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홍대, 오늘은 망리단길, 내일은?” 자고 일어나면 변하는 서울 상권
권리금 포기하며 철수하는 상가 속출
무신사 플래그십 스토어 성공 여부 촉각
홍대→연남→망원, 다음은 디지털?
수도권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상권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가 상권만의 차별화한 경쟁력이 빛을 잃은 가운데 중국인 여행객의 발길마저 끊기며 상권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다. 멀지 않은 곳의 망리단길(망원동 일대)이 ‘MZ 세대의 성지’로 불리며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과 매우 대조되는 모습이다.
임차인 찾지 못한 상가들 ‘임대’ 종이만 펄럭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홍대 인근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6.9%로 서울 평균(5.6%)과 비교해 1.3%p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 역시 서울 평균(8.8%)을 웃돌았다. 실제로 최근 홍대 정문 앞 거리에서는 4층짜리 상가 건물이 임차인을 찾지 못해 통째로 공실인 모습을 비롯해 ‘임대’를 써 붙인 상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20년대 초반까지 서울 서부권 상권의 중심으로 꼽혔던 홍대 인근이 이처럼 쇠락의 길을 걷게 된 데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랜 시간 이어진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학교를 찾는 학생들이 줄어든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등으로 유동 인구까지 크게 줄면서 많은 상인이 가게 문을 닫은 것이다.
급격히 낮아진 수익성에 비해 임대료 하락 속도가 느리다는 점도 상권 붕괴에 일조했다. 홍대입구역 부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많은 가게가 영업에 어려움을 겪은 지 오래됐는데, 임대료는 여전히 높은 탓에 계약기간이 끝나자마자 보증금을 받고 이곳을 떠나는 상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곳 상권 매출의 상당 부분을 지탱하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문을 닫는 가게가 늘었다”며 “기존에 투자한 시설에 대한 권리금을 포기하고서라도 다음 임차인을 찾아 보증금을 빨리 돌려받으려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신규 수요가 전혀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홍대 인근 상권이 쇠락을 거듭하면서 지난해 11월 새롭게 입성한 플래그십 스토어의 성공 여부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그간 온라인을 기반으로 영업을 전개해 온 무신사는 오프라인 사업 확대를 선언하며 서울 지역 거점으로 홍대를 지목했다. 지난해 11월 17일 문을 연 ‘무신사 홍대’는 대구 동성로점에 이은 무신사의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로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개 층으로 구성됐으며, 전체 면적은 1,530㎡(약 463평)에 달한다. 무신사는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에 맞춰 인기 K-POP 그룹 라이즈를 초청하고, 방문객들에게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 오프라인 소비자 모시기에 주력했다. 하지만 업계는 무신사가 오프라인 사업 확대를 위해 2019년부터 1,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부동산에 투입한 만큼 이를 다 상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상인들은 저렴한 임대료 따라, 소비자들은 새로운 경험 찾아
홍대를 떠난 소비자들의 관심은 멀지 않은 곳으로 향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연남동과 서교동 일대를 누비던 20·30대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망리단길’이라 불리는 망원시장 옆 포은로에 집결됐다. 서울 서부권에서 가장 최근에 형성된 상권인 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자랑하는 망리단길 일대는 2022년 2분기 이후 꾸준히 0%대(소규모 상가 기준) 공실률을 기록 중이다. 이곳을 찾은 소비자들은 다른 곳에서 접해 본 적 없는 독특한 먹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는 점을 망리단길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일각에서는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사와 상권 교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디지털 사업으로의 전환을 꼽기도 한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고문은 “소상공인들이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의 디지털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