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 유예’하자 강동구 전세매물 대규모 증가, 전세가격도↑
7일 기준 서울 강동구 전세 매물 2,517건 집계 전세값 오르는데 매매가는 연속 하락세 실거주 의무 유예로 전세물량 늘었지만, 수급 불안 해소는 '글쎄'
서울 강동구에 전세 매물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둔촌동 둔촌주공을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 등의 입주 시기가 다가오면서다. 서울 전셋값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나, 강동구에서는 신축 대단지를 중심으로 시세가 출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 나온다.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세 매물 대거 쏟아져
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강동구 전세 매물은 2517건으로 집계됐다. 아실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21년 3월 이래 가장 많은 전세 매물이 쌓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동구 전세 매물은 지난해 6월 1000여건에 불과했지만, 불과 9개월여 만에 2.5배로 늘어났다.
강동구 전세 매물은 둔촌동과 길동 등 신축 대단지 아파트 준공일이 다가오는 지역을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입주 전 잔금을 치르기 위해 일찍이 전세 세입자를 찾는 집주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총 1만2032가구 규모인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에는 지난 7일 기준 540건의 전세 매물이 나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가 지난달 29일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매물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는 6월 준공을 앞둔 길동 ‘강동헤리티지자이’에서도 전세 매물이 급중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 단지에도 전세매물이 100건 넘게 쌓여 있는 상태다. 이 외에도 천호동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999가구)가 오는 9월 준공을 앞두고 있고 천호동 ‘천호역마에스트로'(77가구), 같은 동 ‘더샵 강동 센트럴시티'(670가구) 등도 2025년 준공 예정인 만큼 강동구에 새 아파트 전세 공급이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세 매물이 쌓이자 강동구 아파트 전세 가격도 서울 여타 지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첫 주(지난 4일 기준) 강동구 전셋값은 지난주보다 0.01%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전셋값 상승률(0.08%)보다 크게 낮다. 그 전주에는 전셋값이 0.04% 하락하기도 했다.
매매는 15주째 뒷걸음질 치는 중
전세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매매가격은 15주 연속 뒷걸음질 치며 온도차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북(한강 이북) 지역에서 강북구(-0.09%)·도봉구(-0.06%)·은평구(-0.05%)·서대문구(-0.03%) 등이 떨어졌다. 강남 지역에서도 관악구(-0.06%)·강동구(-0.02%) 등이 하락했다.
반면에 송파구는 0.03%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기(-0.06%)와 인천(-0.03)도 전주와 같은 하락폭을 그렸다. 경기에선 광주시(-0.29%)·안양 동안구(-0.21%)·광명시(-0.17%)·파주시(-0.14%) 등이 하락했다. 하지만 고양 덕양구(0.09%)와 용인 처인구(0.03%) 등은 올랐다.
인천에선 미추홀구(-0.14%)·중구(-0.07%) 등지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03% 오르며 지난주(0.02%)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지난달 5일 이후 5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0.05%→0.08%)과 인천(0.10%→0.14%), 경기(0.06%→0.07%) 모두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선호단지에 대한 급매물 매수 문의가 존재하지만 매도자들이 희망가격을 쉽게 내리지 못하면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지역별, 단지별 상승과 하락 거래가 혼조되면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거주 유예로 전세 물량 늘었지만 ‘수급불안’ 여전
한편 지난달 실거주 의무 유예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시장에선 전세 매물 증가로 수급 불안 해소를 기대하고 있다. 실거주 의무 유예 법안의 영향을 받는 아파트는 전국 77개 단지, 4만 9천여 가구로, 온라인 부동산 매물을 확인한 결과, 유예안 통과가 확정된 지난달 말 이후 올라온 매물들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당장 입주를 앞둔 전국 5만 가구의 경우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지만, 이번 대책이 완전 폐지가 아닌 ‘유예’에 불과한 데다 기존 법과의 충돌 여지도 있어 결국 3년 뒤 다시 시장 혼란이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거주 의무 유예 아파트의 경우 2년의 계약 연장이 가능한 조합원 매물과 3년 짜리 일반 분양 매물 사이에서 전세가격이 이중으로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예년에 비해서 크게 모자라기 때문에 실거주 의무 유예로 풀리는 매물이 나오더라도 전세시장 수급 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