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국민연금·소액주주 표심과 신주금지 가처분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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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임성기 회장의 '오른팔' 신동국 한영정밀 회장, 통합 반대에 나서
임직원 사우회는 통합안 찬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도 찬성 쪽에 무게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결정에 따라 국민연금·소액주주 표심 영향 받을 것

한미약품 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둘러싼 한미약품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간 모녀(송영숙 한미약품 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측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개인 최대 주주이자 고 임성기 회장의 오른팔로 불렸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장·차남(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형제 편에 서기로 하면서다. 임씨 형제는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의 통합을 반대하고 있다.

현재 모녀 지분 및 가현문화재단(4.9%), 임성기재단(3.0%) 합계는 32.23%, 장·차남 및 특수관계인, 디엑스앤브이엑스 지분 합계는 25.05%다. 여기에 신동국 회장이 보유한 11.52%가 임씨 형제 측에 서면서 통합안 반대 측이 더 지지세를 얻은 상황이다. 당초 신 회장이 통합에 찬성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지만, 시장 예측과 반대 상황이 벌어지면서, 지분 7.86%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따라 28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결정에 양쪽의 승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임씨 형제가 수원지방법원에 제출한 신주금지 가처분 신청 결정도 주목된다. 금융권에서는 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통합 쪽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에 무게추가 쏠리지만, 반대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표 대결의 향배는 짐작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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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 표심이 통합 향배 결정 전망

국민연금이 통합안에 대해 공식적인 의사 표명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4일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 임직원 약 3,000명이 모인 한미 사우회는 보유 주식 23만여 주에 대해 이번 주주총회에서 ‘통합 찬성’으로 결의한다고 밝혔다. 한미 사우회는 최근 개최한 사우회 운영 회의에서 “OCI그룹과의 통합을 찬성한다”고 입장을 결정하고, 오는 28일 열리는 제51기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통합 찬성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한미 사우회는 “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선택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한미가 과거가 아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임직원들도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그룹 구성원을 대표하는 사우회가 OCI그룹과의 통합을 찬성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그룹 통합 이후 펼쳐질 한미그룹의 비상과 약진을 기대하며 통합이 반드시 완성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한양정밀 신 회장이 임씨 형제 측 손을 들어주면서 통합안이 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한미 사우회가 송 회장 모녀 측 지지를 선언함에 따라 다시 표 대결의 무게추가 방향을 돌렸다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 및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28% 가량의 지분이 어느 쪽에 표를 던지느냐에 따라 통합안의 성패가 결정 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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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3남매 – 임종윤 사장(좌), 임주현 사장(중), 임종훈 사장(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영향받을 것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결정이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앞서 송 회장 모녀가 신주 발행을 통해 OCI그룹과의 통합을 제안하자, 임씨 형제는 즉각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수원지방법원에서 지난 6일에 심문에 마무리된 만큼, 관계자들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주총 전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은 대체로 통합 찬성 쪽에 무게가 기우는 모습이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5곳 중 3곳이 통합안에 손을 들어준 반면, 1곳은 중립, 국내 자문사 한국ESG기준원(KCGS)만 통합 반대를 표명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지난 21일 보고서를 통해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후보 주총 안건에 모두 찬성하고, 임종윤 사장 측 주주제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서스틴베스트는 “양사 통합을 위한 주주거래가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그동안 송영숙 회장, 임주현 사장의 상속세 이슈로 주가에 오버행 이슈가 제기됐으나, 이번 거래로 상속세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임씨 형제 측의 통합 반대 안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권리보호를 위한 행동이 주주의 이해관계와 항상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임씨 형제가 이사로 선임되면 이사회는 교착상태에 빠져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떨어지고 회사 및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형제 측은 5명의 이사 후보 중 2명을 임씨 형제로 지정한 바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도 모녀 측 이사 후보 6명에 대해 전원 찬성, 형제 측 5명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사실상 모녀 측의 손을 들어줬다. 또 다른 글로벌 자문사인 ISS는 회사 측 후보 중 3명에 대해 찬성, 형제 측 후보 중 2명에 대해 찬성하며 사실상 중립 의견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은 경영권 분쟁의 승자가 누구인지보다 어느 쪽이 주주가치 제고에 더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