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홍콩 ELS 배상에 속도 내는 금감원, “판매사 제재 신속히 진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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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사태 불완전판매 책임 범위 수면 위로
이르면 4월 본격화, 기관·임직원 과징금 부과 가능
업계 "올바른 영업 관행 확립이 더 효과적"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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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다음 주부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자본시장법·금소법 위반)사태와 관련해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돌입한다. 본점과 지점 창구에서 심각한 불완전판매 사례가 발견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관 제재 및 조 단위의 과징금 부과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실적주의 등 영업 관행에 관한 책임을 묻는 방안이 제외돼 반쪽짜리 제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홍콩 ELS 불완전판매 제재 절차 착수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홍콩ELS 불완전판매 제재 절차에 착수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1일 “홍콩 ELS 제재 절차에 신속히 돌입해야 그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들을 제도 개선에 반영할 수 있다”며 “빠르면 4월부터 판매사에 대한 제재 절차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홍콩 ELS 판매사 11곳에 대한 현장 검사에서 적합성 원칙·설명의무 위반 등 은행의 불완전판매 사례를 대거 적발했다. 원금보장 등 안전지향성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에게 고난도(고위험) 상품인 ELS 가입을 유도하거나, 지점 방문이 어려운 투자자를 대신해 가입신청서를 대리작성한 경우다. 본점 차원의 문제도 확인했다. 금감원은 본점에서 과도한 영업목표를 설정해 직원들이 공격적으로 홍콩 ELS 상품을 판매하도록 하고 개인 성과지표(KPI)를 ELS 판매 시 유리하도록 설계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점 판매를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배상 시 과징금 경감

현재 금감원은 현장검에서 불완전판매 사례가 확인된 만큼 자본시장법 및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을 근거로 제재를 부과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금소법에 따라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 적발 시 수입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여기서 수입은 수수료 수입이 아니라 판매금액(투자금액) 총액이기 때문에 ‘징벌적’ 과징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021년 이후 판매된 홍콩 ELS는 총 19조3,000억원이다. 이론적으로는 이 가운데 50%인 9조6,500억원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다만 금소법 시행령에는 ‘위반 행위로 발생한 피해의 배상 정도’에 따라서 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도록 명시됐다. 또 금소법에서 위임한 ‘금융기관 검사 및 제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과징금이 과도한 경우에는 부당이익의 10배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감 할 수 있다. 5대 은행 기준 홍콩 ELS 수수료 수입은 1,866억원으로, 부당이익의 10배는 약 2조원이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ELS 판매사 제재 관련해 “상당 부분을 시정하고 책임을 인정, 원상회복 조치를 한다면 원론적으로 과징금 등 제재의 감경 요소로 삼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금융회사가 투자자 구제를 위한 자율배상에 나선다면 과징금 경감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홍콩 ELS를 판매한 금융회사의 속내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자율배상안을 거부하면 자칫 배상금액보다 더 많은 과징금을 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상금은 손실액에서 0~100%만큼 주는 방식이지만 과징금은 손실액이 아닌 판매액 기준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적극적으로 피해자 구제에 나선 경우 제재 수위가 크게 낮아질 수 있으나, 이사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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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행 CEO 처벌은 딜레마

다만 은행 CEO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은행 직원과 영업 담당 임원의 불완전판매를 CEO 책임으로 연결하기에는 법리적·논리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CEO의 내부통제 책임이 아예 없다고 할 순 없지만, DLF 때와 비교했을 때 상당 부분 (내부통제 관리가) 갖춰진 경우가 많다”며 “CEO에 지배구조법 등 법적 책임을 적용하기도 어려워 딜레마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단기실적주의 등 잘못된 영업관행의 원인 제공자인 CEO를 제재하지 않는 것은 결국 ‘반쪽짜리 제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년간 반복되는 불완전판매 사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금소법 개정을 통해 규제 조항을 기계적으로 늘리는 것보다 CEO에 직접적인 책임을 물어 올바른 영업 관행을 확립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현재 금융당국도 ‘우선 팔고 보자’는 식의 은행 단기성과주의에 따른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은행의 영업관행을 전반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