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 고조 “신흥국 채권 투자 내년에도 강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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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현지통화 채권 시장 2009년 이후 최고의 랠리 기록 중
내년 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이에 따른 달러가치 하락 전망의 영향
다만 ‘역대 최대치에 달한 부채 규모’ 등 신흥국 리스크 전혀 없진 않아
멕시코-페소화-지폐_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멕시코 페소화/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남미를 비롯한 신흥국 현지통화 표시 채권 투자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선진국보다 선제적으로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서며 일찍이 금리인하를 시작한 영향이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내년에도 신흥국 채권시장의 강세가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역대 최대치에 달한 부채 규모와 고물가·저성장 리스크 등은 신흥국의 금융불안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요소로 꼽히는 만큼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중남미 국채 약 24% 상승한 반면, 달러 표시 채권은 10% 상승에 그쳐

1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7일까지 중남미 현지 통화 국채가 약 2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달러 표시 채권과 아시아 채권은 각각 10%, 2.4% 상승했고,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채권은 0.4% 감소했다.

중남미 통화 국채 수익률이 현저히 높은 이유는 앞서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중남미 중앙은행들이 일찍이 통화정책 전환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21년 3월 금리 인상을 시작해 지난해 8월 정책금리를 13.75%까지 올린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12.25%까지 낮췄다. 우루과이와 페루 중앙은행도 미국보다 앞서 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이에 따른 달러가치 하락 전망이 나오면서 신흥국 채권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라질 대형은행인 이타우 유니방코 히카르두 나바로는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이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투자자가 신흥국 현지통화로 몰릴 것”이라며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신흥국들이 더욱 완화적 통화정책에 나설 수 있고, 이에 따라 현지 자산의 투자 수익률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의 신흥시장 채권책임자 프라몰 다완도 “신흥국 현지통화 채권시장 지속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이 없으면 지금보다 더 강세일 수밖에 없다”고 점쳤다. 신흥국 채권을 유망하게 보는 전망이 늘면서 실제 채권 발행량도 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신흥국의 현지통화 표시 국채·회사채 발행 규모는 1조5,000억 달러(약 1조9,6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높아진 미국시장

미국 금융시장도 신흥국 채권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내년도 연준의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내년 3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연 5.25~5.50%) 대비 25bp 인하될 가능성은 43%에 달했다. 5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75%에 육박했다.

이같은 기대감은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를 연중 최고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지수는 18.78포인트(0.41%) 상승한 4604.3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3.98포인트(0.45%) 오른 1만4403.97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 국채시장에도 훈풍이 계속돼 이날 10년물 국채금리는 4.23%를, 2년물 국채금리는 4.73%를 기록했다. 불과 2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10년물 국채금리가 4% 후반대에 머물러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미국 금융시장의 고조된 금리인하 기대감은 지난달 30일 발표된 미국의 물가 지표가 여전한 둔화세를 나타내며 시작됐다.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있다는 신호가 지속될 경우 연준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준 인사들의 변심도 한몫했다. 연준 내 핵심 매파로 꼽혔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꺼낸 것이 대표적이다. 월러 이사는 지난달 28일 “현재 미국의 통화정책이 경제 과열을 식히고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에 적절하다 확신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장의 금리 인상 종료 관측에 힘을 실었다.

최근에는 인플레이션 기대치까지 낮아지고 있다. 8일 발표된 12월 미시간대 1년 장단기 기대인플레이션 기대치는 3.1%로 11월 수치(4.5%)에서 급락했다. 5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2.8%로 전달(3.2%)보다 낮아지면서 미국 경기 연착륙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신흥국 금융시장의 리스크 요인 고려해 투자해야

다만 그렇다고 신흥국 채권시장의 리스크 요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신흥국의 부채상환 리스크와 고물가·저성장 리스크 그리고 대외부문이 취약한 점은 신흥국의 금융불안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고금리 여파로 신흥국의 부채 규모는 역대 최대치에 달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와 러-우 전쟁으로 인한 경기침체 대응 과정에서 정부 부채가 큰 폭으로 확대된 영향이다. 실제로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기준 신흥국 총부채(가계, 기업, 정부의 부채 총합)는 101조 달러(약 13경623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 규모는 6조 달러(약 7,760조원)로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부채상환 부담이 어려운 일부 국가에선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물가 관리에 실패한 일부 신흥국에선 경제 펀더멘털 약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전망에 따르면 튀르키예(50.6%), 이집트 (21.6%), 헝가리(17.7%), 폴란드(11.9%), 체코(11.8%) 등의 국가들에선 여전히 두 자릿수 이상의 물가 상승률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엘니뇨(El Niño) 등과 같은 기후변화와 러-우 전쟁 및 중동 분쟁 확산 등으로 원자재 및 식량 가격까지 급등할 경우 물가 관리에 실패한 취약 신흥국들의 경기 하방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글로벌 교역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큰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에도 대외부문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들은 올해와 같은 글로벌 교역 악화 시기에 금융위기와 함께 심각한 경상수지 악화 현상을 경험한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신흥국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과거 위기에 비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신흥국 금융시장의 경우 주요국 통화 긴축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경우 채권시장발 금융불안 발생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뿐만 아니라 이외 산재한 리스크들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등 신흥국발 국내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