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 상승 거래 속속, 본격 회복세는 ‘글쎄’
2월 거래 10건 중 4건은 상승 거래 금천·관악·구로는 절반가량 하락 거래 적체 매물 소화까진 힘겨루기 장세 전망
지난달 서울 아파트 시장의 거래량이 소폭 줄어든 가운데 직전 거래보다 가격을 높인 상승 거래 비중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셋값이 오르며 매매가의 동반 상승을 이끈 가운데, 시장 내 누적된 매물을 소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대부분 지역 상승 거래 소폭 증가-하락 거래 대폭 감소
12일 직방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1,428건으로 전월(2,518건) 대비 약 4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계약 완료 후 30일 이내 신고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수치는 향후 일정 수준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눈에 띄는 점은 상승 거래 비중의 확대다. 2월 서울 아파트 상승 거래 비중은 43%로 전월(39%)와 비교해 4%p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락 거래의 비중은 44%에서 39%로 줄어들었다. 그동안 누적된 저가 급매물이 소진된 후 시장의 하방 압력으로 시장이 재편된 데 따른 영향이라는 게 직방의 설명이다. 상승 및 하락 거래는 특정 아파트 단지의 동일 면적 물건이 반복 거래된 경우 직전 거래와의 가격 차를 비교한 결과로, 시장의 회복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지열별 상승·하락 거래 비중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먼저 강남권(강남·서초·송파)의 상승 거래는 37%로 전월과 동일한 비중을 유지했다. 하지만 1월 49%에 달했던 하락 거래 비중이 43%로 크게 줄며 회복 가능성에 청신호를 켰다. 지난해 12월 하락 거래 비중이 56%에 달했던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은 지난 1월 41%, 2월 33%로 단계적 축소했고, 같은 기간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또한 지난해 말 51%에서 올해 1월 46%, 2월 42%로 그 비중을 줄였다. 반면 금관구(금천·관악·구로)는 49%가 하락 거래로 확인되며 시장 회복 시점을 늦췄다.
시장의 회복세는 한국부동산원의 매매수급지수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3월 첫째 주(4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4.7로 지난 2월 5일 이후 4주 연속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이는 시장이 최고 활황기였던 2021년 12월(104.2)에는 미치지 않는 수준이지만, 하락세를 거듭하던 2022년 말 또는 2023년 초와 비교하면 30% 이상 치솟은 결과다. 아파트 매매 시장의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매매수급지수는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물건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반대로 100보다 높으면 사려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5월 이후 상승세 거듭 전세 시장, 매매 시장에도 영향
업계에서는 수도권 전세 시장의 상승세가 매매 시장으로도 이어졌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의하면 이달 4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8%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5월 넷째 주 저점을 찍은 후 42주 연속 상승세를 거듭한 결과로, 1월부터 3월 첫째 주까지 평균 상승 폭은 0.65%에 달한다.
봄 이사철을 맞은 최근에는 매매 시장에서 적합한 물건을 찾지 못한 수요까지 전세 시장으로 유입되며 상승 폭을 키우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매매 관망세가 전세 수요로 전환되는 등 전세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으로 역세권이나 정주여건이 양호한 단지의 임차 문의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며 “당분간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 가격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전셋값의 상승세가 가팔라지며 이른바 ‘깡통전세’ 확산을 우려했던 시장에서는 상승 거래 비중 확대 추세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매매가격의 상승 없이 전셋값 상승만 거듭될 경우 두 가격의 격차가 줄어 소자본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 수요가 유입되기 좋은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2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2.45%로 10년 만에 역대 최저를 기록한 전년 동월(51.23%) 대비 소폭 증가에 그쳤다.
7만 건대 수준이던 매물, 8만 건대로 적체
다만 본격적인 매수 심리 회복을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전반적인 하락 거래 비중 감소는 확인되지 않은 데다, 일부 지역은 여전히 저가 매물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매물 적체에 따른 것으로,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2일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8만1,465건에 달한다. 지난해 초 4만 건대로 쪼그라들었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해 4분기부터 지난 2월까지 전반적으로 7만 건 안팎을 유지해 왔지만, 이달 6일(8만149건) 이후 줄곧 8만 건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매물 적체는 거래량 감소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 개편에 따른 신규 분양 거래가 크게 줄고, 특례 보금자리론의 운영 종료로 수요가 위축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와 완화된 대출 규제를 적용한 특례 보금자리론은 유효 신청 금액 43조4,000억원 규모를 기록한 후 지난 1월 29일 신청 및 접수를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힘겨루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리드는 “2월 상승 거래가 증가한 것은 시장 회복 신호가 될 수 있지만, 아직은 저가 매물 소진 후 숨 고르기 단계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일부 지역은 여전히 저가 매물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회복을 속단하긴 이르다”며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한 차례 조정될 예정이고, 4월 총선을 기점으로 정부 정책이 바뀔 가능성도 있어 시장은 당분간 횡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