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 밀렸다” 휘청이던 美 메이시스, 매각 조짐·대규모 구조조정 단행까지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 직원 3.5% 정리한다 부동산 수익 노린 인수 수요 몰려, 매각 전 덩치 줄이기 나섰나 팬데믹 이후 떠나버린 고객들, 오프라인 유통 업계의 쇠락
오프라인 유통 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어지는 가운데,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의 쇠락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가 점포를 줄이고 직원을 대폭 감원하는 구조조정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메이시스의 부동산 수익을 노린 인수 수요가 몰려들자, 구조조정을 통해 본격적인 ‘덩치 줄이기’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직원 자르고 매장 없애고, 메이시스의 ‘손질’
메이시스는 미국 전역에 백화점 약 500곳 및 고급 백화점인 블루밍데일(56곳), 뷰티 전문 매장 블루머큐리(158곳) 등을 운영 중인 대형 체인이다. 메이시스를 비롯한 미국 백화점 업계 전반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침체기를 겪어왔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 서비스, TJ맥스·타깃을 비롯한 할인 매장 등이 기존 소비자 수요를 대거 흡수하면서다. 실제 메이시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에도 이미 한 차례 대규모 감원과 매장 폐쇄를 단행한 바 있다.
이후 상황은 좀처럼 호전되지 못했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메이시스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직원 2,350명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계절적 임시고용을 제외한 전체 메이시스 인력의 3.5%에 해당한다. 실적이 악화한 미국 내 매장 5곳은 폐점 수순을 밟는다. 폐쇄 매장은 △버지니아주 알링턴 △캘리포니아주 샌레안드로·시미밸리 △하와이주 리휴 △플로리다주 탤러해시 등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메이시스는 물류 과정에서 자동화 설비 비중을 높이고, 일부 업무를 외주로 돌릴 예정이다. 직원을 대거 해고한 뒤 빈자리를 외주 인력으로 채워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어떤 직무를 외주로 전환할지 등 상세한 내용은 공유하지 않았다. 차후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경영층 규모도 한층 축소한다.
이번 구조조정은 ‘매각’ 위한 절차?
한편 업계에서는 메이시스가 매각을 고려해 본격적인 덩치 줄이기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달 WSJ는 소식통을 인용, 부동산 투자회사 아크하우스 매니지먼트와 자산운용사 브리게이드 캐피탈 매니지먼트가 메이시스 인수 의향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인수 희망가는 주당 21달러(약 2만7,700원)로, 소식이 전해진 시점(12월 8일) 종가 대비 약 21%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총인수액은 58억 달러(약 7조6,400억원)에 달한다.
인수 의향자들은 현재 메이시스가 저평가된 상태며, 차후 실사를 거쳐 더 높은 인수가를 제시할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프리미엄까지 얹어가며 무너져가는 백화점 사업을 인수하려는 이들의 속뜻은 무엇일까. 업계는 이들이 메이시스의 유통 사업보다는 부동산 등 자산 수익을 노리고 있다고 본다. 실제 유통 투자자문사 트라이앵글 캐피탈의 공동창립자 리차드 케스텐바움은 “부동산 등 숨겨진 자산을 찾아서 매각하면 투자자는 즉각 수익을 낼 수 있고, 이후 회사를 큰 이익을 남기고 매각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메이시스 소유 부동산의 가치는 최소 75억 달러(약 10조87억원)에서 최대 116억 달러(약 15조4,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JP모건은 맨해튼 헤러드 스퀘어의 점포(30억 달러)를 비롯한 메이시스 부동산 가치가 8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번 인수 제안 이후에도 ‘부동산 현금화’에 대한 투자자 요구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시스의 중심축인 유통 사업은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나 버린 셈이다.
온라인 쇼핑에 밀려난 백화점, 유통 업계 ‘격변’
166년 역사를 쌓아온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이 초라하게 무너지는 이유를 두고 업계는 메이시스가 유통 업계의 ‘지각변동’에 휘말렸다고 본다. 애초 메이시스는 엔데믹 이후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꾸준히 주가를 유지하는 기업 중 하나였다. 지난해 2월에는 주가가 13% 상승하며 22.78달러까지 치솟았다. 다만 이 같은 강세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연초 잠시 반짝한 주가는 순식간에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백화점 업황과 실적 역시 줄줄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쇠락을 견인한 것은 팬데믹 흐름을 타고 유통 업계 주류로 등극한 ‘온라인 쇼핑’이 지목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전체 소매 시장의 13.2%(매출액 8,700억 달러·1,161조원) 비중을 차지하며 급성장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의 편의성에 마음을 뺏겼고, 엔데믹 이후로도 집 밖을 나가는 대신 온라인에서 쇼핑을 즐겼다.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전자상거래 매출액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1조 달러(약 1,334조원)를 돌파했다.
설 자리를 잃은 수많은 오프라인 쇼핑몰은 본격적인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미국 최대’ 타이틀을 자랑하는 메이시스 역시 업계 전반을 닥친 먹구름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시장 내외에서 악재가 꾸준히 누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메이시스의 구조조정 및 매각이 오프라인 유통 업계의 침체를 가속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