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 효과에도 ‘글쎄’, 디플레이션 가시화에 美 소비 위축 우려↑
美 노동시장 냉각,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증가세 인플레 지나고 디플레 온다, 소비세 급감 우려 실물 경기서도 디플레 가시화, 연준 목표치 '2%' 조기 달성되나
미국 경제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소비가 내년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장기화 속 미국 소비가 아직까지는 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계 저축이 줄고 노동시장이 냉각되면서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그나마 블랙프라이데이 효과로 인해 연말 시즌 소매판매가 증가한 모양새를 보였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계속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상황의 심각성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美 경제 위축 우려 증가, 계속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늘어
1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산하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S&P500 재량소비재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내년 중반까지 S&P500 전체의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주식 전략가 지나 마틴 아담스와 마이클 캐스퍼에 따르면 최근 12주간 다수 애널리스트가 S&P500 소비재 부문의 이익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이들은 투자자에 보내는 메모에서 “(소비재 기업들의) 수익성은 유지되고 있지만 내년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매출 전망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1월 미 소매판매가 자체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미 상무부는 11월 미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집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0.1% 감소를 예상했지만 큰 폭으로 웃돌았다. 미 최대 쇼핑 시즌 블랙프라이데이와 온라인 쇼핑 대목인 사이버먼데이 등으로 연말 소비가 호조를 기록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미국 소비가 올해처럼 강세를 지속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고금리로 가계 저축이 줄어들고 신용 여건은 나빠진 상태기 때문이다. 이번 소매 판매가 증가세는 소위 ‘블프 효과’에 따른 단기적인 ‘환각’에 불과할 뿐이란 지적도 쏟아진다. 특히 오랜 기간 강세였던 노동시장이 최근 냉각 조짐을 보이면서 비관적 시선이 더 늘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피어스는 “11월 소매 호조는 전월 소비가 부진해서 나온 결과”라며 “4분기 미국 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은 이전 기간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주(12월 3∼9일)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9,000건 감소한 20만2,000건으로 집계됐지만,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87만6,000건으로 전주 대비 2만4,000건이나 증가했다. 계속실업수당 청구는 10월 이후 상승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곧 미국 내 노동 시장 경직이 안정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지표다.
디플레이션 본격화? “내구재 가격 인하는 이미 가시적”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지나가고 내년부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소비세가 급감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곧 내구재 중심의 상품 디플레이션이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WSJ는 지난 3일 “미국에서 가전제품과 가구, 중고자 등 내구재 중심으로 일부 상품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내년 하반기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인 2%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내구재 가격은 지난 10월까지 5개월 연속 전년 대비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10월 내구재 가격은 지난해 9월 정점과 비교해 2.6%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구재 가격의 하락은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전년비 상승률을 지난해 9월 5.5%에서 지난 10월 3.5%로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근원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다. 디플레이션 현상은 실물 경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건축자재 유통업체인 홈디포의 상품화 담당 부사장인 윌리엄 바스텍은 지난달 콘퍼런스콜에서 “목재와 구리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의 평균 구매 증가율이 억제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서 상품 가격도 하락해 소비자의 구매액이 예전 속도로 늘지 않는다는 뜻이다. 존 퍼너 월마트 미국지사 CEO 또한 “가격 인하 품목이 작년에 비해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내구재를 중심으로 디플레이션 현상이 본격화하자 연준의 통화 긴축 정책이 실물 경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단 평가도 늘어났다. 고금리에 따라 자동차대출,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이자 등이 영향을 받으면서 미국인의 소비 여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용정보회사 이퀴팩스에 따르면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대출의 60일 이상 연체 발생률이 5%였는데 현재는 7%에 육박한다. 마이크 브리슨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체율 상승에 대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증가 속도가 정상(속도)보다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고용시장 활성화 여부 및 임금 상승이 물가를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임금 상승률은 4.1%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인 2~3%보다는 여전히 높았다. 급변하는 미국 시장 경제에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