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경영자문 수수료부터 회사채 발행까지, 롯데칠성의 ‘돈’ 끌어모으기
롯데칠성음료, 자회사 상대로 수수료 받고 경영자문 진행 연이은 회사채 발행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 일부 롯데 계열사, 건설 투자 중심으로 위기 맞이
롯데칠성음료(이하 롯데칠성)가 자회사를 상대로 수수료를 받고 진행한 경영자문 및 지원이 실효성 논란에 부딪혔다. 자문을 통해 자회사에 롯데칠성의 ‘성공 DNA’를 심어주겠다는 구상과 달리, 관련 용역 계약을 체결한 자회사들의 수익성이 오히려 후퇴하면서다.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자문이 실시된 후 2년 만에 10.9%에서 1.9%까지 미끄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2년 이상 이어진 경영자문, 효과는 의문
롯데칠성은 2021년 3분기에 자회사들과 경영자문 및 경영지원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을 체결한 자회사는 △국내 생수 생산법인인 백학음료, 산청음료, CH음료 △해외 주류법인 주류미국(LOTTE Beverage America), 주류일본(LOTTE LIQUOR JAPAN CO) 등 5곳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일부 자회사들은 롯데칠성 측으로부터 경영자문을 받고, 자문에 따른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롯데칠성이 2년 이상 자회사 경영자문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불구, 자회사 수익성이 꾸준히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용역계약을 체결한 5개 자회사의 통합매출액은 △2021년 1,517억원 △2022년 1,684억원 △2023년 1,697억원으로 늘었으나, 같은 기간 순이익은 △101억원 △80억원 △23억원 순으로 줄었다. 범위를 국내 3개 자회사로 좁혀도 수익성 악화 기조는 여전하다. 해당 계약을 체결한 3개 국내 자회사의 합계 매출액은 △2021년 802억원 △2022년 948억원 △2023년 901억원 수준이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8억원 △60억원 △17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10.9% △2022년 6.3% △2023년 1.9%로 급락했으며, 순이익 역시 △2021년 81억원 △2022년 62억원 △2023년 3억원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 롯데칠성 관계자는 “종속회사와 경영자문과 경영지원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용역의 대가는 대상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회사의 비용 등에 일정 수수료율을 가산하여 지급받고 있다”며 “공시된 내용 외 구체적인 활동과 실적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의 지속적인 회사채 발행
한편 업계는 롯데칠성이 자회사로부터 정기적 수수료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 꾸준히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초 롯데칠성음료는 채무 상환을 목적으로 2년물 500억원, 3년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당시 500억원 모집에는 4,500억원, 1,000억원 모집에는 1조2,250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모집 규모를 1,500억원 확대, 총 2,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10월 3년물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진행된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모집액의 4배 이상인 4,300억원의 주문이 몰리기도 했다. 개별 민평 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해당 회사채에 매긴 평가금리의 평균) 기준 –30bp~+30bp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했으며, +8bp에 물량을 완판했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회사채 발행 물량을 1,200억원까지 증액했다.
지난 27일에는 롯데칠성음료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3년물 1,500억원 모집에 1조25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개별 민평 금리 기준 -50bp(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30bp의 금리를 제시해 -12bp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는 전언이다. 회사채 발행은 다음달 4일 예정돼 있으며, 최대 2,000억원 규모의 증액 발행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이 문제다” 흔들리는 롯데 계열사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칠성의 연이은 회사채 발행의 배경으로 일부 롯데그룹 계열사의 위기를 지목한다. 롯데쇼핑, 롯데건설 등 일부 계열사가 무리한 건설 투자 및 건설업 업황 악화로 휘청이는 가운데, 롯데칠성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롯데백화점(롯데쇼핑)은 최근 럭셔리·대형화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2026년까지 8개 점포의 리뉴얼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포 상암 디지털 미디어 센터(DMC) 부지 개발 사업에 본격 착수하기도 했다.
공격적인 건설 투자 기조 속 롯데쇼핑의 유동자산은 빠르게 감소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롯데쇼핑의 유동자산은 5조5,638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7조원에 달했던 유동자산이 2018년 이후 최초로 5조원대까지 급감한 것이다. 롯데쇼핑의 유동자산 축소를 견인한 것은 현금성자산과 금융자산 감소였다. 2021년 2조3,988억원이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1조5,897억원으로 33.7% 급감했으며, 같은 기간 금융자산도 2조745억원에서 1조3,930억원으로 32.9% 줄었다.
또 다른 계열사인 롯데건설의 경우 최근 건설업계를 휩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에 휘말린 바 있다. 롯데건설은 유동성 위기 국면을 넘어서기 위해 지난달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과 조성한 PF 펀드를 통해 2조3,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증권과 신규 약정을 통해 약 5,000억원의 자금도 추가로 손에 넣었다. 총 2조8,000억원의 현금을 쥐게 된 셈이다. 이를 통해 롯데건설은 지난해 메리츠금융그룹에서 조달한 1조5,000억원을 모두 상환했다. 차후 관건은 본 PF 전환과 상환을 통해 PF 우발채무 2조원을 해소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