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이자 최대 300만원까지 환급, 부자 사장님도 캐시백 대상?
대출 2억 한도 금리 4% 초과분에 한해 1년 이자 납부액 ‘90%’ 캐시백 은행별 순익 10% 분담금으로 재원 마련, 5대은행 2천억~3천억대 추정 다만, 지원 대상을 소득·자산 따지지 않고 선정한 점은 논란거리
은행권이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그간 받았던 이자수익 중 약 2조원을 돌려주기로 했다. 대출자 약 187만 명이 지원 대상이며, 1인당 평균 85만원의 이자 환급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은행권은 약 4,000억원을 보증기관 또는 서민 금융진흥원 출연기금이나 취약계층 지원에 쓸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선 지원 대상 선정 기준에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급하게 밀어붙인 선거용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은행권, 대출이자 환급 등 ‘민생금융 지원방안’ 발표
21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20개 은행 은행장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2조원 +α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상생기금 총 재원 2조원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8개 은행이 올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배분해 분담키로 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적자를 기록한 토스뱅크 등을 제외하면 5대 은행의 경우 은행당 약 2천억∼3천억원 정도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지원방안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에서 은행권의 이자이익이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을 달성하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판이 이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태훈 은행연합회 전무는 “올해 취급된 개인사업자대출이 금리 5%대에 집중돼 있어 최대한 많은 소상공인에게, 고금리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기준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방안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환급(캐시백)을 골자로 하는 ‘공통 프로그램’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자율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추진된다. 먼저 공통 프로그램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차주의 이자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은행권은 공통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차주(약 187만 명)를 대상으로 총 1조6,000억원의 이자 환급을 시행할 방침이다. 차주당 최대 300만원까지 캐시백이 있을 것으로 추산되며, 개별 대출규모 등을 고려할 때 실제 환급액은 평균 85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자율 프로그램’에는 약 4,000억원의 지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지원 방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소상공인 전기료·임대료 지원, 소상공인 이외 취약계층 지원, 보증기관 또는 서민 금융진흥원 출연기금 등으로 집행될 전망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이자 캐시백의 경우 내년 1월 중순까지 은행별 집행계획을 수립해 2월부터 이자 환급 지원을 시작하기로 했다. 은행연합회는 “집행에 별다른 차질이 없다면 내년 3월까지 약 50%는 집행될 것”이라며 “자율프로그램 역시 내년 1분기 중 은행별 집행계획을 수립하고 연내에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원 대상 형평성 논란도
다만 이번 정책의 지원 대상을 소득이나 자산, 성실 상환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선정한 점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준보다 높은 대출금리로 돈을 빌렸다면 고소득 개인사업자도 취약 차주와 똑같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 대출자를 포함해 취약 차주에게 지원돼야 할 재원이 목적에 맞지 않게 쓰이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2금융권 차주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도 논란거리다. 물론 취약 계층을 위한 ‘자율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나, 전체 지원금액 규모는 낮고 지원 내용은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은행권은 이번 지원책이 시중은행 재원을 토대로 마련됐기 때문에 은행 차주에 대한 지원을 우선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강영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소득 심사를 일일이 해서 고소득자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키기는 건 어렵다”며 “은행들이 이자수익을 많이 올렸으니 이자를 많이 낸 사람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나온 정부와 여당의 ‘선거용 방안’이란 비판도 나온다. A 대학 경제통상학부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은 물론, 금감원장까지 나서 이번 방안이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당부하고 나섰다”며 “이자 환급이 내년 2월부터 내년 총선 바로 한 달 전인 3월까지 절반가량 완료될 거라는 점에서 볼 때 당국이 선거기간을 고려해 은행권 지원을 압박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급하게 정책을 추진해 고소득 자영업자와 취약 차주가 동등한 수혜를 받는 불합리가 발생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횡재세 압박에 자체적으로 대응해 온 은행권
이미 일부 시중은행은 지난달 초부터 ‘이자 캐시백’ 형태의 상생금융을 추진해 왔다. 정부와 금융당국 압박에 자체적으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가장 먼저 추진에 나선 건 하나금융이었다. 하나은행은 지난 11월 3일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총 1,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고객 중 약 30만 명이 이달부터 이자 캐시백을 비롯한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받고 있다. 당시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고금리와 고물가가 장기화하는 시대에 자영업자 고객에게 실질적 보탬이 되는 금융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며 “하나은행은 사장님들이 힘을 내실 수 있도록 서민금융 확대 등 내실 있고 촘촘한 지원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 고객의 곁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금융의 지원 대책 발표 3일 뒤에는 신한금융도 소상공인·자영업자 상생 금융 패키지를 발표했다. 하나금융과 마찬가지로 지원책의 핵심은 대출금리를 2%p 낮추는 ‘이자 캐시백’으로, 신한은행은 약 230억원의 지원금을 소상공인·청년 자영업자 등의 대상자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우리금융도 같은 달 상생금융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코로나19로 연체 발생한 소상공인의 이자 면제와 청년 전용대출의 이자 캐시백 등 금융 취약층에 지원을 추가하는 상생금융 패키지를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낮추는 대신 이자 캐시백이라는 새로운 방안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정책의 효과가 직접적이기 때문이란 판단에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낮추나 캐시백을 하나 은행 입장에선 똑같은 이자 감면 제도이지만, 고객으로선 현금을 받는 것이 더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다 보니 캐시백 형태의 지원책이 급물살을 탄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