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도 카드사도 ‘외화채권’ 노린다? 자금 창구 다변화하는 기업들, 당국은 “변동성 확대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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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채권 금리 상승 추세에, 해외로 눈 돌리는 기업들
금융당국은 '우려' 목소리, "급격한 외화자금 시장 악화 대비할 필요 있어"
국내 은행 LCR 154.4%로 견조하지만, "외환위기 가능성 배제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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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이 이자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외 채권 발행에 나섰다. 대우건설 외 신한은행, 현대카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도 해외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는 모양새다. 이처럼 기업들이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나선 건 국내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추세에 금융당국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아직 큰 부담이 가시화하진 않았으나, 혹시 모를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자금조달 노리는 기업들, 대우건설의 선택은 중동·싱가포르·일본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부쩍 늘어난 이자비용 해소를 위해 해외 자금조달을 택했다. 국내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중동·싱가포르·일본을 삼각편대로 삼아 유동성 확보를 노리겠단 취지다. 이미 대우건설은 최근 쿠웨이트·싱가포르에서 자금조달에 성공하고 일본에서 신용등급을 획득하는 등 성과를 낸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쿠웨이트에서 총 2억 달러(약 2,700억원) 규모의 이슬람 채권을 발행한 후 올해 3월 싱가포르와 쿠웨이트에서 각각 1억5,000만 싱가포르달러(약 1,484억원), 2억 5,000만 달러(약 3,300억원)의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지난 11일엔 일본의 메이저 신용평가기관인 JCR(Japan Credit Rating Agency)로부터 안정적(A-/Stable) 신용등급을 획득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국내 건설사가 일본에서 신용등급을 받은 건 처음이다. 대우건설은 현지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를 통해 일본계 은행과의 금융조건 개선과 대출 약정 확대 등을 노리고 있다.

대우건설은 국내 건설 채권 금리가 부동산 시장 위험, 신용위험 등 여러 악조건으로 상승한 가운데 해외에서 자금을 수혈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노릴 방침이다. 실제 최근 시장에선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이 각광받고 있다. 그만큼 국내보다 해외 조건이 더 좋단 방증이다.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채권은 5년 만기로 3.88% 고정금리로, 통상 5~8% 수준인 국내 건설 채권금리보다 낮아 부담이 덜하다. 쿠웨이트에서 발행한 채권금리의 경우 현지 은행과의 협의에 따라 공개가 어렵지만 이 역시 국내보단 유리한 조건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대우건설 외 기업들도 해외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중동발 전쟁 리스크 등 영향을 넘어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이루겠단 취지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은 지난 9일 5억 달러(약 6,770억원) 규모의 외화 후순위채권 공모발행에 성공했다. 해당 후순위 채권은 10년 만기 고정금리 채권으로, 발행금리는 미국 국채 10년물에 1.40%p를 더한 연 5.75%다. LG전자의 경우 올해 달러채권 발행을 통해 최대 10억 달러(약 1조3,7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또한 지난 15일 약 2,700억원 규모의 브라질 헤알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카드사들도 외화채권 발행 나섰다

카드사들도 외화채권 발행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가 내렸지만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채가 6조원에 달하면서 자금조달 부담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여전채는 116건, 5조6,450억원에 달한다.

이 중 발행금리가 1~2% 정도 수준이었던 2021년 이전 발행한 여전채는 전체 만기 채권의 59.5%(69건), 3조7,800억원 규모다. 은행은 채권 만기가 도래하면 동일한 금액의 채권을 치환 발행해 필요 자금을 유지하는데, 2021년 이전 여전채의 발행 금리에 비해 현재 차환 발행할 경우 적용되는 금리는 2배 가까이 높다. 올해 조달 비용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단 의미다.

이에 카드사들이 택한 방법은 자금조달 방식 다각화다. 외화채권을 발행해 구멍을 메우겠단 것이다. 실제 현대카드는 아시아와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5억 달러 규모의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현대카드가 달러 채권을 발행한 건 2007년 이후 17년 만의 일이다. 또 신한카드는 지난 3월 6억 달러 규모의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고, 삼성카드도 지난 1월 6억 달러 규모의 ABS를 발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나 보험사처럼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가 주요 수입원이었지만,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하면서 여건이 다소 어려워졌다”며 “자금 조달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구상하기 위해 해외 채권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자금이 국내 업권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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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금융당국은 ‘우려’, “만일의 사태 대비해야”

다만 해외 자금이 거듭 유입되는 데 금융당국은 다소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8일 주재한 중동 분쟁 관련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급격한 외화자금 시장 악화에 대비해 충분한 크레디트 라인 확보와 비상조달계획 실효성 등을 점검해야 한다”며 “당분간 지정학적 긴장감 고조 등으로 고환율·고유가·고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금융권의 대이란-이스라엘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매우 미미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일 것이나, 상황 악화에 대비해 국가별 익스포저 한도 등 위험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 고조, 금리인하 기대감 후퇴 등에 따른 미 국채금리 급등으로 금융시장에도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견조한 상황이긴 하나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 원장의 언급대로, 최근 시장에선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국내 은행의 외화예금 금리가 덩달아 오르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7일 기준 KB국민과 우리, 신한, 하나, NH농협, SH수협, KDB산업, IBK기업, BNK경남, BNK부산, DGB대구, 광주, 전북, 제주, SC제일 등 국내 15개 은행의 1년 외화예금 금리는 평균 4.98%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말(4.63%) 대비 0.35%p 오른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해외 자금조달 경향을 강화하기만 해선 파국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 우려가 일각에서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시장은 외화예금 금리가 높아진 건 맞지만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내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이 넉넉한 만큼 외화예금 금리가 급등을 이루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따르면 국내 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54.4%다. 이는 재작년 말(136.1%)보다 20%가량 높아진 수준이며, 규제 기준인 80%에 비해선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다만 한국 시장은 이미 역사적으로 큰 외환위기를 한 차례 겪은 바 있는 만큼 만일의 상황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