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속 치솟는 中企 대출 연체액 “돈 못갚는 한계기업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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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0개 은행 중소기업 신규 연체금액 12.3조원
연체금 늘어난 만큼 부도율 및 연체율도 급증하는 추세
고금리 장기화가 주된 배경, 정부 지원 축소에 상황 더 악화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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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에 빠져 은행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우량 차주를 보유한 시중은행에서도 신규 연체금액이 5조원 가까이 늘어나는가 하면, 지난해 전국 어음부도율도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고금리 장기화가 중소기업 자금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정부마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금융을 크게 축소함에 따라 향후 중소기업의 금융 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중소기업 신규 연체금,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국내 20개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한 중소기업의 신규 연체 금액은 약 12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1,767억원)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 신규 연체금도 4조6,918억원으로 같은 기간 1.5배 가까이 급증했다.

2금융권에 비해 우량 차주를 보유한 시중은행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9월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 등 국내 6대 시중은행의 신규 연체 규모는 1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3분기(5조451억원)와 그해 연말(7조6,503억원)과 비교해도 지난 1년 새 신규 연체금이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연체금이 늘어난 만큼 부도율과 연체율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전국 어음부도율은 0.23%로 2022년도(0.10%)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한국은행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1년(0.38%)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여기에 은행권 기업대출 연체율도 2022년 12월 0.3%에서 2023년 11월 말 0.6%까지 치솟았다.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살얼음판을 걷게 된 주된 이유는 고금리 여건 탓이다. 8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8∼16일 중소기업 811개를 상대로 실시한 ‘2024년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설 대비 최근 자금 사정이 곤란하거나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응답은 82.7%로 집계됐다. 특히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이 곤란하다고 응답한 기업 중 31.3%가 은행 자금조달 시 애로사항으로 높은 대출금리를 꼽았다.

기업의 이자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 역시 2022년 2배에서 2023년 상반기 0.2배로 급락했다.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으로 금융권 대출 원리금조차 갚지 못하는 사실상 ‘좀비기업’이 크게 늘어났다는 뜻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2금융권이 제시하는 최고금리에도 돈을 빌리겠다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는 상태”라며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신규연체 확대와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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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경기 용인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사진=대통령실

‘고금리 장기화, R&D 예산 축소’ 등 앞으로가 더 문제

이런 가운데 향후 중소기업의 금융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마저 높은 상황이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금융을 크게 축소하는 방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으로 지난해(1조8,247억원)보다 4,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1조4,097억원을 배정했다. 역대 정부를 거치며 중소기업에 대한 R&D 지원 예산이 크게 확대돼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부는 정책금융이 시장 기능을 왜곡시켜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봤다. 정책금융 규모가 무차별적으로 확대될 경우 지원금을 받을 필요가 없는 한계기업까지 좋은 조건으로 혜택을 누리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좀비기업들이 생명을 연장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은에 따르면 2022년 국내기업 42.3%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태다.

아울러 최근 높아진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불확실성도 중소기업들의 살림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될 경우 경기 둔화에 따른 실적 악화는 물론, 여전히 기업들이 높은 금리로 자금조달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경제성장률과 고용시장 지표가 예상치를 웃돌자 일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 사이에선 금리인하 시기를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한국은행 역시 이달 11일 기준금리를 8연속 동결하며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일축함에 따라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