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애널리스트 윤곽 잡은 미래에셋증권, ‘인간 대체’ 우려 높지만 시장은 “글쎄”
AI 리포트에 증권업계 불안 증폭, "AI 애널리스트로 대체될 수도"
인간 대체 아직 시기상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 여전히 많아"
"AI는 하나의 분석 도구" AI로 기존 작업 효율 높여야 한단 의견도
AI 활용을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한 증권사가 내놓은 ‘AI 리포트’ 때문이다. AI 애널리스트가 등장하면서 증권업계에선 ‘인간 대체’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데이터 처리 속도 면에서 압도적인 AI를 인간이 이길 수 없으리란 의견이지만, 막상 시장에선 아직 AI가 인간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AI 리포트’ 전격 홍보
지난 7일 미래에셋증권은 “자체 개발한 기술을 통해 ‘AI가 생성한 기업분석 리포트’를 성공적으로 발간했다”며 AI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리포트를 전격 홍보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빅테크인 애플과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정유주 엑슨모빌 등 세 종목에 대한 리포트를 내놨다. 모두 AI 애널리스트가 단 15분 만에 작성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AI 애널리스트는 3개 미국 주식을 반년가량 학습했고, 이번에 첫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라며 “통상 기업 실적 발표 후 5시간 이상 소요됐던 리포트 작성 작업이 5~15분 이내로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AI 애널리스트는 공시 시스템에서 주요 기업의 실적 데이터를 획득한 뒤 주가 추이를 반영해 직접 초고를 쓰고 그래프와 표까지 그린다. 주가수익비율(PER)과 배당수익률, 시가총액, 상장주식 수, 52주 최고가와 최저가, 최근 주가 추이 등 기본 정보를 적시하고 실적 리뷰도 수치 중심으로 전개했다. 나름의 분석도 있다. 예컨대 1분기 실적이 예측치에 대체로 부합한 엑슨모빌에 대해 AI 애널리스트는 “최근 3개월간 주가는 15.6% 올라 S&P500과 나스닥을 웃돌았다”며 “현재 PER은 13.6배로 과거 평균보다 높고, 최근 지수와의 관계는 약해졌다. 이는 곧 주가가 이미 양호한 분기 실적을 반영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AI 애널리스트 등장 ‘초읽기’, 업계 긴장↑
AI 애널리스트의 등장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증권업계에선 현업 인간 애널리스트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쏟아진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정확도 면에서 압도적인 AI 애널리스트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으리란 시선에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AI 애널리스트가 등장하면 리서치 업무를 하는 기존 애널리스트 입장에선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일자리를 뺏기는 격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AI가 부각되기 시작한 이상 인간이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다만 시장에선 아직 AI가 인간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게 투자 의견의 부재다. AI는 숫자에 강한 반면 각종 변수에는 둔감한 편이다. 때문에 섣불리 투자 의견을 내놓으면 책임 소재 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미래에셋증권도 AI 리포트에 투자 의견은 제외했다. 개별 기업의 실적 발표 분석과 달리 투자 전략 부문에선 AI 애널리스트가 활약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투자 전략 부문에선 정치와 사회 등 각종 변수를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AI는 분석 도구, 대체보단 활용 방안부터 생각해야”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AI를 기업 혹은 시장 분석의 ‘도구’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 반복 작업에 대한 수고를 AI 애널리스트에 돌림으로써 인간 애널리스트도 작업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AI 애널리스트는 팩트 전달 능력이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에 인간 애널리스트의 업무 부담을 많이 덜어줄 수 있다”며 “현재 10개 종목만 다뤘던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20~30개까지 더 커버할 여력이 생기고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얻기도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인간 애널리스트 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최근 깊이 있는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인뎁스 리포트(In-Depth Report)’의 발간 빈도를 높였다. 여러 산업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협업한 이색 심층 보고서 발간도 확대했다. 지난달 4일 정유·에너지와 운송 업종 애널리스트의 협업을 바탕으로 발간된 ‘항공·해운에서 가장 현실적인 ESG 방법 찾기’ 보고서가 그 예다. 현세대 AI도 할 수 있는 단순 수치 분석 및 겉핥기식 분석을 넘어선 심층 분석 분야를 강화함으로써 인간 애널리스트의 입지를 확고히 한 것이다.