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이자, 수분양자가 대신 내세요” 유동성 위기에 휘청이는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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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시장 침체로 가라앉은 건설업계, '사고 사업장' 속출
중도금 이자 감면 혜택이 사라졌다? 일부 수분양자, 상환 의무 떠안아
대형 건설사까지 피해 가지 못한 유동성 위기, 업계 혼란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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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업계 전반이 줄줄이 휘청이고 있다. 건설 경기가 꾸준히 악화하며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하는 가운데, 사고 사업장이 속출하며 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현장 곳곳에서는 중도금 무이자 혜택 등을 믿고 계약을 체결했다가 ‘낭패’를 본 수분양자들의 푸념이 흘러나오고 있다.

흔들리는 중도금 무이자 혜택

일반적으로 분양에 당첨된 수분양자는 대략 분양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납부하고, 이후 분양가의 40~60% 수준의 중도금을 납부해야 한다. 중도금은 보통 4~6회에 걸쳐 내며, 이후 남은 잔금을 분양 시점에 납입하면 된다. 사실상 청약 당첨자 입장에서 가장 큰 부담은 중도금인 셈이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대부분의 당첨자들은 건설사가 주선하는 중도금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자다. 만약 금리가 5%인 상황에서 6억원 아파트를 분양받았을 경우, 수분양자는 대략 1,500만원에 달하는 중도금 이자를 상환해야 한다. 이에 건설사들은 초기 분양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중도금 이자 감면’ 혜택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이 같은 건설사들의 혜택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분양 시장 전반이 얼어붙으며 유동성 위기로 중도금 이자를 부담할 수 없는 사업장들이 속출하면서다.

건설사가 이자를 부담하지 못할 경우, 상환 의무는 청약 당첨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30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할 때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은 건설사 부도 시 아파트 공사를 마무리하는 용도로 쓰일 뿐, 중도금 무이자 같은 마케팅 혜택은 보전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사 혜택을 믿고 계약을 체결한 수분양자들이 줄줄이 낭패를 보게 되는 셈이다.

한국건설의 ‘중도금 이자 미납’ 사태

실제 지난 1월에는 전남·광주 중견 건설사인 한국건설이 은행에 중도금 이자를 납부하지 못하며 수분양자 측에 상환 의무가 돌아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1월 11일, 금융권은 지난 11일 해당 아파트 분양자들에게 한국건설 측이 납부해야 할 중도금 이자 상환을 요구하는 안내 문자를 보냈다. 해당 아파트 분양과 관련해 중도금을 추가로 대출해 줄 수 없으며, 건설사 측이 중도금 이자를 납부하지 않았으므로 수분양자가 직접 해당 금액을 상환하라는 내용이었다.

해당 아파트는 ‘중도금 무이자 조건’으로 분양이 이뤄졌다. 기본적으로 중도금 대출이자를 한국건설이 부담하고, 한국건설이 이를 부담할 수 없을 경우엔 분양자가 부담하는 형식의 계약이 포함됐다는 의미다. 중도금 이자는 가구당 매월 7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측은 해당 신축 아파트의 공정률이 50% 상당을 보여야 함에도 30%대 낮은 공정률을 보이고, 지난해 9월 이후 관련 공정률을 은행에 제출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수분양자 측에 상환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혼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한국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지목된다. 최근 대다수 건설사들은 △고금리 기조 △아파트 분양 시장 침체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다수 국내 건설사가 사상누각(沙上樓閣, 기초가 약해 무너질 염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중도금 이자 관련 혼란은) 한국건설만의 일이 아니다. 건설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면 비슷한 혼란을 겪는 단지가 곳곳에서 등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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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마저 ‘휘청’

더 큰 문제는 유동성 위기가 비단 중소 건설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업계 내에서 ‘제2의 태영건설’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샀다. 코오롱글로벌의 미착공 사업장 3곳(PF 규모 약 6,100억원)의 우발채무 리스크가 부각되면서다. 단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13일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대전 봉명 사업장에 대한 최종 기표를 마무리, 브릿지론을 본 PF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장의 PF 규모는 총 2,491억원으로, ‘우발채무 리스크’가 불거진 사업장의 PF 규모 중 40% 이상을 차지한다.

통상 본 PF로의 전환이 이뤄진 사업장은 차후 착공, 분양 수순을 밟게 된다. 이들 사업장의 본PF 전환 여부가 올해 코오롱글로벌의 유동성 관리의 ‘관건’으로 지목돼온 이유다. 당시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이번 본 PF 전환으로 일각에서 제기하던 우발채무, 워크아웃 등의 우려가 종식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남은 미착공 현장도 성공적으로 전환을 마무리하고 비주택 부문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주택 부문 리스크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진 신세계건설은 최근 경기 여주시 자유CC, 트리니티클럽, 하남·고양·안성 스타필드의 아쿠아필드·조경사업 등을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 약 1,8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회사 측은 이번 레저산업 매각 및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합병을 통해 지난해 말 953%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400%까지 줄어들 것이라 설명했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레저산업부문 매각을 통해 선제적인 추가 유동성 확보로 재무 구조가 대폭 개선될 예정”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본업인 건설업 분야에서 체질 개선 작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