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CRE 등 쌓여가는 리스크, 미국 ‘나 홀로 호황’ 어디까지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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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도 소비도 호조, 긴축 기조 속 '봄날' 맞이한 미국
시장은 차후 수출 감소·소비 위축 리스크에 주목
대규모 만기 도래하는 CRE, 금융권 덮친 부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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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기조의 영향으로 대부분 국가가 경기 침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미국 경제가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음에도 불구, 노동 시장·소비 등이 강세를 이어가며 탄탄한 ‘지지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호황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 등 악재가 쌓이고 있는 만큼, 미국 경제 역시 조만간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탄탄한 미국 경제 지표

지난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00원 선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22년 11월 8일(1406.5원, 종가 기준) 이후 약 1년 5개월 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유가 급등 조짐 등의 영향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극대화하면서 달러 가치가 눈에 띄게 상승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이같은 나 홀로 호황 기조가 지속될 경우, 달러화 역시 꾸준히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실제 미국의 성장률은 긴축 기조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다.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전 분기 대비)은 지난해 1분기 2.2%(연율 기준)에서 4분기에 3.4%까지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2.7%, 1.9%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보다 0.6%p, 0.2%p 상향 조정된 수준이다.

미국 노동시장 역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2022년 6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완전고용 수준인 3%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시간당 생산량을 측정한 지표인 미국 노동생산성지수 역시 2022년 2분기 108.3에서 지난해 4분기 112.1로 뛰어올랐다(2017년=100).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세 분기 동안 생산성 상승률은 팬데믹 이전 10년간 생산성 평균 상승률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추후 변수는 ‘금리와 소비’

문제는 미국의 나 홀로 호황이 어디까지 지속될지다. 경제 지표 전반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3.5%를 기록하며 시장의 전망치를 웃돌았다. Fed가 기준금리를 섣불리 인하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실제 Fed 측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표명 중이다.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세계 각국의 경기 침체 기조가 심화하며 미국의 수출 역시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은행(WB)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GDP에서 상품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1% 수준이다. 이는 상품 수출에 특히 힘을 싣는 중국(20%), 독일(40.7%)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수치도 아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미국의 현재 호황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전 세계를 휩쓴 공급망 위기가 해소되면서 미국의 생산성이 반사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시각이다. 팬데믹 당시 쌓인 소비자들의 초과 저축이 고갈될 경우, 본격적으로 소비가 둔화하며 미국 경기 전반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간 소비는 미국 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주요 지표이자, 미국의 경기 상황을 진단하는 대표적인 잣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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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 부동산’ 시한폭탄 움직인다

미국 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상업용 부동산(CRE) 리스크 역시 해소되지 않고 있다.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들은 원격·하이브리드 근무 확산, 고금리 기조 등 악재가 누적되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오피스 수요가 급감하며 1980~90년대 지어진 대규모 상업용 부동산이 동시에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들 상업용 부동산이 줄줄이 대출 부실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CRE 관련 부채의 만기 도래 규모는 5,440억 달러(약 752조원)에 달한다. 금리와 공실률이 모두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차주가 이를 한꺼번에 상환하거나 훨씬 높은 금리로 재융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시그니처 은행(Signature Bank) 붕괴 사태 등을 목격한 금융권이 순순히 자금을 내줄 리 없다는 점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내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1조 달러(약 1,383조원) 규모의 CRE 대출 가운데 약 70%는 중소·지역은행이 끌어안고 있다. 실제로 자산규모가 1,000억 달러(약 138조원) 미만인 중소 규모 은행의 CRE 대출 비중은 35% 수준에 달하며, 2022년 3분기 CRE 대출의 연체율은 0.64%에서 2023년 3분기 1.07%까지 뛰어올랐다. 각종 악재가 맞물리며 부실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1월에는 미국의 중형은행(자산 1,000억 달러 이상) NYCB가 공개한 4분기 실적이 시장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NYCB가 CRE 대출 부실화에 대비한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적립, 예상 밖 손실을 기록하면서다. NYCB는 이후 10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시장에는 이미 중소은행들의 줄도산에 대한 우려가 확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