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잘 살자” 중국의 빛바랜 청사진, 부동산 시장 회복은 ‘안개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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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규모·채무 불이행 ‘역대 최대’
부동산 시장 여파에 경제 전반 휘청
시장 침체에도 상업용 토지 매입 빅테크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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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악화 일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서 비롯된 위기가 경기 전반으로 번지며 실업률과 연체율이 급등하는 등 중국 경제가 붕괴 직전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미국과의 견제를 넘어 세계 최강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청사진이 점점 빛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소액대출 연체만 최대 52조원 육박

29일 중국 금융권에 따르면 알리바바와 핀둬둬, 징둥닷컴 등 중국 내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소액대출 규모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7조 위안(약 1,300조원)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연체율은 약 4%로 2,800억 위안(약 52조원)에 육박한다. 치솟는 연체율에 금융권의 위험성 관리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은행권의 전체 신용대출 규모 또한 크게 늘었다. 2019년 9월 11조2,700억 위안(약 2,093조원) 수준이던 중국 신용대출 규모는 지난해 9월 28조7,400억 위안(약 5,337조원)으로 늘며 불과 3년 사이 두 배 넘게 치솟았다. 은행 등에서 차용한 돈을 갚지 못한 금융채무 불이행자도 지난해 854만 명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에 달했다.

이처럼 대출 규모와 연체율이 동반 상승하는 주된 원인으로는 얼어붙은 고용시장이 꼽힌다. 실제로 16세 이상 24세 미만 중국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6월 역대 최고 수준인 21.3%를 기록했다. 치솟는 실업률과 반대로 임금은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9월~12월) 중국 38개 주요 도시의 신입 직장인 월평균 급여는 전년 동기(1만555위안·약 196만원) 대비 1.3% 줄어든 1만420위안(약 19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분기 연속 하락한 결과며, 해당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시장의 수요 악화도 본격화했다. 지난해 4월과 5월 리오프닝(경기 재개)에 따른 효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바 있는 소매판매는 6월부터 그 증가 폭을 줄였고, 12월에는 7.4%로 평년 수준을 되찾았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인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역성장’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 때문에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2023년(5.2%)보다 0.6%p 낮은 4.6%로 제시하기도 했다.

대형 IB와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기 전까지는 이같은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10년대 중후반 정점을 찍은 후 2020년부터 가파른 하락세를 거듭 중이다. 시 주석과 공산당 정부가 공동부유(共同富裕, 다 같이 잘 살자)를 기치로 내세우며 대대적인 자금 규제에 나선 후 부동산 시장 경색 여파가 경기 전반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헝다그룹과 비구이위안 등 대규모 개발업체들의 유동성 위기에서 비롯된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중국 금융 시장 전체에 위협으로 작용하며 중국 경제 악화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고용에 소극적인 빅테크, 토지 매입엔 적극적?

주목할 말한 점은 이처럼 악화 일로 속에서도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자국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텐센트는 베이징 하이뎬구 내 상업지역 토지 7만601㎡(약 2만1,357평)를 매입하는 데 64억2,000만 위안(약 1조1,926억원)을 투자했다. 하이뎬구는 차오양구와 함께 베이징에서 가장 많은 유동 인구를 자랑하는 곳으로, 특히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밀집한 곳이다. 텐센트 측은 “베이징에 거주하는 직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안정적 공간 확보를 위한 일”이라고 토지 매입의 배경을 밝혔다. 텐센트는 베이징 남동쪽에 맞닿은 톈진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베이징에 거주하는 직원은 약 1만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 외에도 알리바바, 징동닷컴 등이 베이징에 신사옥을 건설하거나 대규모 토지를 매입했으며, 계열사를 이용해 상하이, 항저우 등 주요 도시 부동산을 사들이는 사례도 속속 포착됐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중국 당국이 민간 기업을 앞세워 시장 회복을 모색하는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당국의 강력한 시장 억제 정책을 이유로 고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이들 기업이 돌연 직원 복지 등을 내세워 부동산 매입에 나서는 것은 당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시장이 온전한 회복세에 돌입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며 시장의 침체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부동산 정보 분석 기관 CBRE에 따르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톈진 등 중국 1선 도시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지난해 12월 21%(A등급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6월 18.7%에서 추가 상승한 것으로, B~D 등급 부동산의 공실률 역시 꾸준히 증가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시장의 저점은 도래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