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면 SBS 지분까지 담보로 내놓겠다” 태영, 워크아웃 채권자협의회 앞두고 추가 자구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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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영 창업회장 직접 사과, ‘지주사 및 SBS 지분’ 담보 제공 의사 밝혀
주요 채권단은 긍정적인 반응, 이변 없는 한 무난히 개시 전망
에코비트 매각가, 태영은 3조 외치지만 인수후보는 1조로 평가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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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주요 채권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산업은행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결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태영그룹이 지주사인 TY홀딩스와 핵심 계열사 SBS 지분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 이에 금융당국과 주요 채권단은 태영이 자구 계획을 성실하게 이행할 경우 워크아웃 개시가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가 9부 능선을 넘은 가운데 오는 11일 채권단 협의회에서 75%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절차만을 남겨두고 금융권에선 조건 충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버티기로 일관하던 오너 일가, 결국 백기 투항

9일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등은 여의도 사옥에서 열린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존에 제시한 4가지 자구계획으로 부족할 경우,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지분(33.7%)과 SBS 지분(36.9%)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추가안을 발표했다. 9일 종가 기준 태영 오너 등 대주주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와 SBS 지분 규모는 각각 798억원, 2,002억원 수준에 달한다.

이날 태영 오너 일가는 지난해 연말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강도 높은 자구안 요구에도 버티기로 일관하던 것과는 대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윤 창업회장이 먼저 대국민 사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으며, 윤석민 회장도 고개를 숙여 사죄를 표했다. 또 두 사람은 필요한 경우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윤 창업회장은 이날 “핵심 계열사인 에코비트 등 주요 계열사 매각 또는 담보 제공 등 자구계획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점을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며 “티와이홀딩스와 대주주인 윤 회장 그리고 창업자인 제가 채권단에 확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구 노력을 더욱 충실히 하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티와이홀딩스와 SBS의 지분을 담보로 해서 태영건설을 꼭 살려내겠다”고 강조했다.

1차 채권자협의회는 11일 서면결의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금융권에선 현재 채권단의 분위기로 볼 때 일단 워크아웃 개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단은 자구계획과 대주주의 책임이행 방안이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워크아웃을 개시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도 “다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거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되면 즉시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태영의 추가 자구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채무자 측이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확인될 경우 채무자의 직접 채무뿐만 아니라 직간접 채무,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이 워크아웃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면서 “워크아웃 기본 취지에 따른 채권단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감독 당국도 비조치의견서 발급 등을 통해 담당자 사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등 워크아웃 취지에 맞게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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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이 추가 자구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

윤 창업회장은 이날 핵심 계열사인 에코비트의 매각 또는 담보 제공 등의 기존 자구계획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다시 한번 밝혔다. 에코비트는 2021년 태영그룹의 TSK코퍼레이션과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에코솔루션그룹이 합병해 탄생한 기업으로, 티와이홀딩스가 지분의 50%, KKR이 나머지를 보유하고 있다.

최금락 티와이홀딩스 부회장에 따르면 KKR도 에코비트 매각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만큼 매각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에코비트 가치에 대한 시각차는 여전히 뚜렷하다. 현재 태영그룹은 에코비트의 기업가치가 3조원을 웃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투자은행(IB) 업계 인수후보들은 1조원 내외로 평가하고 있다.

만약 에코비트가 태영의 희망 가격대로 3조원에 매각된다면 태영은 1조5,000억원가량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에코비트 주식을 담보로 한 차입금 4,000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태영이 손에 쥐는 자금은 1조원 안팎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약 3조2,000억원으로 추정되는 태영건설의 실 PF 대출 잔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결국 태영이 티와이홀딩스와 SBS 지분 매각 등을 추가 자구안으로 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요 건설사 중 태영건설이 이토록 큰 규모의 PF 위기를 맞은 것은 부채 비율이 높고, 미착공 사업장이 상대적으로 많은 탓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전체 PF 대출 가운데 미착공 상태인 사업장의 비중은 무려 47%에 달한다. 지난달 28일 480억원 만기가 돌아왔던 서울 성수동 오피스 빌딩 사업도 이에 해당한다. 태영건설은 이 사업의 시공권을 갖는 조건으로 시행사가 토지 매입을 위해 조달한 480억원 PF의 보증을 섰지만, 토지 매입 후 1년 반이 지나고도 아직 착공 계획조차 잡지 못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 27일까지 총 29번에 걸쳐 유동화회사가 발행한 사채나 기업어음을 매입했다. 매입총액 5,991억원에 평균 금리가 연 13%가 넘는 이 유동화증권들은 총 16개 유동화회사로부터 발행됐으며, 모두 태영건설에 매입됐다. 사실상 유동화기업어음 등을 매입할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떠안은 것이다. 이 밖에도 태영건설은 시행사에 대한 추가 출자와 자금대여도 수차례 진행해 수천억원의 자금을 PF사업에 투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