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 건설 경기 악화, 가구업계 폐업,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건설시장
건설 경기 침체 심각, 한계 내몰리는 건설 후방업체 가구업체 1위 한샘도 2년째 적자, 특판 전문 기업은 폐업 위기 본격적인 건설 경기 침체는 2024년 하반기 올 것, 돌파구 마련 시급
지난해부터 시작된 건설 업계 위기가 새해 들어 더욱 악화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 여파가 건설 업계는 물론 철근, 건자재, 페인트, 가구 업계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여기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건설 업계 위기가 올 하반기 저점을 찍으며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업계 안팎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직원 월급도 부담” 건설 후방산업에 몰아치는 위기
22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건설 경기 침체와 건설회사 경영 위기로 인해 건설업 후방업체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소 건설 현장이 몰린 지방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충청지역에서 가구를 납품하는 한 제조업체 사장은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3월에는 직원 월급도 못 줄 판”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조업체 역시 “올해 들어 주문량이 벌써 30% 이상 줄었다”며 “어쩔 수 없이 외국인 근로자 등 부가가치가 낮은 인력을 감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가구 업계를 떠받치는 제조업체들이 괴로움을 호소하는 까닭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브랜드 가구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1위 가구업체인 한샘은 2년째 적자 경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샘의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액은 96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6배 가까이 적자 폭이 늘어났다. 글로벌 가구업체인 이케아코리아 역시 역성장을 기록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이케아코리아는 영업이익 26억원을 달성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88.1%나 쪼그라든 수치다.
아파트용 특판(B2B·기업간거래) 가구를 주로 판매하는 업체의 경우 폐업 위기에 놓여 있다. 1970년대 국내 최초로 입식 주방인 ‘오리표 주방’을 선보였던 에넥스의 영업손실액은 2020년 85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123억원, 2022년 233억원을 기록하며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에넥스 매출의 90.5%가 건설사 대상 특판 사업 매출인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공사 중단이 이어지자 막대한 손실을 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가구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를 대상으로 가구를 판매하던 몇몇 기업은 매출이 이미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며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다.
악화일로의 건설 후방산업
건설 후방산업이 본격적으로 악화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다. 2015년 주택 인허가 물량이 최고치를 찍은 뒤 점차 감소하던 차에 2018년 9월 13일 종부세 인상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규제가 시작되며 걷잡을 수 없이 침체한 것이다. 당시 건자재 업계에서는 “9·13부동산 규제로 인해 대출이 막히며 신규 분양이 대거 미뤄졌다”며 “입주 물량도 예년보다 감소하고 있는데 기존 주택 거래까지 얼어붙어 건자재 투입량 자체가 줄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실제로 건축자재와 인테리어 소재를 생산하는 LG하우시스(현 LX하우시스)는 2019년 1분기 영업이익이 2018년 동기간보다 41.4% 감소한 110억원으로, 건설 비수기로 불렸던 직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도 34.4%나 줄어들었다. 목질 자재 기업인 동화기업 역시 2017년까지 건설산업 호황의 수혜를 누리며 최대 실적을 경신했지만, 2019년 1분기에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동화기업의 영업이익은 2018년 동기간보다 28.8% 줄어든 161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보다 20.41% 적다.
건설 업계 반등, 당분간 어려울 듯
이 같은 건설 업계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올해 건설투자가 0.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해 8월에는 한국은행이 올해 건설투자 감소 규모를 0.1%로 예측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0.2% 감소를 전망했다. 또 지난해 6월 기준 건축허가면적은 전년 대비 22.6% 줄었지만 착공 면적은 이보다 많은 38.5% 감소했고, 올해 부동산 분양 물량 역시 최근 5년 평균 대비 4분의 3 수준인 26만5,000가구에 그친다. 건산연이 예측한 올해 건설수주액 또한 전년 대비 1.5% 감소한 187.3조원에 불과하다. 지난 2022년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229.7조원에 비해 18.5%나 줄어드는 셈이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경기를 평가하기 위해 ▲건설투자 ▲허가 및 착공 면적 ▲분양 물량 ▲건설기성 ▲건설수주액 등 여러 지표를 고려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봤을 때 이미 건설 경기는 2017년을 정점으로 완만하게 하향 추세를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라고 밝혔다. 지난 몇 년간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분양 물량도 많아져 얼핏 보면 활황 같지만, 거시적으로 봤을 때 하향 추세라는 설명이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여러 지표를 고려했을 때 건설 경기는 2024년 하반기에 저점을 칠 것으로 보인다”며 “단열이나 마감, 가구와 같은 건설 후방 업계는 건설 경기 악화의 연쇄반응으로 2024년 본격적으로 어려워지기 시작해 2025년에 바닥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전·후방 건설 업계는 생존을 위한 돌파구 개척이 시급해지게 됐다. KCC 관계자는 “작년 3분기까지 건자재 업계 모두 실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수주 물량이 작년 4분기부터 줄어들었기 때문에 올해 4분기부턴 다들 내리막일 것”이라며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은 더 큰 위기일 것으로 보고 리모델링 시장으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게 회사 내 의견”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