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 안 팔리는 홈플러스 탓에 메리츠에서 울며 겨자먹기식 1조3천억 리파이낸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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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매각 지연되자 MBK파트너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계약에 악조건 상당부분 수용
메리츠금융, 홈플러스 매각 장기 지연 고려해 고수익 투자처 발굴한 것이라는 평가
IB 관계자들 "향후 홈플러스 매각 시점에 이번 리파이낸싱 계약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과 MBK파트너스는 1조3천억원(약 9억7,000만 달러) 규모의 홈플러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재융자)에 최종 합의했다. 지난 2019년 선순위 및 중순위 대주단이 홈플러스의 부동산 및 지분을 담보로 빌려준 5천억원과 2021년 임차보증금을 기초로 유동화 대출약정(ABL)을 통해 조달한 4천억원, 메리츠증권과 한화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각각 3천억원, 1천억원 등이 대상이다.

당초 IB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어 이번 리파이낸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메리츠금융그룹이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대주단과의 협상 문제를 일단 지나갈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다만 메리츠금융그룹의 조건에 난색을 표했던 MBK파트너스가 결국 메리츠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만큼, 향후 홈플러스 매각 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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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홈플러스

2015년 인수한 홈플러스, 10년간 매각처 못 찾고 기업 가치만 하락 중

IB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리파이낸싱 금리는 홈플러스 신용도인 BBB 3년물 대상 금리에 1%p를 가산한 10%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부터 이어졌던 양측이 협상이 한동안 진척이 없었던 이유가 연 10% 이상의 금리가 지나치게 고금리라는 MBK파트너스의 불만 때문인 것으로만 알려져 있었으나, 메리츠 측에서 담보까지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MBK파트너스가 많은 양보 감내해야만 했다는 평이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시중은행 및 증권사 등과도 수차례 리파이낸싱을 논의했으나, 홈플러스 영업실적 악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홈플러스 영업점 가치 하락 등의 이유로 주요 은행들에서 난색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1년, 2022년에 연이어 적자를 겪은 데다, 2023년에도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대출 협상에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사실상 사업가치를 책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점으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만으로는 MBK파트너스가 요구하는 조건을 맞출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에 7조2천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4조3천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으로 자금을 마련했고, 지난 9년간 단계적으로 영업점 매각 등을 통해 인수금융 규모를 줄여왔다.

인수 당시만 해도 홈플러스는 연간 8조원대 매출 성장세를 보였으나 온라인 이커머스의 성장 및 대형마트식 유통 시장 구조가 단계적으로 축소되면서 영업손실이 계속됐다. 한때 AA-급 신용등급을 유지했었으나, 지난해 9월 한국기업평가(한기평)은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도 각각 ‘A3+’에서 ‘A3’으로 낮췄다. 당시 보고서에서 한기평은 “오프라인 중심 사업 기반의 높은 고정비 부담, 인플레이션, 고객 유치를 위한 판매 촉진 확대 등으로 제반 비용부담이 상승한 결과”라면서 “점포 매각 등을 통해 내부자금소요와 차입금 상환부담에 대응할 예정이지만 점포 수리 및 투자 부담, 저조한 수익성 등이 지속되면서 중단기간 내 재무구조 개선 여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매각 시기 놓치면서 홈플러스 투자 수익성 더 악화될 것 전망도

IB업계에서는 사모펀드(PE)가 통상 5년 이내에 인수 기업을 매각하는 것이 통례라는 점을 놓고 볼 때, 홈플러스는 매각 시기를 놓쳐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이 더더욱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모건스탠리(MS) PE가 지난 2008년에 인수했다 올해 1월에야 매각했던 전주페이퍼를 사례를 꼽는다. 당시 도이치뱅크를 인수자문사로 끼고 신한PE와 함께 전주페이퍼와 태림페이퍼를 인수했으나, 신문용지 산업이 하향세로 접어들면서 회수에 애를 먹었다. IB업계에서는 통상 회수 기간을 훌쩍 지난 탓에 출자자(LP)들이 잊은 경우도 있다는 소문도 돌았던 만큼, MS PE에서는 적정 가격보다 매각에 더 초점을 맞췄다는 후문이다. G&A PE가 2008년에 인수한 이베스트투자증권도 당시 인수가액이었던 3,350억원의 약 3분의 1을 LS네트웍스가 출자했으나, 이후 LP들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모두 받아준 LS네트워크의 PE 내 지분율은 99%까지 높아졌다. 자본시장법상 PE 운용기한(15년)이 다가오자 LS네트웍스는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인수하기로 했고, 지난 4월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 승인신청을 냈다.

홈플러스 매각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메리츠금융 내부에서는 이번 리파이낸싱에서 논의된 기간 이후에도 매각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MBK파트너스가 거래를 꺼리게 만들었던 주요 홈플러스 사업장 및 부동산이 담보로 잡힌 것도 같은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들은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홈플러스 매각이 추가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리파이낸싱 계약이 향후 홈플러스 매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