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뿔난 차주들, 지난해 ‘대출 금리’ 민원 300% 증가

160X600_GIAI_AIDSNote
금감원, 2023년 금융민원 및 상담 동향 발표
혼합형 고정금리, 만료후 변동 금리로 전환
중도금대출 환승 서비스 도입 목소리도
loan_FE_20240423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은행, 보험, 금융투자 등에 제기된 금융민원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출금리와 관련한 민원은 전년 대비 30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 1만5,680건 접수, 전년 대비 43.8% 급증

2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금융민원 및 상담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에 접수된 금융민원은 1만5,680건으로 전년 대비 4,776건(43.8%) 증가했다. 금감원은 높은 대출금리에 대한 불만, 신규대출·만기 연장 등 여신 취급 관련 민원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높은 대출금리 불만 관련 민원이 2,343건, 신규 대출·만기 연장 등 여신 취급 관련 민원이 1,270건 각각 증가했다. 특히 대출금리 민원은 전년(798건) 대비 293.6% 늘었다. 주로 아파트 중도금 대출 관련 가산금리 책정과 관련한 불만이 많았다.

중소서민권역 접수된 민원은 2만514건으로 전년보다 4,810건(30.6%) 증가했으며 손해보험 민원은 3만6,238건으로 1,081건(3.1%) 늘었다. 반면 생명보험 민원은 3,204건(19.1%) 줄어든 1만3,529건, 금융투자는 734건(8.5%) 감소한 7,881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금융민원·상담과 상속인 조회는 72만6,061건으로 전년 대비 5,471건(0.8%) 증가했다. 부문별로 보면 금융민원은 9만3,842건으로 전년보다 6,729건(7.7%) 늘었고, 금융상담은 34만9,190건으로 1만7,027건(4.6%) 감소했다. 상속인 조회는 28만3,029건으로 1만5,769건(5.9%) 증가했다. 지난해 금융민원 처리건수는 9만7,098건으로 전년 대비 9,648건(11%) 증가했다. 민원 처리 기간은 48.2일로 1.1일 줄었고, 민원 수용률은 36.6%로 3.1%포인트(p) 높아졌다.

loan_FE_20240423_00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에서 6%로, 급격히 오른 주담대 금리

실제로 가파르게 오른 금리 탓에 차주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직장인 A씨는 5년 전 한 시중은행에서 2.7%의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당시 정부정책 상품인 보금자리론이나 6개월 변동금리 상품보다 현저히 낮은 금리라 해당 상품으로 대출을 실행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올해, A씨는 은행으로부터 6.3%로 인상된 금리로 납입될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금리가 오른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두 배 이상 이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금리가 낮아지고 부동산 가격이 고공행진하던 2010년대,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은 대거 판매되는 주택담보대출에 경쟁력을 더하기 위해 혼합형 고정금리 형태의 주택담보대출을 적극적으로 판매했다. 혼합형 고정금리는 3년 혹은 5년 등 일정 기간 금리가 고정되는 저리의 상품으로 고정기간 만료 이후에는 변동금리 상품으로 전환된다. 대출 실행 시 책정되는 상품의 기준금리는 금융채 등 다양하지만, 고정기간 만료 이후에는 통상적으로 코픽스 금리가 기준금리로 변경된다.

또한 변동금리 전환 후 초기 실행했던 가산금리도 달라지면서 완전히 새로운 상품으로 대출이 이어진다. 이때 보통 최종 적용되는 금리는 초기 실행했던 것보다 상승한다. 여기에 더해 지난 몇 년간 기준금리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상품 자체적인 금리와 가산금리도 상승하며 소비자가 체감하는 대출 금리 인상은 더욱 커졌다.

“중도금대출도 갈아타기 서비스 도입해 달라” 국민청원도

고금리 기조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금융 당국은 ‘중도금대출’에 갈아타기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중도금대출은 다른 대출과 달리 대환이 불가능해 고금리 대출 차주들이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의 중도금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도입 검토 움직임은 국민동의청원에 따른 것으로, 지난해 3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중도금대출 가산금리 인하 및 시스템 개편’ 청원이 올라와 국회법상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 요건인 5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청원은 같은 해 6월 15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서도 다뤄졌다.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중도금대출 인하 검토에 관한 질의에 “살펴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주담대·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인기몰이를 하자 중도금대출에도 접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들은 중도금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도입에 난색을 표했다. 중도금대출은 주택 완공 전에 이뤄지는 만큼 일반 주담대나 전세대출과 다르게 주택을 담보물로 설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 주선으로 특정 은행이 참여해 집단대출 방식으로 중도금대출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은행들은 개별 사업장의 수익성과 건설·시공사에 대한 신용도 등을 종합 평가해 대출 한도와 금리를 결정한다.

문제는 사업장별로 별개로 관리되기 때문에 금리도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환대출을 하려면 일괄적인 기준을 세워 적용해야 하는데 중도금대출은 사업장별로 상황이 달라 기준 적용이 어렵다”며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는 것은 해당 주택의 사업성이 좋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에 은행 입장에서는 이를 마냥 받아들이기에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