 우선주 15만9,835주(9.8%)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을 높이는 방식으로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으로 꼽힌다.

다만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계열사의 지분가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자사주 소각은 신중히 처리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삼성물산이 발표한 지난해 3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 최대 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으로 17.9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6.19%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 3인을 포함한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총 33.4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계열사의 지분가치 7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자사주 소각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5%의 자사주를 소각하면 현재 33.47%인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35.23%로 확대되지만, 이를 향후 경영진에 유리한 방향의 의사 결정에 활용한다면 38.47%의 지분을 확보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그룹의 잠재적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서 가장 유리한 포지션에 있다”고 짚으며 “자사주 매각은 경영권 안정화와 직결되는 만큼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은 단기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직적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 인정, 해법은 ‘아직’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준법 경영을 감독하는 기관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삼성준감위)에서도 삼성물산을 비롯한 여타 계열사의 지배구조 불균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물산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현재의 지분 구조로는 경영권이 불안정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것은 물론 회사 입장에서도 각종 리스크 방어에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준법위와 그룹 경영진은 팰리서의 주장대로 삼성물산을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자사주 소각과 관련한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이 역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찬희 삼성준감위 위원장은 “그룹의 수직적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뚜렷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준감위와 회사는 다양한 방안을 연구·검토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