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금리 인상한 일본은행, YCC 폐지·ETF 매입 중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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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종료, “역할 다했다”
단기금리 -0.1%→0~0.1% 상향
한국 증권가 "자동차·조선 등 수혜효과"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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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일본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디플레이션이 끝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과 함께 2016년 2월 시작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도 종료됐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0.1%의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잔고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금리인상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본, 마이너스 금리시대 끝났다

19일 일본은행은 이틀 동안의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마치고 대규모 금융완화 조치들을 대부분 폐기했다. 단기 금리는 마이너스(-) 0.1%에서 0~0.1% 수준으로 인상됐다. 마이너스 금리뿐 아니라 장단기 금리조작(수익률곡선통제, YCC)과 상장지수펀드(ETF) 매입도 중단됐다. YCC 폐지 이후에도 금리 급등을 막기 위해 일정 규모의 국채 매입은 계속하지만 시장 흐름에 반해 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위한 틀은 없어졌다. 장기금리 유도 목표와 1%로 설정한 상한선을 없애고 시장 흐름에 맞춰 금리 변동이 용인된다. 일본은행은 YCC 폐지 후에도 “지금까지와 대체로 비슷한 금액으로 장기 국채 매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 매입도 종료했다. ETF와 REIT 매입은 2010년에 시작한 정책으로 2013년 취임한 구로다 하루히코 전 총재가 내세운 양적완화 일환으로 ETF 매입이 증가했다. 일본은행은 그동안 도쿄증시의 토픽스 지수가 2% 넘게 떨어지면 ETF를 매입해 왔다. 하지만 주말 대비 하락률이 2%를 넘어선 지난 11일에는 일본은행이 ETF 매입을 보류하면서 시장에서는 정책 변화를 둘러싼 관측이 더욱 커졌다.

일본은행은 결정문에서 물가 2% 목표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며 마이너스 금리를 비롯한 대규모 완화정책이 “그 역할을 다했다”고 결론냈다. 아울러 물가 2%를 안정적으로 초과할 때까지 통화량 확대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오버슈팅형(초과달성) 공약’도 폐지했다.

금리 인상의 배경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10년간 양적완화를 이어 온 일본은 몇년 전부터 출구 전략에 총력을 기울였다. 일본은행은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일본은행은 시장금리가 변동 허용폭 이상으로 올라가면 ‘지정가격 오퍼레이션’이라 불리는 국채 매입을 통해 이를 억제해 왔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불거진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금리 인상에 들어가면서 일본은행도 마냥 제로금리를 고수하긴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선을 지난 2022년 12월 0.25%에서 0.5%로 올린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0.5%를 목표로 잡고 사실상 1%까지 올리는 것을 용인했다. 지난해 10월에는 0.5% 목표도 없애고, 1%를 초과해도 용인하는 것으로 정책을 수정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정책 수정 배경으로 탄탄한 국내 경제성장과 물가 인상을 꼽고 있다. 일본은행은 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1.3%에서 같은 해 10월 2.0%로 0.7%포인트나 올렸다. 기업 활동이 확대되는 가운데 가계소비 증가, 방일 외국인 급증 등의 영향이 컸다. 특히 일본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수출이 지난달 약 9조1,900억 엔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크게 기여했다.

늘어나는 미·일 금리 격차와 이로 인한 엔저 장기화도 일본은행에 부담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오랜 기간 제로금리 정책을 펼쳐 온 일본과 달리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끌어올렸다. 미·일 금리 격차가 엔화 매도, 달러 매수로 이어지면서 달러당 엔화는 최근 150엔대를 꾸준히 넘나들고 있다.

일본 금리 인상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

일본이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자체로 보면 △엔화 강세 △막대한 해외 일본 자금의 회귀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 상승 등을 의미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벌써 일본과 경쟁하는 자동차, 조선 등의 수혜효과를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금리인상폭이 마이너스 금리 탈출이라는 선언적 수준의 소폭(0.1% 상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하는 배경에는 일본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이 된 만큼, 단순히 일본의 금리인상→엔화 강세→우리의 수출경쟁력 회복으로 연결짓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도쿄 증시는 지난주 5거래일 동안 하락하며 전주보다 2.5%가량 떨어졌다. 그러나 일본은행의 금리결정회의가 열린 18일 하루 만에 지난주의 낙폭을 만회한 이상의 상승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지난 금요일보다 1032.80포인트(2.67%) 올랐다. 시장이 금리인상의 악재보다는 정책불투명 해소를 평가하면서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살아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채권과 환율시장에서도 이미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요인이 반영됐다고 보며 오히려 금리가 약세를 보이거나 엔화가치도 보합권 수준에 머물렀다. 결국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단기간에 큰 변화가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금융기조 완화를 중단하는 만큼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나 일본은행의 주식매입 등 보조 정책수단 등으로 긴축기조가 어느 정도 규모로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