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가 인상하니 오히려 잘 팔린다? 장기 불황 속에도 뚜렷한 명품 수요, 주가 그래프도 덩달아 ‘우상향’
가격 올라도 명품 수요 증가세, "오히려 가격 인상이 호재"
장기 불황에 희소성도 올라, "최상위 브랜드 수요 여전히 견고"
미래 전망도 낙관적인 명품 시장, 주가도 거듭 '상승세'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가 경기 불황에도 꾸준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판가 인상이 이뤄졌음에도 가격 인상이 오히려 명품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와 매출 성장이 이뤄진 것이다. 고액 자산가(슈퍼리치) 증가 등도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따라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에르메스 등 주요 글로벌 명품 기업들의 주가도 덩달아 상승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불황에도 실적 우상향, LVMH는 주가 13.33% 상승
7일 유럽 증시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 기업 중 시가총액 1위인 LVMH 주가는 올해 들어 13.33% 상승했다. LVMH는 루이비통, 디올, 셀린느, 펜디, 지방시 등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LVMH의 시가총액은 4,041억 유로(약 592조원)로 전 세계 상장사 중 18위다. 마스터카드, 삼성전자, ASML홀딩, 도요타 시가총액보다 높은 수준이다. 연중 에르메스 주가도 25.65% 상승했다. 에르메스는 지난달 말 역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 밖에 리치몬트 주가도 같은 기간 22.99% 올랐다. 명품 브랜드가 지닌 가치가 불황 속에 오히려 빛나는 진주가 됐다는 평가다.
실제 명품 기업들은 체계적인 브랜드 육성을 통해 불황에도 강력한 가격 결정력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포문을 연 건 에르메스다. 에르메스는 지난 1월 주요 인기 가방 제품을 약 10~15% 인상했다. 루이비통은 이미 지난해 6월에 가방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음에도 올해 2월 또다시 대표 인기 제품 중 하나인 ‘네오노에BB’ 가격을 274만원으로 6.2% 올렸다. 이외 ‘불로뉴’도 330만원으로 5.1% 인상했다. 샤넬의 경우 지난 1월 주얼리와 시계 품목을 약 4~5% 인상했다. 가방 가격은 동결했지만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던 가격 인상 자체는 올해도 이어진 양상이다.
가격 인상이 오히려 기회?, “잠깐 주춤하긴 했지만”
통상 기업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 수요는 급감하곤 한다. 실제 명품 브랜드들의 경우도 불황 장기화와 거듭된 명품 판가 인상에 지난해 여름께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당시 세계 명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에서 명품 브랜드 기업의 매출이 정체되거나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LVMH의 미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하는 데 그쳤고, 케링그룹도 2분기 북미 지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버버리와 프라다의 북미 지역 매출 또한 각각 8%, 6% 줄었다. 중국에서도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후 소비 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명품 소비가 급감했다. 이에 따라 명품 기업의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LVMH 주가는 지난해 4월 24일 이후 8월 3일까지 10%, 에르메스 주가는 4%대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올해 들어선 다시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명품의 핵심 법칙은 희소성과 비싼 가격이다. 경기 불황 장기화 및 판가 인상이 명품 브랜드에 있어선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단 의미다. 명품은 남들에게 ‘과시’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제 가치를 지닌다. 이른바 베블런 효과다.
이에 올해 LVMH의 매출액은 904억3,500만 유로로 전년 대비 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가의 척도인 주당순이익(EPS)은 32.3유로로 3년 새 35% 뛰었고 LVMH, 에르메스의 영업이익률은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재임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명품 소비 둔화 속에서도 최상위 브랜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며 “중국인의 해외여행에 따른 매출 기여가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퍼 리치 증가세, 미래 전망도 낙관적
명품 기업들의 충성 고객군인 슈퍼 리치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나이트프랭크에 따르면 순자산액이 3,000만 달러(약 405억원) 이상인 전 세계 고액 자산가 수는 지난 2020년 52만 명에서 2023년 62만7,000명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 자산가 수는 향후 5년 동안 30%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명품 기업들의 매출에서 부유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0%에 이른다. 명품 기업의 향후 전망이 낙관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국내 증시에 상장된 명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도 덩달아 상승세를 달리는 모양새다. 현재 국내 증시엔 LVMH, 에르메스, 케링, 리치몬트, 페라리,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 등을 편입한 HANARO 글로벌럭셔리S&P(합성) ETF와 KODEX 유럽명품TOP10 STOXX ETF가 상장돼 있는데, 연중 HANARO 글로벌럭셔리S&P(합성) ETF 주가는 7.86%, KODEX 유럽명품TOP10 STOXX ETF는 16.55% 상승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희소성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가격 결정력과 중국을 포함한 신흥 국가 및 전 세대로 확장되고 있는 탄탄한 명품 수요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요소”라며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만큼 불황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도 명품 기업들은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