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지분 날려보낸 삼성전자, 반도체 호황기 ‘도약’ 꿈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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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지분 전량 매각한 삼성전자, 8배 이익 거뒀다
회복기 접어든 반도체 시장, 재원 확보해 재도약 준비
지난해 반도체 적자만 15조원, 지분 매각으로 한숨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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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사 ASML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ASML이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며 덩치를 불리자, 투자금 회수 및 신규 재원 마련을 위해 지분 매각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ASML 투자 수익을 바탕으로 또 다른 ‘전성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삼성전자, ASML 지분 전량 처분 완료

삼성전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측은 지난해 4분기 중 보유하고 있던 ASML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해당 기간 처분한 지분은 총 158만407주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약 7,000억원(약 5억2,640만 달러)에 ASML 지분 3%를 처음 매입하고, 2016년 투자 회수 차원에서 보유 지분 절반을 매각한 바 있다. 이후 잔여 지분 청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해 2분기다. 두 분기에 걸쳐 지분 청산이 완전히 종료된 셈이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ASML 장부금액(시장 가치)을 토대로 추산한 지분 매각 금액은 2016년 6,000억원, 지난해 약 5조5,000억원(약 41억3,600만 달러)이다. 2012년 투자 금액이 7,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그마치 8배에 가까운 이익을 거둔 셈이다. ASML이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발판 삼아 우량 기업으로 성장한 가운데, 과감하게 지분 장기 보유가 아닌 투자금 회수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ASML 지분 매각 계기로 ‘반도체 투자 재원 확보’를 지목한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지분 매각을 통해 차후 반도체 업황 회복세에 대비한 투자 재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R&D)에 28조3,400억원(약 213억 달러)을 투자한 바 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시설 투자 부문에는 자그마치 53조1,000억원(약 399억 달러)에 달하는 자본을 투입했다.

투자 수익으로 지난해 ‘반도체 적자’ 메꿨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이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 부담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재원 확보를 통해 부진했던 지난해 실적을 ‘상쇄’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약 259조원으로 2022년(302조원) 대비 14.3% 감소한 바 있다. 연간 영업이익은 6조5,700억원으로 같은 기간 84.9%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 이하까지 미끄러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실적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반도체(DS) 부문의 부진한 성적이 지목된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 △4분기 2조2,000억원 등 총 14조8,8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기조로 반도체 업황 전반이 악화한 가운데, 수요 둔화에 따른 재고 누적 및 가격 하락을 버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지난해 상반기 4조원을 웃돌던 적자가 4분기에는 2조1,800억원(약 16억3,930만 달러)으로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특히 재고 수준이 큰 폭으로 개선된 D램은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황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분 판매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딛고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