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너스CC 비싸게 팔렸다” 태영그룹 자산 매각 순항, 다음 주자는 에코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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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원 소유 디아너스CC, 3,500억원에 강동그룹 품으로
치열한 인수 경쟁 속 몸값 상승, 유동성 확보 효과는 미미
산업은행 지원사격 품은 '에코비트 매각전'도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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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그룹의 관광·레저 계열사인 블루원 소유의 골프장 ‘디아너스CC(The honors CC)’ 및 부속 시설이 3,500억원(약 2억5,500만 달러)에 매각된다. 중소·중견기업의 인수 수요가 몰리면서 기대보다 높은 가격에 새 주인을 찾은 것이다. 태영그룹의 자산 매각에 속도가 붙은 가운데, 업계는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의 ‘핵심 열쇠’로 꼽히는 에코비트 매각전에도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 주인 찾은 디아너스CC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블루원과 매각주관사 삼일PwC는 고려시멘트를 포함한 강동그룹 컨소시엄을 디아너스CC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 전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매각 대상은 디아너스CC와 리조트, 워터파크, 웨딩홀 등 부속 시설이며, 거래 가격은 약 3,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디아너스CC는 경상북도 경주 소재 보문관광단지에 위치한 27홀의 회원제 골프장으로, 면적은 126만5,944㎡(38만3,000평)에 달한다.

태영그룹은 디아너스CC와 같은 지역에 위치한 루나엑스CC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으나, 강동그룹은 루나엑스CC까지 인수하는 건 원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루나엑스CC는 국내 최초로 6홀씩 4개 코스를 채택한 전체 24홀 규모 골프장으로, 지난 2021년 완공됐다. 태영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룹 계열사인 블루원이 운영을 맡고 있다.

디아너스CC 인수를 결정한 강동그룹은 건설을 주업으로 영위하면서도 그간 골프 사업 확장에 힘써 왔다. 강동그룹은 1989년 설립한 강동산업을 모태로 하는 전라도 지역 시멘트 중견기업으로, 지난달 계열사인 고려시멘트는 현대자산운용으로부터 전라북도 김제시에 위치한 ‘김제스파힐스CC’를 인수한 바 있다. 2018년에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레이크힐스순천CC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의외로 잘 팔리네” 수요 몰리며 매각가 상승

한편 주목할 만한 부분은 태영그룹의 이번 골프장 매각전에 상당한 수요가 몰렸다는 점이다. 그간 두 골프장은 지방 지역에 위치해 있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산 바 있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골프장 사업 등에 기반을 둔 중견·중소기업들이 입찰에 줄줄이 뛰어들었고, 경쟁에 불이 붙으며 매각가가 상승했다. 애초 태영 측의 디아너스CC 희망 매각 가격은 3,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최종적으로 3,500억원에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앞서 태영그룹은 블루원 소유 골프장 중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용인CC와 상주CC를 담보로 한림건설로부터 2,000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한림건설이 골프장을 임차하는 대가로 보증금을 지급하는 ‘세일 앤 리스백(Sale and leaseback)’ 방식이었다. 태영그룹은 임대차 보증금으로 받은 2,000억원 중 600억원을 기존 담보대출 상환에 투입했으며, 남은 1,400억원은 태영건설 운영 자금으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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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골프장 매각이 현재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는 태영건설의 재무 상황을 크게 개선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디아너스CC의 보증금 및 차입금을 뺀 실제 매각 자금은 최대 1,000억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한 루나엑스CC의 경우도 추후 매각 금액이 고스란히 한국투자증권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 태영건설 유동성 공급을 목적으로 특수목적법인(SPC) ‘프로젝트티와이’를 설립, 2,8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한 바 있다. 이 중 800억원은 태영건설의 채무인수 약정으로 충당했으며, 나머지 2,000억원은 루나엑스CC를 담보로 자기자본을 활용해 마련됐다.

‘워크아웃 핵심’ 에코비트 매각전도 본격화

이런 가운데 업계는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태영그룹 계열사의 행방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시선이 쏠리는 것은 태영그룹 워크아웃의 핵심으로 꼽히는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의 매각전이다. 에코비트는 수처리, 소각, 매립 등 폐기물 처리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이전 폐기물 매립 사업 가치를 과대 계상하며 인수 후보자들의 외면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태영건설의 주채권자인 KDB산업은행이 ‘스테이플 파이낸싱’을 통해 인수자 자금 조달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스테이플 파이낸싱(매각자 인수금융, Staple financing)은 매각 측이 잠재 인수자를 대상으로 주선하는 인수금융을 말한다. 산업은행은 스테이플 파이낸싱 규모를 최대 2조원으로 책정하고, 또 시장 수준보다 약 1% 낮은 금리로의 인수금융 주선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의 스테이플 파이낸싱이 매각 측이 희망하는 몸값(3조원)을 유지하며 인수자의 인수 부담을 대폭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은행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지난 22일 에코비트 매각 주관사인 UBS·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에코비트 원매자 10여 곳을 대상으로 투자설명서(IM)를 발송했다. 여기에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블랙스톤, 블랙록, 그리고 국내 IMM인베스트먼트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지부진하던 자산 매각에 점차 속도가 붙는 가운데, 태영건설은 위기를 뛰어넘어 실질적인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