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미국 GDP 확정치 3.4%, Fed 이사 “금리 인하 서두르지 않겠다”
지난해 4분기 미국 GDP, 시장 기대 뛰어넘어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 "통화 완화 늦출 수 있다" 경기 침체 우려 일부 불식, 올해 전망도 비교적 낙관적
미국의 작년 4분기(10~12월) 경제성장률 확정치가 기존 잠정치와 시장 예상치를 모두 웃돌았다. 미국 상무부는 28일(현지시간) 계절 조정 기준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연율 3.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3.2%)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의 성장률은 속보치와 잠정치, 확정치로 3차례 나눠 발표되며, 이 중 확정치는 잠정치 추계 때 제외됐던 경제활동 지표를 반영해 산출하는 최종적 수치다.
인플레이션 둔화 ‘천천히’ 기다린다?
미국의 GDP 성장률이 호조를 보인 가운데, 27일(현지시간)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이날 뉴욕 이코노믹 클럽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 담긴 연설을 진행했다. Fed의 금리 인하 시기가 시장의 기대보다 늦어지거나, 인하 횟수 자체가 감소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뉴욕 이코노믹클럽은 비영리·비정치 단체로 미국 및 글로벌 이슈를 토론하는 포럼이다.
월러 이사는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관련 지표가 실망스럽다고 평가하며 “(금리 인하에 앞서) 적어도 몇 달간 더 나은 지표를 보고 싶다”고 발언했다. 경제 성장과 노동 시장이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 인플레이션 둔화와 관련된 진전은 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해당 연설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4차례나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추가 진전이 이뤄지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발언했지만, 이 같은 진전이 구체화될 때까지 금리 인하 준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어 “다행스럽게도 견고한 미국 경제와 탄탄한 노동시장으로 인해 통화 완화 정책 결정을 늦추는 것에 따른 위험이 지나치게 빠르게 결정하는 것보다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탄탄한 경제 지표를 고려, 차후 금리 인하 결정에 신중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침체 염두에 뒀던 Fed
한편 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20일 기준금리를 5.25~5.5%에서 동결하는 한편, 3개월 만에 내놓은 기준금리 전망을 통해 올해 0.25%포인트씩 3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FOMC 위원들이 제시한 연말 기준금리 중간값은 4.6%로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동일하다. 올해 말 금리 전망치는 유지하되, 내년과 내후년 금리 전망치는 상향해 더 느린 속도로 금리가 인하될 것을 암시한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같은 Fed의 전망이 경기 침체를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월가 베테랑 경제 분석가인 로젠버그 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연준이 침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어하진 않지만, 실제로는 침체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연준은 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통해 2025년 말 기준금리를 150bp 하락한 3.875%, 2026년 말 기준금리를 225bp 하락한 3.125%로 예상했다. 이를 두고 로젠버그는 과거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당시에 연준은 금리를 총 75bp가량 인하했다며 1987년, 1995년, 1998년, 2019년의 경우를 예시로 지목했다. 더 큰 폭의 금리 인하가 있었던 것은 1984년 9월 유가가 60% 급락했을 때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연방기금금리를 150bp에 가까운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은 한 가지 이유뿐이었다”며 연준의 금리 전망치가 침체가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 ‘양호’
다만 지난해 4분기 GDP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높은 수준을 기록한 만큼, 이 같은 침체 우려는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미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대체로 낙관적이다. 미국실물경제학회(NABE)는 26일(현지시간) “올해 미국의 실질 GDP 증가율 예상치를 기존 1.3%에서 2.2%로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NABE는 대학, 기업, 투자기관 등에 몸담고 있는 총 41명의 경기 전망 예측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실물경제 전문가 단체다.
이들은 올해 미국의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4%에 머무를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2022년(8%)과 2023년(4.1%) 대비 대폭 둔화한 수준이다. 50년 만에 최저치(3.7%)를 기록한 실업률은 오는 2분기에 4%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 예측했다. 이 같은 경제 지표에 따라 Fed가 오는 6월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했다. 지난해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크게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대비 0.6%p 상향 조정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인플레이션 둔화에 따른 실질임금 상승과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반영, 미국의 올해 성장 전망치를 기존(1.5%) 대비 0.6%p 상향한 2.1%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