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론, ‘부동산 시장 활성화’ 청사진 이뤄질까

160X600_GIAI_AIDSNote
다주택 양도세 중과 면제 1년 연장 검토
세법 개정안 통과 시점에 이목 집중
거대 야당 반대에 거듭 무산, 설득 여부가 관건
관계장관회의_기재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9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2024년 5월 종료 예정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면제 조치를 최소 1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완화해 침체한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0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연내 발표할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부동산시장 연착륙 방안을 담을 계획이다. 이미 관련 내용이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에게 보고된 상태며, 올해 국회 통과가 무산된 다주택자 주택 취득세율 인하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세법 개정안 통과 ‘불확실’에 시행령 손질

정부는 지난해 5월 임기 시작과 동시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제도 개편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2년 동안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면제하겠다는 조치를 시행했다. 다주택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시장의 비판이 잇따른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2년의 한시 면제 종료를 앞두고 추가 연장을 검토 중인 것은 면제 조치가 끝나기 전 법 개정을 통한 세금 완화 및 면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개정안의 통과 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우선 면제 조치를 유지해 세금 부담이 급증하는 것을 방지한 후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7월로 예정된 세제 개편 전까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완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다주택자들의 취득세 중과 완화 방침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취득세율을 8%에서 4%로 낮추고, 조정지역 내 2주택 보유자에게 적용되던 중과세율(8%)을 폐지해 기본세율(1~3%)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은 야당 측의 반대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231220파이낸셜세금

‘투기 혐의자 vs 주요 공급자’, 다주택자 향한 엇갈린 시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에 대한 논의는 그간 꾸준히 전개돼 왔다. 가장 최근의 논의는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두고 진행된 것으로, 당시 시장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 및 세제 완화안을 중심으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양도세 중과 조치의 완전 폐지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양도세에 중과세율이 적용되는 경우와 기본세율이 적용되는 경우 납부하는 세금이 많게는 수억원까지 달라지는 만큼 부동산 활성화를 강조해 온 정부가 중과세 폐지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포함한 경제 회복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하면서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를 투기 혐의자로 정의한 것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 온 윤석열 정부가 ‘다주택자는 투기 혐의자가 아닌, 주택시장의 주요 공급자’라는 태도로 일관하며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각종 제약을 없애 시장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도 이와 같은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정부는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예민한 시점인 만큼 부동산 규제 및 세제 완화를 경제정책방향에 포함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며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 및 면제 조치 관련 내용은 다음 경제정책방향으로 미뤘다.

중과세 완화는 ‘유력’, 완전 폐지는 ‘글쎄’

이처럼 정부가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와 관련해 한 차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시장의 반응을 살핀 만큼 이번에는 완전 폐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문제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주택자 세금 부담 완화로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뜻에 극구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과 세율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등의 조치는 정부의 시행령만으로 가능하지만, 중과 제도의 완전 폐지는 소득세법의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앞서 지난해 12월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다주택자들의 부동산 관련 중과세 제도가 옳다는 뜻을 변경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하며 “이같은 제도가 완화되면 대한민국의 ‘초부자’들은 이 기회를 틈타 다시 부동산 투기에 나설 것”이라며 정부의 뜻에 정면 반박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되살려야 한다는 데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는 만큼 최고 세율 인하를 비롯한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 및 폐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야당에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 중인 다주택자 취득세 및 양도세 중과 면제가 현실화하는 시기는 야당을 얼마나 빨리 설득하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