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대 ‘그림자 금융’ 중즈그룹 파산, 본격화한 부동산발 금융 위기
중즈그룹 부채만 84조원 상당, 총자산 2배 넘어 3,815조원 규모 中신탁시장 연쇄 파산 우려 태영건설 워크아웃, 국내 금융계도 위기론 ‘솔솔’
중국 최대 민영 자산관리 회사 중즈그룹이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중즈그룹의 초과 채무가 40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약 15만 명에 달하는 투자자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을 전망인 가운데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가 금융 전반으로 본격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전 세계 경제를 뒤덮고 있다.
중국 인민법원, 중즈그룹 파산신청 수락
8일 매일경제신문, 차이신 등 다수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시 제1중급인민법원은 지난 5일(현지 시각) “중즈그룹의 자산 규모는 부채 대비 턱없이 부족하며, 만기가 도래한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명백히 없다”며 해당 회사가 제출한 파산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앞서 중즈그룹은 지난해 말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자사가 총 4,600억 위안(약 84조4,000억원)의 채무를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중즈그룹 자산운용 부문이 364억 달러(약 48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힌 직후 일어난 일로, 중즈그룹은 적자 발표 이후 중국 공안 당국으로부터 강제 수사를 받고 있다.
중즈그룹은 중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파산을 기록하게 됐다. 헝다그룹(에버그란데), 하이난항공(HNA) 등 2020년 팬데믹 이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했던 다수의 중국 기업이 파산보다는 채무 조정 절차를 밟은 경우가 대다수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즈그룹의 파산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현재 중즈그룹의 총자산은 2,000억 위안(약 36조7,000억원)으로 전체 채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중즈그룹의 위기는 2021년 헝다그룹 사태에서 시작된 건설 업계 유동성 불안에서 비롯됐다. 같은 해 창업자 셰즈쿤이 사망하며 주요 임원들이 대거 이탈한 중즈그룹은 내부 관리에 난항을 겪었고, 다수의 부동산 개발 업체가 파산을 선언하며 떠난 시장에서 피해를 보전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중룽신탁을 비롯한 자산관리 부문 자회사들이 소비자들의 투자 수익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그룹의 위기가 본격화했다.
중국 내에서는 부동산 위기가 신탁을 비롯한 금융권으로 번진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소위 ‘그림자 금융’이라 불리는 신탁 시장은 은행과 달리 비교적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는데, 이런 이유로 은행 대출이 어려운 부동산 개발업자 및 중소기업들의 주된 금융 창구로 활용돼 왔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신탁 시장 규모는 2조9,000억 달러(약 3,815조원)로, 이는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인 2조7,829억 달러(2022년 기준·약 3,661조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중국 내에서는 중즈그룹 투자자들이 개인은 물론 기업과 기관 등 다방면에 걸친 만큼 연쇄 피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중국 당국은 “문제가 발생 시 시장에 강력히 개입할 것”이라며 금융 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자국 부동산 경기 부양 등을 목적으로 지난해 12월 3,500억 위안(약64조2,6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한 바 있다.
韓 금융계도 살얼음판, 금융당국은 “유동성 공급 대책 충분해”
국내에도 부동산발(發) 금융 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6위에 달하는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이 지난달 28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하며 그간 쉬쉬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총 1년 1개월 사이 만기가 도래하는 PF 보증 채무만 3조6,027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PF 위기는 언제든 금융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건설사 PF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22조8,000억원은 우발채무에 해당한다. PF 우발채무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약 29% 증가했으며, 연체율 또한 2.42%로 2022년 12월(1.19%)의 두 배 넘게 뛰었다.
금융당국은 “질서 있는 기업 구조조정과 유동성 공급 대책을 충분히 마련해 둔 상황”이라며 위기 극복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과 관련해서는 “시장을 예의주시해 현재 85조원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는 시장안정조치를 확대하는 등 상황별 조치를 신속히 시행할 것”이라며 “문제가 된 건설사의 수분양자 및 협력업체의 애로사항을 신속 해소하고, 사업장별 공사 현황 및 자금 조달 상황 등을 밀착 관리하기 위해 관계기관 일일점검 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