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도 외면하는 신촌 상권” 늘어나는 공실에도 임대료는 ‘요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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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썸플레이스 1호점’ 등 신촌역 인근 주요 프랜차이즈 매장 줄줄이 폐업 
팬데믹 이후 상권 크게 축소됐지만, 대다수 건물주 여전히 높은 월세 요구
배달문화에 더해, ‘홍대, 연남동’ 등 타 지역으로 대학생 수요 분산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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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역 인근 랜드마크였던 주요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최근 몇 년 새 폐업하는 사례가 늘자 신촌 일대 상권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신촌 상가의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서울 주요 지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리잡은 배달 문화를 비롯해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된 문화시설 등으로 대학생들의 수요가 끊어진 점이 신촌 상권 추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비싼 임대료에 법인들도 못 버티고 줄줄이 폐업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대문구 지하철역 신촌역 2번 출구 앞 롯데리아 신촌로터리점이 전일 영업을 끝으로 폐업했다. 2006년 처음 문을 연 지 18년 만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엔 신촌역 2번 출구 앞에서 21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투썸플레이스 1호점도 문을 닫았다. 한때 투썸플레이스 매장 중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신촌역 인근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왔던 매장이었다. 이 밖에도 2004년 아시아 최초로 문을 연 크리스피크림 도넛 1호점과 신촌역의 또 다른 랜드마크였던 맥도날드 신촌점은 각각 2017년과 2018년 문을 닫았고, 연세로의 대표 로드샵 화장품 매장인 에뛰드하우스 신촌점은 지난해 폐업했다.

신촌 상권의 추락은 통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신촌·이대 상권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2%로, 1년 전 같은 분기(9%)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서울 전체 소규모 상가 공실률(5.6%)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높고, 서울의 주요 상권인 홍대(6.9%), 이태원(8.3%), 건대입구(4.3%), 명동(19.7%) 중에서도 가장 높다.

과거보다 상권 매력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임대료가 공실률을 높이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연세로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소 대표는 “신촌 주요 상권의 월 임대료는 25~30평 기준 보증금 1억~3억원에 3,000만원 수준으로 코로나19 직전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며 “일부 상가에서 권리금을 없애고 합리적인 임대료를 제시하곤 있지만, 대다수 건물주가 여전히 높은 수준의 월세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현재 공인중개소 대표는 “이 지역 상권은 보통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임대료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법인이 들어와 장사를 해 왔다”며 “그러나 요즘처럼 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에선 법인들도 적게는 4,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이 넘어가는 월 임대료가 부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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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 신촌로터리점에 부착된 영업종료 안내/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무너진 대학생 수요, 뜨내기 상권으로 전락한 ‘신촌’

신촌 상권의 추락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먼저 배달문화가 발달하면서 인근 대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만 해도 연세대와 서강대, 이화여대 등 인근의 여러 대학이 있어 유동 인구가 많았지만, 팬데믹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직접 상권을 찾아오는 학생들이 줄었다.

학생들 사이에선 이 지역 상권의 놀거리와 볼거리가 타지역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간단한 점심 약속 정도가 아니면 특별히 연세로 인근을 찾는 편이 아니다”라며 “학교 주변은 딱히 할 게 없기 때문에 친구들과 놀 때는 홍대나 연남동 같은 지역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촌 일대와 이대 상권에는 권장업종 제한에 따라 공연장, 볼링장, 당구장, 노래연습장 등의 영업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보행자 안전 등을 이유로 서울시가 도입한 도로교통 정책도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시는 2014년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삼거리를 잇는 550m의 연세로를 보행자·대중교통 전용 공간인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 일대 상인들 사이에서 “유동인구가 주차를 할 만한 공간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오히려 상권 활성화를 방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서대문구는 연세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풀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이에 지난해 연세로 일대 상반기 대중교통전용지구 일시정지 기간이 운영됐고, 이후 ‘차 없는 거리’ 해제 시범 사업이 시작되면서 연세로 상권 매출액은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22%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