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후에도 지분 안 판다는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한미그룹 계열사 대표·본부장 통합 지지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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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OCI그룹과 통합 이후에도 3년간 보호예수 선언
임종윤·종훈 사장 측이 구체적 방안 없이 목표만 내세워 소액 주주 호도한다 비판도
한미그룹 계열사 대표 및 본부장 8인은 한미-OCI 통합안 찬성 의향 밝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결정짓는 주주총회가 28일로 다가온 가운데, 통합에 반대하는 외부의 장·차남 측과 내부에서 통합을 이끌고 있는 모녀 측 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22일 밤 주요 대주주 중 한 명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장·차남 측에 지지 선언을 하면서 주주총회 중 표 대결의 향배를 가늠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OCI와의 통합이 마무리되면 OCI홀딩스에 요구해 향후 3년간 한미사이언스 주요 대주주 주식을 처분 없이 예탁하겠다”며 오빠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동생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을 향해 ‘3년간 지분 보호예수’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 빠르면 25일 오후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결과에 대해 “가처분 의견서에서 드러냈듯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매각할 생각만 하고 있다”면서 “이는 한미그룹과 일반주주의 권익 침해로 직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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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3남매 – 임종윤 사장(좌), 임주현 사장(중), 임종훈 사장(우)

통합 반대 후 경영권 프리미엄 받고 매각하려 한다?

임 사장은 “오빠와 동생은 상속세 잔여분 납부에 관한 실질적, 구체적인 대안과 자금의 출처를 밝혀 주기 바란다”며 임종윤 사장을 향해서는 “상속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무담보로 오빠에게 빌려준 채 돌려받지 못했던 266억원의 대여금을 즉시 상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25일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송 회장 등 한미그룹 일가는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이 2020년 타계하면서 한미사이언스 주식 2,308만여주를 상속받았다. 이에 따라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부과받았으나 아직 절반 남짓만 납부한 상태다. 송 회장과 자녀들은 5년 분할 상환 중에 있고, 아직 2,000억원 이상 잔여분이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주현 사장은 장남 임종윤 사장을 향해 “‘상속세는 연대채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어머니와 다른 형제들에게 그 부담을 떠안길 생각이라면 더 이상 그러한 무책임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오빠는 현재 밖으로 알려진 것만 해도 보유주식 전부, 나아가 선대 회장께서 조카들에게 물려주신 주식에 대해서도 담보를 설정해 놓고 있다”며 “현재 채무상황을 주주들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임종윤 사장이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1조원 투자 유치’ 계획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 달라. 그 방안이 현실적이고 믿을 수 있다면 저부터 지지하겠다”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주주들을 현혹한다면 시중에 떠도는 소문처럼 오빠와 동생 뒤에 한미그룹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사모펀드나 정체불명의 세력이 도사리고 있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주현 사장은 끝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의지도 드러냈다. 지난 이사회에서 말씀드린 중장기 당기순이익 50% 주주환원, 중간배당 도입 등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이 그간의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보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반성하고 있다”며 “통합이 마무리되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회에서 일차적으로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포함하는 획기적이고 적극적인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안건으로 올려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미그룹 계열사 대표·본부장 “통합 적극 찬성” 주주 지지 호소

임주현 사장과 함께, 한미약품그룹 내부에서도 그룹 통합 찬성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그룹 책임리더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와 더불어 임해룡 북경한미약품 총경리,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현 부광약품 대표), 박중현 에르무루스 대표(한미그룹 커뮤니케이션) 등 계열사 대표 4명과 한미약품 김나영 전무(신제품개발본부장), 박명희 전무(국내사업본부장), 신성재 전무(경영관리본부장), 최인영 전무(R&D센터장) 등 본부장 4명 등 8명이 OCI그룹과의 통합에 찬성하겠다고 나섰다.

이들 책임리더는 “28일 열릴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주주님들께 한미의 미래를 선택해 달라는 강력한 제언의 말씀을 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어 “송영숙 회장을 임성기 선대 회장의 뜻을 실현할 최적임자”라면서 “송 회장을 중심으로 한미그룹이 하나 되어 글로벌 한미를 향한 담대한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책임러디 그룹은 “‘차세대 한미의 리더’로 임주현 사장을 추대하며, 임주현 사장이 임성기 선대 회장의 R&D 철학을 이어나갈 최적임자”라고 했다. 또한 “한미가 국외 자본에 의해 휘둘릴 수 있는 리더십을 결단코 반대하며, 임성기 선대 회장이 남긴 우리의 유산을 끝까지 지켜나갈 것임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임종윤·종훈 사장 형제가 주주총회 경쟁을 위해 마련한 자금이 외부 사모펀드에서 흘러 들어오고 있다는 소문이 회사 내부 관계자들에 확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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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윤·종훈 형제의 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도 제기

임종윤·종훈 형제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주식에 대해 한 번도 팔 생각을 해 본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 어떤 매도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2일에 일부 투자자들에게 배포했던 전환사채(CB)에 대한 수요가 저조했던 것이 알려진 상황인만큼, 자금 출처에 대한 근거없이 시장을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소유하고 있는 DXVX(디엑스브이엑스)측은 25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CB 발행을 위한 텀시트(주요거래조건서·term sheet)를 일부 투자자에게 배포했다. 발행 예정이었던 5년물 CB의 쿠폰 금리는 연 3%, 만기수익률 8%를 보장하는 조건이 달려있다. 일반적인 CB의 만기수익률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조건이 포함되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매물로 인식됐다. 또한 최대주주인 임종윤 사장과 그가 소유한 코리그룹이 지급 보증에 나서는 내용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조건까지 더해져 자금 조달이 수월할 것으로 예상됐던 상황이다. DXVX 측은 텀시트 배포 이후 다수의 국내 주요 캐피탈사와 저축은행들과 CB 발행 참여 여부를 놓고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발행 조건 중 DXVX측이 한미사이언스 보유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투자자 확보에 발목을 잡았다. 경영권 분쟁으로 한미사이언스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주주총회가 마무리된 이후 발행 여부를 다시 논의하자는 의견을 DXVX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경영권 분쟁으로 임종윤 사장이 보유한 DXVX의 자금 확보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진 상태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DXVX의 사정상 운전 자본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주주들의 불만도 커질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 한미사이언스는 25일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을 해임했다. ‘사임’이 아니라 ‘해임’으로 표현한 것을 두고 모녀 측이 대외적인 메세지를 보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OCI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을때도 임원에서 해임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