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글로벌 최대 럭셔리 플랫폼 ‘파페치’ 인수 “190개국 명품 시장까지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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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목적 합자회사 ‘아테나’ 설립, 쿠팡 lnc가 지분 80.1% 보유
파페치, 명품 시장 변화와 과도한 M&A 시도 등으로 최근 부도 위기 내몰려
쿠팡 “명품 시장까지 섭렵해 온오프라인 유통 강자로 자리매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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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외벽에 쿠팡 로고와 태극기가 게시돼 있는 모습/사진=쿠팡

쿠팡이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명품 브랜드를 판매·유통하는 온라인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전격 인수했다. 한때 시가총액이 250억 달러(약 32조4,800억원)에 육박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이커머스로 꼽혔던 파페치는 최근 명품 시장의 변화와 여러 차례 과도한 인수합병 시도 등으로 올해 파산 위기에 몰렸다가 결국 쿠팡에 인수됐다. 쿠팡은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 가성비 생필품 위주의 상품을 판매하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명품까지 폭넓게 취급하는 채널로 소비자들의 인식을 전환해 온오프라인 유통 강자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연 매출 3조 ‘파페치’, 이제 쿠팡 품으로

19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는 파페치홀딩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쿠팡의 글로벌 기업 인수는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된 내용에 따르면 쿠팡Inc와 투자사 그린옥스 캐피탈은 파페치 인수를 목적으로 아테나라는 합자회사를 설립했다. 아테나의 지분은 쿠팡Inc가 80.1%, 그린옥스가 19.9%를 각각 보유한다. 향후 아테나는 인수대금 명목으로 파페치와 대출 계약(브릿지론)을 체결하고 5억 달러(약 6,495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날 쿠팡Inc는 “4,000억 달러(약 520조원) 규모의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리더로 자리매김한 온라인 럭셔리 기업 파페치홀딩스를 인수하기로 했다”며 “(쿠팡의) 탁월한 운영 시스템과 물류 혁신을 파페치의 선도적 역할과 결합해 전 세계 고객과 부티크, 브랜드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쿠팡의 이번 파페치 인수에는 글로벌 개인 명품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포부가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파페치는 명품 분야 랜드마크 기업으로 온라인 럭셔리가 명품 리테일 미래임을 보여주는 변혁의 주체였다”며 “앞으로 파페치는 비상장사로 안정적이고 신중한 성장을 추구하고,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브랜드에 대한 고품격 경험을 제공하는 데 다시 한번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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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파페치

한때 시총 250억 달러 달하던 파페치가 몰락한 이유

포르투갈 사업가 주제 네베스가 2007년 영국에서 창업한 파페치는 루이비통·샤넬·입생로랑 등 글로벌 명품을 판매업체들과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190개국 소비자들에게 50개국 1,400여 개의 글로벌 명품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유수 명풍 브랜드들의 정식 판권을 확보해 모조품 우려를 차단하는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 온 파페치는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이후 스위스 리치몬트그룹과 중국의 알리바바 등으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급속도로 몸집을 불려 나갔고, 온라인 소비가 절정에 달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엔 시가총액이 25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시총은 2.2억 달러(약 2,858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고, 부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기업으로 전락했다. 최근 명품 시장에 불어닥친 변화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표적인 명품 소비 시장인 중국과 미국이 경기 침체로 둔화세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주요 명품 업체들마저 파페치와 같은 외부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온라인 유통을 맡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파페치 매출이 급감한 것이다. 파페치의 올 2분기 매출은 5억7,209만 달러(약 7,43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2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9.26% 줄었다. 연간 총거래액(GMV) 전망치 역시 1분기 49억 달러에서 44억 달러(약 5조7,173억원)로 10.2% 낮아졌다.

여러 차례 과도한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등 과욕도 파페치의 몰락을 가져왔다. 파페치는 당초 명품 브랜드 중개를 통해 30%의 수수료를 받는 사업 모델로 성장해 왔지만, 상장 이후 기존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갑작스럽게 패션 업체들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6억7,500만 달러(약 8,772억원)를 들여 이탈리아의 패션 업체 인수하는가 하면 미국 백화점 니먼 마커스의 지분 매입에 2억 달러를 투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팬데믹 시기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인수 업체들의 매출이 곤두박질쳤고, 이는 파페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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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쿠팡

명품 시장에 뛰어드는 이커머스들

한편 쿠팡은 파페치 인수 이전부터 명품 시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지난 7월 정식 출시한 ‘로켓럭셔리’는 기존 로켓 배송과 같이 명품 뷰티 상품에 대해 무료배송·반품이 지원되는 서비스다. 현재 로켓럭셔리에는 헤라, 시세이도, 록시땅, 크리니크, 바비브라운, 맥, 에스티로더 등 럭셔리 브랜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그간 명품 시장은 쿠팡이 온오프라인 유통 강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관문으로 여겨져 왔다. 소비자로부터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존 가성비 생필품 위주 상품을 판매하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경쟁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명품 시장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는 점도 쿠팡이 명품 시장 공략에 나선 또다른 이유다. 실제 국내 최초로 새벽배송 시대를 연 컬리는 지난해 11월 화장품 판매 플랫폼 ‘뷰티컬리’를 론칭하며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론칭 이후 시슬리, 시세이도 등 백화점 뷰티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킨 뷰티컬리는 올해 2분기 기준 누적 주문 수 400만 건, 누적 구매자 수 300만 명을 달성했다. 업계에선 뷰티컬리의 매출 성장세에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 컬리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카카오도 지난달 말 ‘카카오톡선물하기’ 내 럭셔리 제품 전용관 ‘럭스’를 새롭게 런칭하며 명품 이커머스 시장에 진입했다. 현재 럭스에선 구찌, 불가리, 피아제, 입생로랑 등 120여개 명품 브랜드의 패션 상품은 물론, 파크하얏트부산 숙박권과 같은 호텔 상품과 식품, 주얼리 등의 상품군도 판매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프리미엄 선물을 나누려는 소비자 수요에 맞춰 명품 라인업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명품 선물 플랫폼으로서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