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들, 수출 호조에 ‘한국 성장률 전망치’ 일제히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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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씨티 등 韓 실질 GDP 성장률 상향
주된 근거로 '반도체 수요 증가' 제시
반면 IMF는 기존과 같은 2.3%로 유지
UBS Bank / Detail
UBS/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를 웃돌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가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는 가운데,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기대 이상의 호조를 보이면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2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인 UBS는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씨티는 2%에서 2.2%로, HSBC는 1.9%에서 2%로 각각 전망치를 올려 잡았다. UBS는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고 보고 향후 수출과 생산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씨티은행은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에 나서면서 반도체 수요가 증가, 한국의 설비 투자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전망치를 3.4%에서 3.8%로 크게 상향 조정했다. HSBC는 미국의 강한 성장세와 중국의 경기 회복에 힘입은 글로벌 무역 증가가 한국의 수출 모멘텀을 계속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2.1%)에 부합하거나 상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근거로는 소비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정보기술(IT) 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수출은 확실히 예상보다 올라가고 있는데, 내수가 어떨지는 좀 더 자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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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성장세가 한국 수출 뒷받침

글로벌 IB들이 한국 성장률에 대해 낙관적 시각을 보인 배경에는 견조한 미국 경제가 있다. 미국 경제가 내년까지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의 대외 불확실성 줄어 수출과 생산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미국 경제는 ‘나홀로 호황’을 누리며, 초고속 금리 인상 속에서도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3월까지 제로(0)던 기준금리가 2년 새 연 5.25~5.50%로 오르는 동안에도 성장률은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강도 긴축으로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던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빗나갔다.

미국 노동시장도 예측에서 벗어났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이 반비례한다는 필립스 곡선이 들어맞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미국의 전년 동기 대비 물가상승률은 2022년 6월 9.1%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말 이후 3%대로 내려왔다. 그럼에도 이 기간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인 3%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 역전 현상에 대한 통념도 통하지 않았다. 그동안 장기 국채 금리가 단기 국채 금리보다 낮아지면 경기 침체가 뒤따랐다. 1977년 이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2년 만기 금리보다 낮아진 게 7회였는데 이 중 다섯 차례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하지만 2022년 4월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난 뒤 현재까지도 미국에서 침체 기미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생산성도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가 늘어나면 노동 생산성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시간당 생산량으로 측정하는 미국 노동생산성지수는 2022년 2분기 108.3에서 지난해 4분기 112.1로 뛰어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한 분기별 생산성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2%대를 기록하며 순항 중으로, 최근 세 분기 동안 생산성 상승률이 팬데믹 이전 10년간 생산성 평균 상승률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전문가들은 이민과 고용 유연성, AI 발전을 미국 경제를 이끈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해고가 쉬워 팬데믹 기간 일시적으로 실업률이 치솟았지만 달라진 시장 환경에 맞는 기업 등으로 인력이 원활하게 이동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AI가 노동 부족을 해소하고 기술주 중심으로 증시를 활황으로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IMF는 한국 성장률 전망 2.3% 유지, 하향 조정 가능성도

한편 글로벌 IB들의 전망과는 달리 IMF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과 같은 2.3%로 유지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전망치(2.1%)보다 높은 수치로, 미국(2.7%)을 제외한 캐나다(1.2%)와 일본(0.9%), 프랑스(0.7%), 이탈리아(0.7%), 영국(0.5%), 독일(0.2%) 등 주요 선진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상회한다. IMF는 유럽 국가들에 대해선 소비심리가 악화한 점을 들어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 급증 등 일시적 요인이 정상화되면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선진국 그룹(한국, 미국, 영국, 독일 등 41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전망보다 소폭 상승한 1.7%로 예측했다. 신흥개도국 그룹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4.2%로 전망했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의 약세가 계속되면서 작년(5.2%)보다 낮은 4.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1월 예측치(3.1%)보다 0.1%포인트 높인 3.2%로 상향 조정됐다. 물가 하락과 견조한 민간 소비 등에 힘입어 세계 경제가 양호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단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금리 영향으로 과거 연평균 성장률(2000~2019년 3.8%)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해 상·하방 요인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적으로 ‘선거의 해’를 맞아 각국이 재정 부양을 확대하는 가운데 조기 금리 인하, AI 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 구조개혁 추진 등이 대표적인 상방 요인이다. 반면 지정학적 갈등 확산과 고금리로 인한 부채 규모 확대, 중국의 경기 둔화는 성장률 하방 요인으로 지적했다. IMF는 조급한 통화정책 완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국가별로 물가 상황에 따라 적절한 시점에 통화정책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