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인플레 3% ‘요지부동’, 안정성 압박에 금리 인하도 ‘먹구름’
기대인플레 2%대 '요원', "체감 물가 높은 탓" 금리 인하 시기 '불투명', Fed "시장 예상보다 시기 늦어질 수도" 한은 "물가 2% 수렴 불확실, 대외여건 변동성 확대될 수도"
소비자 물가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두 달 연속 3.0%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 둔화에도 생활물가가 여전히 높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완화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시장에선 금리 인하 가능성에 먹구름이 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시장의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지만,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안정성 저하가 가시화하고 있다.
기대인플레 두 달 연속 3%, CCSI는 0.3p 상승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4년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과 같은 3.0%를 기록했다. 2022년 7월 4.7%까지 상승했다 점차 둔화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3%대를 유지하며 안정화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소비자물가지수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설을 앞두고 농산물, 외식 등 먹거리 관련 체감 물가가 높게 나타나다 보니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크게 떨어지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 약화로 시장금리 하락세가 진정되면서 1p 오른 100을 기록했다. 지수가 100이라는 건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 대답한 사람과 내릴 것이라 대답한 사람의 비중이 같았음을 의미한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과 같은 92로 집계됐다. 매매가격 하락세가 지속됐으나 신생아 특례대출 시행, GTX 연장·신설계획 등 부동산 정책의 영향으로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의 경우는 101.9로 전월보다 0.3p 상승했다. CCSI는 지난해 9∼12월 내내 100선을 밑돌다가 지난달 101.6으로 오른 이후 두 달 연속 100선을 상회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로,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황 팀장은 “물가 상승률 둔화가 지속되고 수출 개선 흐름이 나타나면서 CCSI가 소폭 상승한 것”이라고 전했다.
금리 하락 기대감 우하향, 시장 불안↑
이 같은 지표 발표에 시장은 다소 불안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3%대를 거듭 유지하는 모양새가 연출된 탓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지 않는 이상 금리 인하는 요원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통상 금융당국은 2%대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이상적인 비율로 본다.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2% 선에서 안정시키고 싶은데 물가 오르는 것뿐 아니라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변하고 있느냐를 주요하게 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3%가 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을 2%대로 안정시켜야 한다고 직접 강조하기도 했다. 월별 물가 상승률뿐 아니라 물가에 대한 소비자 기대 심리 변화도 중요하다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4일 올해 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언제 금리를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Fed 목표인) 2%까지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을 더 갖고 싶다”고 전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 하락이 가시화하지 않는 이상 금리 인하를 타진하긴 어려울 것이란 입장을 확고히 나타낸 셈이다.
현재로서는 금리를 너무 빨리 내렸을 때의 위험이 늦게 내렸을 때보다 더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너무 빨리 움직이면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치인 2%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더 크다. 경제가 강세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너무 늦게 내리는 경우 경기 침체가 올 수도 있지만, 현재 경제는 매우 좋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 가능성에, “이대론 안 돼”
이런 가운데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목표 수준인 2%에 수렴하는 시기와 관련해 다양한 불확실성 요인이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전문가와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서 물가 둔화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은 것이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한은은 “전문가와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각각 3.0%, 3.4%로 올랐는데, 상대적으로 넓은 범위의 정보를 통해 형성되는 전문가의 기대인플레이션까지 상승한 건 ‘물가상승률 둔화에 소요되는 기간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물가에 둔화 흐름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지만, 목표 수준인 2%에 수렴하는 시기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게 한은이 내린 결론이다.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구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글로벌 무역체제가 분절화하고 기후변화로 친환경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외여건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여러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고금리 기조가 누그러지지 않고 이어질 경우 시장체계 전반이 어그러질 수 있단 불안감이 높아진 영향이다. 일각에선 물가안정목표 달성 기간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단 주장도 나온다. 한은은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간을 명시하지 않고 ‘중기적 시계에서 목표를 지향한다’고만 하고 있는데,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간이 늘어나자 구체적인 정책 시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다만 한은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특정 시기 내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중앙은행의 신뢰성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듭된 불안정성 증가에 시장과 금융당국 사이 간극이 고착화되면서 지지부진한 갈등이 이어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