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담철곤, 보수한도 증액 안건에 과거 횡령 전력 놓고 따지는 소액 주주들
오리온, 임원 보수한도 5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인상 예정 경영 성과에 따른 전문 경영인 급여 인상이라는 명목에도 불구, 시장에서는 오너 일가의 횡령 전력에 의구심 임원 급여가 오너 일가의 개인 목적으로 쓰였던 과거 사례 털어내야
제과기업 오리온이 오는 3월 21일 개최예정인 정기주주총회에서 등기임원 보수한도를 5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올리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원안대로 가결될 경우 2014년 이후 10년 만에 보수한도액을 인상하게 된다.
오리온에서는 이번 보수 총액 증액이 그간 경영 성과에 따른 허인철 부회장, 이승준 대표 등에 대한 급여 인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간 오리온의 실질적인 소유주인 담철곤 전 회장 일가가 300억대 횡령, 세금 탈루, 바이더웨이 매각 220억 환수 등의 사건 등에 휩쓸린 것을 근거로 임원 급여 및 배당액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리온 담철곤 전 회장 과거 경력이 임원 급여 인상에도 영향끼쳐
담철곤 전 오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2011년 회삿돈 약 300억원을 빼돌려 값비싼 미술품을 사들이고, 그 중 일부는 개인적으로 썼다는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의 횡령)에 따라 징역 3년형을 언도 받았다. 당시 혐의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조경민 오리온그룹 사장은 징역 2년 6개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도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당시 담 회장은 조 사장 등을 통해 위장계열사 임원에게 월급이나 퇴직금을 준 것처럼 꾸며 38억 여원을 횡령하는 등 비자금 300여 억원을 개인적으로 쓴 혐의를 받았다. 특히 위장계열사 자금 19억원으로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포르셰 카이엔’ 등 최고가 승용차 등을 리스해 자녀의 통학에 사용한 혐의가 가중되기도 했다. 검찰은 데미안 허스트, 프란츠 클라인 등 140억원 상당의 해외유명 작가의 그림 10점을 법인자금으로 매입한 뒤 자택에 걸어뒀던 점도 함께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지난 2016년에는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 끝에 수십억원의 탈루 세금에 대한 추징금이 부과됐다. 2014년 12월 오리온 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알려진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을 본사에 흡수 합병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세금 탈루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앞서 2006년에 매각됐던 편의점 체인 바이더웨이의 경우, 매수주체였던 CCMP캐피털아시아가 매수대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국제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고, 결국 인수자 측에 220억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당시 매각건과 관계있는 IB관계자에 따르면 편의점의 보증금, 권리금 등이 부당하게 계산됐던 것을 사후적으로 밝혀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전력을 미뤄봤을 때 임원들에게 고액의 연봉을 지급한 것이 담 회장 일가의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서 쓰이게 될 수도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 10여년간 복역, 집행유예 등을 거치며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탓에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기업 경영을 여전히 좌우하고 있는만큼, “배당 이외에 어떤 방식으로건 기업의 수익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쓸 수도 있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동양그룹 파산 때 뭐했었냐는 지적에 여론도 나빠
담철곤 – 이화영 부부 일가가 횡령 건으로 분쟁을 벌이고 있던 무렵, 이화영 전 부회장의 언니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은 동양그룹 CP부실화로 인한 파산 위기를 맞았다. 당시 긴급 자금 지원을 결정하던 산업은행은 동양그룹 자매 상속의 다른 한 축인 오리온 그룹의 지원을 기대했으나, 담 회장이 거절하면서 산업은행도 발을 뺐고, 결국 동양그룹이 파산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후 동양그룹 채권 변제 진행 중 동양그룹 이양구 창업주가 ‘아이팩’이라는 계열사를 가명으로 관리하고 있었고, 이 계열사가 담 전 회장에게 넘어가게 된 사정이 일반적인 상속 절차가 아니었다는 석연찮은 의혹도 검찰 조서에 기록되어 있다. 본 건을 바탕으로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은 상속과 관련해 담철곤 – 이화영 부부 일가에 상속재산 소송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상속 재산에 대한 석연찮은 의혹과 과거 횡령 전력, 기업 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정보들에 대한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채로 기업 매각을 진행해 매각가액이 국제중재 심판에서 무려 15%나 줄어들었던 사례 등을 바탕으로, 이번 보수 총액 인상도 단순한 급여 인상 결정에 그치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은 상태다.
횡령에 ‘자매의 난’까지, 의혹 증폭되면 급여 결정도 마음대로 못하나?
반면 오리온 측에서는 담 전 회장의 과거 횡령 전력 탓에 전문 경영인의 급여도 인상할 수 없는 것은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상법상 등기임원은 보수 한도 내에서만 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지난해 허인철 부회장과 이승준 대표를 포함한 등기이사 5인은 보수한도액의 82%에 달하는 41억원을 지급 받았다. 2019년부터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고, 지난 2023년에는 영업이익이 4,923억원에 달했던데다, 영업이익률이 식품업계 평균치인 5~7%를 훌쩍 뛰어넘어 16.9%에 달하는 점 등을 들어, 전문 경영진에게 추가 급여를 지급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재계에서는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8.04%)를 비롯한 일반 주주들이 주총에서 반대를 표명한다고 해도 오리온 측의 보수 총액 한도 증가 안건은 무리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주회사인 오리온 홀딩스 및 담 회장 일가가 보유한 오리온 지분이 43.8%에 달하는데, 주주총회 출석 주식이 통상 80%를 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참석 주주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횡령 전력이 오리온 경영에 장기간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임원단의 급여 인상 이후에도 자금 흐름을 명확하게 밝혀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