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수요 몰린 美 국채시장, 국내서도 美 장기채 ETF 인기
美 1년 만기 국채 간접 낙찰률 77.6%로 역대 최고치 美 2년물 국채 금리 전날보다 0.753%p 하락하며 지난 5월 이후 최저 미국 장기채 레버리지 ETF로 개미 자금 몰리자, 금감원 주의 당부
미국 단기 국채 입찰에서 1년 만기 국채 입찰의 간접 낙찰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심리가 커진 영향이다. 국내서도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정점을 예상한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장기채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로 눈을 돌리고 있다.
내년도 기준금리 하락 기대감에 ‘미 국채’ 인기 급상승
26일(현지 시간)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주요 미 단기 국채 입찰에서 미 1년 만기 국채 입찰의 간접 낙찰률은 77.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6개월 만기 국채 입찰 역시 71.6%로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간접 낙착률의 상승은 해외 투자자들의 수요가 크게 늘었음을 의미한다.
수요가 늘어 채권 가격이 상승한 만큼 반대로 채권 금리는 낮아졌다. 이날 1년 만기 국채 금리는 4.595%로 정해지면서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6개월 만기 국채 금리도 직전(5.13%)보다 0.05%p 떨어진 5.08%로 마감했다. 연준 통화정책과 연동된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직전(4.887%)보다 0.753%p 낮아진 4.314%로 정해지면서 지난 5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발행규모가 이전보다 30억 달러(약 4조원)가량 더 늘었지만 응찰률은 이전(2.54배)보다 오히려 늘어난 2.68배를 기록했다.
업계는 연준이 내년도 금리인하를 예고함에 따라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채권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연준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말 정책금리가 연 4.6%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 9월 FOMC에서는 5.1%였던 것과 비교하면 앞으로 기준금리를 세 번 이상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월가의 금융기관들이 내년도 정책금리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하고 있는 점도 채권시장의 수요가 몰리는 이유로 지목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내년 3월부터 꾸준히 금리인하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을 내년 4분기로 내다봤지만 불과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전망을 앞당겼다. 내년 12월 단 한 차례의 인하를 예상했던 영국의 투자은행 바클리(Barclays)도 최근 들어 내년 3차례 인하로 전망을 급선회했다. 바클리 관계자는 “생산자물가지수(PPI)의 둔화와 함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하지 않은 점 등으로 볼 때 연준이 내년 첫 인하 이후 추가로 두 차례 더 금리인하를 할 수 있다”고 점쳤다.
국내서도 관심 높은 미국 장기채, 리스크 전혀 없나
미 채권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는 만큼 국내 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열풍도 거세다. 개인 투자자들의 수요가 해외 레버리지 ETF 등 고위험 상품으로 몰리자 금융 당국이 주의를 당부하기까지 했다. 금융감독원이 25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체 해외증권 가운데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3배 레버리지 ETF가 순매수 금액 1위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레버리지가 적용된 ETF는 시장 움직임에 따라 투자 손익이 큰 폭으로 변동할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해외 ETF에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할 구체적 사항으로 △기준금리가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것을 예측하고 미국 장기국채 ETF에 투자하면 손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해외 상장 ETF 투자 시 환율 변동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 △해외 상장 ETF의 과세 체계가 국내와 다르다는 점 △미국 시장은 가격제한폭이 없어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 △해외 상장 ETF도 상장 폐지의 위험이 있고, 권리가 발생한 종목은 일정 기간 매매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아울러 금감원은 내년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늦춰질 수 있는 요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에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재 일부 월가 전문가들은 내년 대규모 국채 발행 등 공급이 예상됨에 따라 주요 국채금리 하락 폭이 제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에 공급되는 채권이 늘어나면 그만큼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채권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최대 은행 그룹 BNP파리바는 “내년 미국 경제가 크게 둔화해 연준이 5월부터 150bp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다만 내년 미국 국채 공급이 내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10년물 금리는 3.95% 수준으로 해를 마감할 것”으로 점쳤다. 크레디아그리콜 역시 “국채 발행 등 공급 측 요인에 따라 내년 수익률 곡선 역전 폭이 더 확대되고, 대규모 재정 적자 역시 부각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10년물 국채금리는 4% 이상으로 내년을 마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