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부담 짓눌린 전 세계 은행, 줄줄이 ‘대규모 해고’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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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 전 세계 은행 20곳, 최소 6만여 개 일자리 줄였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시장 얼어붙어, 팬데믹 호황은 끝났다
살벌한 분위기 감도는 국내 은행권, 퇴직급여 지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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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주요 은행들이 올해 총 6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정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의 비즈니스 언론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은행별 공시와 자체 보고 등을 수집한 결과를 인용, “올해 세계 최대 은행 20곳이 최소 6만1,905개의 일자리를 줄인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고금리로 금융 업계 전반이 얼어붙은 가운데, 각국 은행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과감한 인력 감축을 단행하는 양상이다.

‘팬데믹 충원 인력’ 쳐내는 글로벌 은행들

주요 은행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호황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을 대폭 확충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긴축이 본격화하며 자본 시장이 얼어붙었고, 팬데믹 당시 채용한 직원들은 ‘잉여 인력’으로 남게 됐다. 금융 리서치 업체인 코얼리션 그리니치에 따르면, 대형 투자은행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전체 인력 중 약 4%의 직원을 해고했다. 금융 서비스 헤드헌팅 회사인 실버마인 파트너스의 리 태커는 “현재 대부분의 은행에서 안정성, 투자, 성장 중 그 어떤 것도 감지되지 않는다”며 “더 많은 감원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대 규모로 감원을 단행한 은행은 스위스 투자은행 UBS다. UBS는 올해 3월 경쟁사였던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한 뒤 약 1만3,000명을 해고했다. 중복 직책을 정리하고, 크레디트스위스 내 사고 부서들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종의 정리해고다. 미국 웰스파고 역시 1만2,000여명 규모의 해고를 단행했다. 웰스파고는 지난 3분기에만 임직원 퇴직 비용으로 1억8,600만 달러(약 2,398억원)를 지출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외로도 씨티그룹(5,000명), 모건스탠리(4,800명), 뱅크오브아메리카(4,000명), 골드만삭스(4,000명), JP모건(1,000명) 등이 연례 정리해고 프로그램에 따라 인력을 대거 감축했다. 올해 들어 감원이 없었던 대형 은행들은 이미 수년에 걸쳐 선제적 구조조정을 해 온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글로벌 은행의 총 인력 감축 규모는 2007~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일자리 14만 개 이상 감축) 이후 최대 수준이다. FT는 “(보도된 수치는) 소규모 은행이나 소규모 인력 감축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라며 “은행업 부문의 전체 해고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고금리가 휩쓸고 간 은행권, 韓도 예외 아니다

금융권 인력 감축의 근본적 원인은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 있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며 주택담보대출 등 개인 대출 수요가 줄어들었고,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인해 기업들의 신규 투자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대출 부실 우려는 날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수익성에 본격적으로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은행들은 경기 상황 회복을 기다리며 적극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실적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고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미다.

국내 은행권에서도 ‘칼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0개 은행의 해고·명예 퇴직급여는 총 2조3,5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7.4%(1조3,623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치다. 인력 감축을 위해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한 것은 소비자금융 사업 폐지를 결정한 한국씨티은행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희망퇴직금으로 약 1조2,000억원을 지출했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최대 7억원 한도에서 정년까지 남은 급여를 보상해 주는 방안을 희망퇴직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씨티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의 해고·명예퇴직급여는 7.9% 증가한 1조701억원 수준이다. SC제일은행의 해고·퇴직급여 지출이 2,57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KB국민은행 2,499억원 △우리은행 1,713억원 △신한은행 1,285억원 순이었다. 차후 해고·명예퇴직에 따른 비용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뱅킹이 보편화하며 은행 점포와 상주 인력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가운데, 은행권 전반이 덩치를 최대한 줄이며 생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